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4.21 후기예요.

작성자
소현
작성일
2016-04-23 13:37
조회
605
책 페이지수는 적었으나 난해함은 그 어느 책에도 뒤지지 않았던 『질투』, 후기 들어갑니다.^^

불만과 허무를 공통과제에 적어오신 은하샘, 그래서 첫 시작을 질문으로 열어주셨습니다. “형식의 새로움은 좋은데 이해되지 않는 내용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백만 번 공감 가는 질문에 대해 수경샘은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이번 학기의 소설들은 형식 자체가 내용일 수 있다는 실험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들입니다. ‘발자크’식 소설의 서사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라 문체, 화자 등의 형식을 실험하는 것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로브그리예가 말하는 누보로망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원리와 그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존재로서의 인간, 또 그 인간이 주체가 되는 방식, 이 모든 것을 문제 삼는 것이고 그런 주체를 문제 삼는다는 것은 사유와 언어를 함께 생각해야하는 것이라 어려울 수밖에 없는 소설들이예요.”

진희샘도 질문이 있었는데요, “요즘 이런 소설들을 읽다보니 서사가 있는 책에서 내용을 파악하는려 태도가 나쁜건가? 라는 의문이 들고 내용에 집착하는 건 왠지 비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형식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요?” 수경샘은 다시 질문하셨어요. “형식이란 뭐인 거죠?” 이어서 얘기하시길 “형식에 대해 제대로 애기하려고 하다보면 내용과 형식을 나누는 것이 불필요해지는 때가 오죠. 질투에서 형식이란 건 ‘나’가 없는 형식을 고민하다 나온 것인데 예를 들어 반복, 이런 단락구분, 소제목이 없는 것, 이 정도의 분량 등이 형식이라고 볼 수 있죠. 어떤 사유를 담고 있느냐가 형식을 보여주고 형식을 논하는 순간 거기에 사유를 보여주게 되는, 형식이 내용이고 내용이 형식이 되는 건데 우린 자꾸 나누고 있죠.

단지 자신이 보는 것, 자신에게 보이는 것만을 시종 묘사하기 위해서, 이러한 묘사를 통해 우리는 화자가 얼마나 큰 질투에 휩싸여 있는지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진희샘 글-

화자가 누구인가 묻는다면 그에 답하기 전에 일단 누구가 아니라 무엇이라고 정정해주어야 한다. <질투>의 화자에게는 인칭대명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그 범위 너머에, 더 정확히는 그 이전에 존재한다. 그것은 A의 남편이 아니라, 하나의 시선이다 수경샘 글-

묘사와 시선에 대한 얘기도 나눴는데요, 은하샘은 강박적으로 집착해서 생각할 때의 의식세계를 표현한다면 이처럼 묘사될 것 같다. 화자의 시선의 강도가 엄청나서 풍경을 묘사한 것에서 이글이글거림이 느껴진다고 은하샘이 얘기하셨고, 저는 독자인 저의 시선에선 사물이나 풍경의 묘사는 뒤로 빼놓고 A…와 프랑크에 묘사에 집중이 돼서 질투의 감정을 더 진한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수경샘이 이에 대해 질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이 아니고 지각이 맞는 것 같다는 얘길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니체가 말하는 신체와 연결이 되네요. 선희샘은 사물과 사물의 거리(식탁의 자리배치, A…와 프랑크 손의 거리 등)로 질투라는 복잡 미묘한 심리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 놀라웠다고 했구요. 경혜샘은 내면과 표면을 구분했는데요, 보통 전지적 작가 시점은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질투는 그런 것 없이 단지 화자의 시선으로 표면을 훌터가기만 했다.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는 시점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내면의 표현이 없어서 처음엔 힘들었는데 읽다보니 신선하고 재밌었다. 아무리 외형을 잘 설명해도 내부를 알 수는 없는데 내면을 몰라서 모르는 거지 알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건지, 이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고 얘길 했어요. 수경샘은 발자크 같은 사람은 내면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설명을 하는데 로브그리예는 한 인간의 내면을 그 말로 설명할 수 있나? 내면은 1초안에도 수많은 생각이 들끓고 있고 무엇 때문에 변하는 건지 이유도 모르는 드라마틱한 공간이라, 사실 전지전능한 작가라고 해도 또 그런 감정으로 들끊는 나 자신이라도 내면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발자크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로브그리예는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는게 제 생각이고 이것이 로브그리예의 관심사라고 정리를 했다.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정리가 되셔서 은하샘의 첫 질문의 답을 해주신 것 같아요. 결론은 로브그리예의 묘사 능력에 모두 감탄.^^ 거기서 더 나아가 미영샘과 진희샘이 로브그리예처럼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모호하게 사용했던 언어들을 정확하게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다들 생겼을텐데요, 진희샘이 예를 든 ‘그 사람은 친절해’가 아닌 ‘그 사람이 나에게 모포를 주었어’ 라는 표현으로. ^^ 미현샘은 A…와 프랑크가 읽고 있는 소설속 소설을 언급하셨어요. 책의 주인공은 세관 관리다. 주인공은 관리가 아니라 어느 오래된 상사의 간부 사원이다. 그 회사는 질이 나빠 자칫하면 사기 행각을 벌인다. 그 회사의 사업은 대단히 휼륭하다. 주인공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성실하다. (p.143) 이건 뭐죠? 이랬다 저랬다... 이 질문엔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요? 라고 얘길 나누고 동의했다는...ㅎㅎ

그리고 시간에 대한 얘기도 나눴어요. 건화는 로브그리예가 시간를 다루는 방식이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을 했다는데요, “욕망이나 주체의 인식 차원에서 보면 시간은 우리에게 강도가 강한 것에 머물러 있게 하는데 그래서 <질투>를 이렇게 썼구나”라고 얘기했구요, 미영샘은 6시 30분은 A…와 프랑크가 떠난 시간인데 마지막 끝날 때도 6시 30분이었다. 날이 바뀌어도 질투라는 감정이 회복 불가능함을 말하는 것 같다. 라고 얘기하셨어요.

제 개인적으로 문학 세미나중 제일 즐거운 책이었네요. 이번 학기 책들에 대한 정리도 좀 되는 것 같았구요.  그러나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지라 이분법 세계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네요. 형식과 내용,  내면과 표면, 주관과 객관. 이렇게 자꾸 나누고 있는 저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었구요, 저에게 숙제로 남겨진 주관과 객관의 용법이 아직도 정리가 안되네요. 그러나 헤깔리면서 고고!

첫후기라 글 올리면서  떨고 있는거 아시죠?ㅎㅎ 세미나 시간을 떠올리며 즐겁게 읽어주시길. 혹 샘들의 얘길 오해했다면 댓글 달아주시구요.

그리고 공지예요. 5월 5일 쉬는 관계로 담주 책은 <몰로이>입니다.  간식은 선희샘이시구요. 그리고 담주엔 건강한 건화를 만나길 기대합니다.

 

 
전체 6

  • 2016-04-23 14:37
    로브그리예가 발자크를 언급한 건... 그가 부르주아적 근대소설의 시작점이라고, 실제로 전통적 소설 안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 작가라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발자크라는 한 명의 작가에 대한 비판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기존 소설에 대한 로브그리예의 문제의식 그리고 그에 기반한 그의 새로운 실험에 주목하시는 편이 좋을 듯요. ..........그나저나 후기 초반에, 마치 선생님들과 저의 문답처럼 보여 깜놀했네여;;

  • 2016-04-23 16:06
    넵, 로브그리예의 문제의식, 새로운 실험에 주목!!
    문답처럼 적은 건 그 질문과 답이 제겐 도움이 되서 이왕 후기쓰는거 정리를 제대로 해보자 하는 생각에 적었는데 부담스러우셨을라나요? ㅡ.ㅡ;;
    첫후기니 이해해주시길요.^^

  • 2016-04-24 07:36
    덕분에, 수업에 있는 것만은 물론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분이나마 낼 수 있었네요.
    친절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쌤! 꾸벅

  • 2016-04-24 18:50
    와 꼼꼼한 후기! 세미나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으셨네요~ 매주 쓰셔야겠어요ㅋㅋ.

  • 2016-04-24 20:50
    엄청난 후기네요. 로브그리예에 뒤떨어지지 않은 세세한 현장 묘사네요.

  • 2016-04-25 12:44
    후기의 새로운 실험? 정밀하고 세심한 후기!! 현장에 다시 앉아있는 듯 생생합니다. 첫후기 멋져요!!
    이후 세미나를 통해 소현샘의 질문 꼭 풀어나가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