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11월21일 예감세미나 공지

작성자
크느
작성일
2015-11-16 23:46
조회
3817

4주라는 짧은 기간만에 [피상성의 예찬]을 마무리(?)했습니다. 플루서는 세계를 선사시대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일반적이었던 현상들을 통해 파악합니다. 인간이 동굴에 벽화를 그릴 때 부터 실제보다 더 현실적인 홀로그램이 등장하는 오늘날 까지 말입니다. 플루서는 이 과정을 인간이 세계 속에서 상상력을 통해 구축하는 ‘추상게임(인간이 인간으로 되어가는 과정)’의 여정으로 분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비실제적 세계들이 창조됩니다. 시간이 얼어붙은 3차원의 공간에서부터 무(無)속에서 점멸하는 점들의 세계인 0차원까지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0차원, 즉 더 이상 추상할 것이 없어보이는 디지털 세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은 전통적인 세계관과 시뮬라크르들이 혼재하는 0차원에서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해야합니다. 일견 되돌아 가는듯 보이지만, 과거의 실제 세계를 향해 되돌아 가는 여정은 분명 아닙니다. 그 여정은 새로운 에피스티메 속에서디지털 상상을 통해 세계를 구축해야만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삶입니다.


플루서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줍니다. “근대적인 세계상은 우리가 그 앞에 서서 그것을 풀려고 시도하는 수수께끼의 세계상이었다. 우리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수께끼 같은 현상들의 배경들 속으로 전진해 들어가야 했다. 이러한 전진은 과학에 의해 이끌어 졌다. 이때 목표는 풀린 수수께끼, 문제 없게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진기한 의미에서 이 목표는 실제로 달성되었다: 세계는 문제없이 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문제성을 띠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과 얘기하자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면 더 이상 문제가 없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변경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수수께끼 앞에 서 있지 않고, 비밀의 한가운데에: 황당무계함의 신비 속에 서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이 비밀을 해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그것은 읽을 수 없다—, 이 비밀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그것에 우리 고유의 기호를 투영하려는—시도를 한다. 새로 나타난 우리의 세계상 속에는 배경들이 없다: 세계는 전면을 가지고 있는, 아무것도 숨기고 있지 않은 표면이다. 그것은 영화관의 스크린이고, 그 위에 우리는 의미를 설계한다. 무엇보다도 영사기로서가 아니라, 스크린 직물 속에 포함된 매듭으로서 의미를 설계한다. 이렇게 잠정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세계상은 미래 정보사회의 세계상이다.(356)” 그의 말대로 우리는 더이상 세계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현상들의 배경들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비밀스런 정보사회 속에서 우리 고유의 기호를 투영해야 합니다.


다음 시간(11월 21일)에는 비포의 [프레카리아트를 위한 랩소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경제와 정서의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으킨 변이를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합니다. 먼저 정보의 가속화가 인간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두번째로 가상적 소통이 신체적 지각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인간들 사이의 교류가 점점 더 전자기기를 매개체로 삼아 이뤄질 때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질문들을 토대로 정보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나갑니다. 물론 디지털 네이티브인 우리의 현재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 같네요…. 공통과제와 질문들을 들고 토요일 저녁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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