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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특강] 9월 19일(목) 개강 / 카프카 읽기 : 실패 혹은 시도로서의 글쓰기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9-08-21 22:06
조회
1283

규문 가을 특강


카프카 읽기 : 실패 혹은 시도로서의 글쓰기


스피노자는 사상의 자유를 위해 고투하던 네덜란드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이들은 마치 구원을 위해서 싸우는 것처럼 노예상태를 위해 싸우는가?’ 사람들은 교회와 광장에서 저마다의 자유를 외치고 있었지요. 하지만 스피노자에게는 그들이 예속을 자유라 믿고, 증오를 역량이라 믿으며, 복종을 평온이라 믿는 ‘노예들’이었습니다.

들뢰즈는 카프카야말로 스피노자의 적자(嫡子)라고 했습니다. 알다시피 카프카는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는 외판원의 변신담 같은 것을 줄곧 썼습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숨 막힘을 호소하는데, 그들 주위로는 아버지, 하녀들, 관리들이 몇 겹으로 포진해 있어서 도무지 빠져 나갈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출퇴근, 사교,양복, 책상, 빨래 등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건사물과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카프카는 예속을 문제화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프카는 어떤 삶의 전략을 궁리했을까요? 어디에서 어떻게 출구를 모색했을까요? 변신체들은 아버지 집에서 갑충으로 살고, 관공서 안에서 엽기적 애정행각을 벌입니다. 아들과 갑충 사이에서, 죄수와 자유인 사이에서 어떤 주체화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을 비틉니다. 아무도 저 바깥의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지요. 아무런 제약도 없는 삶이란, 망망대해에 빠져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주인공들은 다만 변신함으로써 즉, 자신의 신체를 바꾸고 삶의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계속해서 욕망의 도주로를 찾습니다. 하지만 변신한다고 해서 지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벌레가 된 아들은 사과에 맞아 죽고, 아내를 얻은 K는 마을 골목길 사이에서 실종되어 버립니다. 카프카는 그 어떤 시도에도 해방의 열매를 선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실패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막힌 곳에서 다시 변신이 시도되고, 길이 또 열리기 때문입니다.

카프카의 원숭이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자유를 원치 않았습니다. 단지 하나의 출구만을 원했습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디든 관계없이.” 이번 가을, 카프카의 주인공들이 시도했고 또한 실패했던 6개의 실험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도주로를 열 것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쨌든 “전진, 전진! 궤짝 벽에 몸을 밀착시킨 채 팔을 쳐들고 가만히 서 있지만은 말아야 합니다.”

자기의 막다른 골목과 출구에 대해 질문하고 싶으신 카프카의 친구들을 찾습니다. 작품을 한 편씩 읽어가면서 즐거운 토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카프카의 문학 속을 헤매고 싶으시고, 글쓰기에 대한 욕망으로 밤마다 번민하신다면, 그야말로 대환영입니다! ^^

제1강(9월 19일) 지금 왜 카프카를 읽는가?

제2강(9월 26일) 측량 : 욕망의 지도 그리기 :『성』外

제3강(10월 3일) 변신 : 어떻게 ‘인간다움’을 넘어갈 것인가 : 『변신』,『학술원에 드리는 보고』外

제4강(10월10일) 독신 : 세 번의 약혼, 反-가족주의 :『선고』,『시골의사』外

제5강(10월17일) 탈주 : 제자리에서 유목하기 :『실종자』外

제6강(10월24일) 소송 : 시작도 끝도 없는, ‘과정’으로서의 삶 : 『소송』,『유형지에서』外

제7강(10월31일) 단식 : 굶기의 예술, 작은 문학 :『단식광대』,「어느 개의 연구」外

= 강사 : 오선민

= 개강 :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저녁 7시

= 수강료 : 20만원(총7강) / (입금계좌) 국민은행 343601-04-100406(예금주/윤세진)

= 수강을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고, 위 계좌로 등록하시면 됩니다.

= 기타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선민에게 연락주세요.(공일공.3111.9868)

* 확인해주세요! 규문은 회원들의 회비와 프로그램 참가비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참가비는 전액 공간운영비로 지출되므로 입금 후에는 환불이 불가하오니, 수강하겠다는 발심(發心)을 하신 후 입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체 18

  • 2019-08-22 13:40
    가을 저녁 카프카 세미나 신청합니다.
    카프카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지만 학인들과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재미있게 읽어보고 싶습니다.

    • 2019-08-22 14:49
      오! 환영합니다. 드디어 우리가 카프카의 우주 안에서 만나게 되는 건가요? 지현샘이 어떤 문턱에서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가 궁금합니다. 우리 정말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눠 보아요. ^^

  • 2019-08-23 01:14
    예속이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 배우고 싶습니다. 신청합니다 !

    • 2019-08-23 08:19
      예속. 우리는 무엇에 두려움을 느끼는가? 나의 욕망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정말 마음에 콕 박히는 말입니다. 예속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아요. 환영합니다! ^^

  • 2019-08-23 19:16
    카프카!! 무한한 생성의 장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7주니까~^^ 가볍게 신청합니다.

    • 2019-08-23 19:42
      옴마나! 당신은 바로 어떤 텍스트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으신 바로 그!! 이번 카프카는 용과용의 대격돌이 될 것 같습니다. 윤순 선생님의 카프카가 너무 궁금합니다. @o@

  • 2019-08-31 17:37
    권순장입니다.
    카프카 읽기 이제서야 시작하네요
    신청해요 그리고 입금 완료 010.3234.7920

    • 2019-09-01 09:47
      오! 오셨군요. 권선생님. 환영합니다. 카프카와 함께 더 많은 질문 속을 산책하시기를 바랍니다. ^^

  • 2019-09-17 11:22
    신청합니다

    • 2019-09-17 12:47
      입구도 출구도 없는 이 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프카는 산책을 중요시했습니다. 진리를 찾기 위한 발걸음이 아니라, 헤매기 위한 걸음걸음.
      자, 카프카와 함께 걸어 보아요.

  • 2019-09-19 16:53
    신청합니다

    • 2019-09-20 05:44
      카프카의 미로를 함께 돌아다녀 봅시다. 카프카가 만났던 많은 벽들, 많은 출구들을 우리도 겪어 봅시다. ^^

  • 2019-09-19 17:02
    신청합니다~ 실패 혹은 시도, 왠지 지금 저한테 꼭 맞는 주제인 것 같아요~

    • 2019-09-20 05:54
      카프카는 자신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그저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자기 욕망과 자기 상식에 갇히지 않으려는 자에게, 시도와 실패는 동의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계속" 실패해 봅시다.

  • 2019-09-20 21:38
    신청합니다. 첫 강의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카프카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여정에 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09-21 10:58
      선생님. 환영합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무한한 모험을 하게 됩니다. 각자 자기 문턱 앞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거지요. 선생님께서 어떤 벽을 만나고 그 앞에서 또 머무르게 되실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2019-09-23 17:46
    "어차피 또 갇힐 거야, 계속 걸어야 돼"라는 말에 너무너무 꽂혔습니다. 이 말은 첫 강의에서 들은 말이에요!
    이제 침대 머리맡에서 카프카를 읽으면서 잠드려구요 ㅎㅎ 신청합니다~~

    • 2019-09-23 19:10
      문이 벽이 되고, 벽이 문이 되는 경험 속에서, 침착하게 내 욕망의 지도를 그리기.
      고독하고 찬란하고 쓸쓸하. . 신? (feat 도깨비) ^^;; 민호와 함께 공부하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