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0109 예감세미나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5-12-31 23:59
조회
580
마지막으로 읽은 현대미술은 과학과 영성이었습니다. 둘은 참 상반되는 주제였습니다. 과학은 한계를 모르고 그야말로 할 수 있는데까지 발전하는데, 인간은 결코 거기에 발맞추지 못하니까요. 반면 영성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을것만 같은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지배하는 한편 점점 과학에게 자기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형편이지요. 둘 다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건만 한쪽은 명확하고 증명할 수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모호하다는 이유로 가라앉는다는 게 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_~

과학편에서 재밌었던 것은 과학실험에서의 우연성, 과학의 이성적이고 명확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을 표현한 작품(<모호한 직관을 증류하는 장치>, <약국>), 그리고 생명공학의 끝까지 내달린 끝에 도래하게 될 끔찍한 모습을 표현한 작품(<농장>, <나뉠 수 없는>)이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적당한 진보인가, 과학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들이었어요. 그리고 예술은 과학의 폭주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그 방법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코바늘 뜨기로 마치 세포분열을 실행하듯 만든 산호초들(<이해를 장려하는 기관>)이나 생물을 유전자로 환원하여 전시하면 모두 동일하게 보인다는전시(<동물 기호학: 영장류, 개구리, 영양, 물고기>)는 과학이 밝혀낸 자연의 표현방식을 적극 도입하여 만들어낸 작품이었습니다.

반면 영성에 대해서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운석에 맞은 주교의 형상(<아홉 번째 시간>)이 말하는 유머나 양에게서 태어나는 인간의 모습(<탄생>)을 표현하면서 특정 종교의 이야기를 말하는 도상은 보는 순간 한번에 와닿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종교적 정체성을 표출하는 작품은 더더욱 종교적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다만 <엘비스에게 바치는 재단>과 같은, 신의 자리를 스타가 대신하는 작품은 결국 그 자리에 종교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다른 것들보다는 이해하기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점에서부터 온갖 나뭇잎과 곤충이 태어나는 가운데 추방된 인간을 그린 <무제(추방)>이 재밌었는데요, 과학의 빅뱅과 기독교 창세기의 추방당한 인간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둘 중에 뭘 믿을래? 라고 묻는듯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과학과 영성 두 챕터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결국 과학과 영성, 둘 다 믿음의 문제와 떨어질 없는 것이니까요.


다음 세미나는 1월 9일입니다. 마지막 시간~ 그동안 읽은 책을 돌아보면서 에세이 한편 써 옵니다.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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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01 00:41
    수고 많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