문학 세미나

파도 후기와 공지입니다

작성자
동하
작성일
2016-05-31 23:02
조회
3584
새로운 책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담뿍 느끼게 해준 이번 주의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 였습니다.

파도는 구성으로만 본다면 어릴 때부터 장년이 되었을 때까지 여섯 명의 의식으로만 이루어진 어찌보면 무척 단순한 소설이었습니다. 덧붙인다면 등장인물로 퍼서빌이 있고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는 파도가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녹록하지 않은 소설이라는 것에 우리들의 울렁거림이 있었지요. 마치 파도를 타듯..

<파도> 전체가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라는 것이 모두가 가진 질문이었는데요. 여섯 명이 언제나 한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며 여섯 명의 대화라 보기보다 차라리 독백이기도 하고 일관성이 있게 한 줄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 엇박자로 대화는 연결되는데 그것을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은하샘은 등장인물들이 사이코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 같은 방백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는데 모두들 웃으며 공감하셨지요. 소현샘은 버나드 한사람의 내면을 설명하기 위해 5명의 인물을 끌어들인 것 같다고 했는데 저 역시 버나드에게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욕망의 목소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저만하여도 ‘나는 누구인가’ ‘혼돈이다’라고 했지만 요조숙녀로(ㅋ,ㅋ), 성공을 향한 욕망으로, 아웃사이더의 불안감으로, 자유롭고자하는 욕망으로, 등 등 끄집어내려면 하염없을 수많은 무엇무엇들이 있거든요. 우리는 일관성 있는 통일체가 아니라 그냥 그 자체, 버나드로, 지니로, 루이스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서로 자의식 없이 섞여들면 굳이 누구라고, 무엇이라고 규정짓고 말할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주체를 지워가는 과정이 이랬지 않았을까라고 논의한 것 같고요, 수경샘이 피카소의 그림을 예로 들어주셨지요.

버나드의 정체성은 자신과 다르다고 인식한 것들과 무관하지 않고 그가 배제한 것들은 그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외부로 존재하면서 그를 제한하고, 한계 짓고, 특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한다.(건화) 오늘 따라 과묵했던 건화는 작가가 이들의 독백을 통해 개별적인 삶보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았고 그들 서로간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고 그 관계 속에 포획되지 않은 퍼서빌이 있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크게 의문을 가졌던 퍼시빌은 도대체 누군가, 아니 무엇인가였지요. 대화자체가 없어 어떤 구체적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데도 모두의 삶을 지배하는 이유는 뭔가. 여섯 명이 지향하는 어떤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쫓는 어떤 표본이라는 것이 허상이며 이미지일 뿐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인지, 수경샘은 존재가 없이 텅 비었기 때문에 도리어 그 안에 여섯 명이 모여들 수 있고 모두를 연결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사라지는 퍼시빌.. 빈 공간.. 순간 떠오르면서 사라지고 다시 솟구치는 파도... 뭔가 연결되는 느낌적인 느낌..

그러고 보니 현숙샘이 공통과제에서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시제와 상관없는 작가의 언어는 뭘 의미하는 건가에 대한 질문에서 버나드다, 울프다, 이렇게 우리가 계속 분분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파도’였다는 생각이 번뜩 듭니다. 파도의 격랑의 과정이 바로 여섯 명이 이뤄내는 삶의 과정과 다를 바가 없고 파도는 과거, 현재, 미래를 따지지도 않은 채 시간을 넘어서서 계속 새롭게 반복될 뿐이니까요. 이렇게 반복되는 파도의 리듬처럼 우리의 삶 역시 밀려갔다 밀려오는 출렁임 속에 순간 반짝이는 그것을 발견한다는 것 뿐이라는 것.

마치 산문시 같은 느낌의 파도에 대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간주처럼 사이사이 끼여 있는 이 새로운 형식이 곧 <파도>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름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확인하게 되네요.(형식과 내용에 대한 이 감각의 변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군요@@) 우리가 계속 형식과 내용을 구분하고 의미와 상징을 찾아내려는 것에 함몰되어 문학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까 우려하여 ‘읽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이 모든 것이다’라고 한 수경샘의 말을 잘 기억해야겠습니다. 문장하나하나의 정서를 잘 감지하면서 조급하지 않게, 이젠 멀미도 즐기면서 다시 한 번 읽어 보기로 하지요^^

*참고도서- <올랜도> 영화도 있답니다.

*예를 들어주신 아홉 명의 다중인격장애를 다룬 소설은 무엇인지요?

*다음시간(6월 9일)은 드디어 에세이!!

뭘 써야 하나요?

-자기 질문을 갖고 에세이 4p이상

*에세이 발표는 9시 30분, 각자 정신 다잡을 수 있는 간식 조금씩 준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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