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4.7 문학 세미나 후기

작성자
박경혜
작성일
2016-04-10 23:10
조회
450
후기를 쓰려고 규문 홈피에 들어오니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게 맞지 싶습니다. 함께 세미나를 하는데 한번도 다른 후기를 본 적이 없었네요. “미안합니다.” 꾸벅

개인적으로 이번 책 『방 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끝까지 읽어내기가 최종 목표였습니다. 9장이 되면서부터 그나마 한 숨을 돌렸을 정도로 저한테는 재미가 1도 없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인도에 혼자 살아남은 로빈슨 이야기인데 문명적인 개척을 시도하는 기나긴 내용들은 지루하고, 항해일지는 뭐라는지 모르겠고, 섬에 대한 이미지들(어머니 자궁이나 남성을 해소하는 여성으로서의)은 식상하고....... 그럼에도 함께 세미나하는 다른 분들은 공통과제를 해 오실 것이고 어쨋든 끝까지 읽어 가기만이라도 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적 행동이라는 책임감으로 온 몸을 뒤틀며 읽어갔습니다.

이미 내재화된 문명적 질서로 무인도를 개척하여 그 잉여물로 고독과 불안을 이겨보려 하지만 결국엔 대지와 교감하는 새로운 삶을 알게 되고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결국엔 섬에 남게 되는 로빈슨 이야기.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했던 키워드는 ‘고독’, ‘타인’, ‘존재’. 그리고 문제적 인물인 ‘방드르디’입니다.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와 쌍생아인 미셀 투르니에의 이 책을 통해 ‘타인의 구조 안에서만 성립하는 존재인 나’, ‘타인에 자기를 투사하고 자연에 인간적 질서를 부여하는 구조를 통해 자신 안에 있는 자연의 생명력을 억압하는 로빈슨적인 방식’,‘방드르디에 의해 변화해 간 로빈슨의 새로운 세계인식,세계를 구성한다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파괴와 생성’ 등 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열심히 섬을 개척하고 문명적 존재인 자기를 잃지 않기 위해 문자(언어)인 항해 일지를 쓰지만 그것을 확인해 주는 타자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더 고독해지는 아이러니. 타자는 무엇이라고 규정할 것인가? 라는 문제. 反문명적인 인물인 방드르디로 인해 ‘원소적 존재’가 되는 로빈슨이 말하는 원소적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기존의 것이 철저히 허물어진 곳에서 열린다는 새로운 세계는 무슨 의미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이야기들을 나누었고(여기까지가 기억의 한계라서 죄송요) 세미나 후 처음으로 다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다음에 읽어야 할 『화산 아래서』가 무려 500쪽이 넘는 분량이라 다들 걱정을 하셨지만 먹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그런 걱정을 잊고 모두를 즐겁게 해 주는 마력을 발휘해 주었습니다.

잘 읽고 잘 써서, (어떻게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서 다음 주 세미나에서 뵙겠습니다~~`
전체 2

  • 2016-04-11 11:05
    ㅎㅎ 앞으로는 후기 꼭 읽어주셔요. 담주에 부디 완독한 후 만나 또 신나게 떠들어보아요. (간식은 현옥쌤~)

  • 2016-04-13 00:55
    저는 방드르디를 재밌게 읽었는데, 정말 각자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다 다른 것 같네요. 재밌게 읽었을 다른 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취향의 한계를 조금은 넘을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점에서 이번 책을 다들 어떻게 읽으셨을 지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