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읽는 일요일

후기+공지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12-11 21:55
조회
592
이번 <대반열반경>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인물과 만나게 됩니다. 바로 '아사세왕', 아버지 빔비사라 왕을 살해하고 왕이 된 자입니다. 이렇게 나오네요.

...왕사대성의 아사세왕은 성품이 악하고 살생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또 입으로 짓는 네 가지 나쁜 짓을 범했다. 또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마음이 치성하여 눈앞의 일만 보고 장래의 일을 보지 못하였다. 또 악한 사람들을 권속으로 삼았고 현세의 다섯 가지 욕락만을 탐하였기 때문에 허물 없는 부왕까지 살해하였다.

아비를 죽였지만, 바로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마음으로 뉘우치는 기운'을 내게 됩니다. 마음의 변화는 몸에 나타나 온몸에 등창이 생겼고, 등창에서는 나쁜 냄새가 나서 가까이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축복처럼(!) 이 순간 아사세왕은 자기 인생에 대해 회의하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 등창은 마음에서 생긴 것이지 사대(四大)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닙니다."
"어찌 내가 지금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왜냐 하면 나는 아무 잘못 없는 부왕을 살해하였기 때문이다. 곧 나는 일찍이 지혜 있는 이가 '이 세상에서 다섯 종류의 사람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곧 다섯 가지 역죄를 지은 자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이미 무량하고 가없는 아승기 죄를 지었다. 그러므로 어찌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또한 나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여 줄 훌륭한 의원은 없다."
"(...)마치 사슴이 먹을 풀만 보고 함정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마치 쥐가 먹을 것만 보고 고양이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와 같다. 그래서 현재의 쾌락만 보고 미래 세상에서 악한 고통의 과보를 받을 것을 보지 못하였다."

아버지를 살해한 대역죄인이지만, 아사세왕은 딱 '인간'입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자신에게 무엇이 닥칠지 알지 못하고, 당장의 분노나 쾌락, 무지에 이끌려 악업을 짓고 맙니다. '이 굴레에서 나를 구원해줄 이 누구인가. 나를 진정 구원해줄 자는 누구인가.' 아사세왕의 고뇌는 이런 것 아닐까요. '과연 내 삶에 출구가 있는가' 역시.

왕을 찾아온 여러 외도들과 질 낮은 의사들은 아사세왕에게 '근심하지 말라'는 충고를 합니다. '근심하면 근심만 키울 뿐'이라면서요. 딱 우리 모습이기도 합니다. '출구 없어 보이는 고민을 왜 붙잡고 있는가, 고민만 키울뿐이니 고민 정지! 그럭저럭 살아보세' 하게 됩니다..  아사세왕의 고뇌는 다행히 그런 식으로 미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선지식의 인연을 만납니다.
우리가 읽은 부분에서는 아사세왕의 죽은 부친이 소리로 나타나 그에게 '부처님께 가라'고 하는 내용에서 끝이 났지요. '부처님, 세존을 제외하고서는 구제할 이가 없습니다. 저는 왕을 불쌍히 여겨서 이렇게 권하는 것입니다.'하고요.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시간에!)

아사세왕은 사실 자기에게 구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에도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한 때 그를 이끌었던 것이 쾌락이라면, 지금 그의 삶은 온통 두려움과 근심에 잠식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가르치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는 어떤 인간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 차별 없이 깨치고 또 낫게하는 것이 부처님법이라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여러 부처님,세존은 큰 슬픔으로 세상을 두루 덮으시기에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습니다. 또 바른 법이 크고 넓어 포섭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또 원수나 친한 사람에게 모두 평등하에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 곧 여래께서는 사부대중의 스승만이 아니라 모든 천, 인간, 용, 귀신, 지옥, 축생, 아귀 등의 스승이 됩니다. 따라서 모든 중생들도 부처님 받들기를 마치 부모처럼 해야 합니다.
(...)
또 탐함이 없는 성품을 가진 대가섭 등에게만 출가하여 도를 구하도록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탐심이 많은 난타의 출가도 허락하셨습니다. 또 번뇌가 엷은 우루빈라가섭 등에게만 출가하여 도를 구하도록 허락하신 것이 아니라 번뇌가 두텁고 무거운 죄를 지은 바사닉왕의 동생 우다야의 출가도 허락하셨습니다.
(...) 앙굴마라가 나쁜 마음으로 살해하려 하였어도 그를 버려 두고 구제하지 않거나 하시지 않았습니다. (...)
술을 끊은 사람만을 위하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즐기는 욱가 장자처럼 만취한 자에게도 법을 설하십니다. (...)
문득, 다소 모범생 타입의 수행자;;의 탐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ㅋㅋ 깨달음은 속세에서 착하다거나 성실하다거나, 죄 없다는 이들에게만 열려있는 게 아니죠. 모두에게 열려있고, 실은 누구에게나 급선무지 않을 수 없는 것일 겁니다. 한편, 우리의 이상한 자격지심은 또 어떤가요. 뭐랄까, 뭔가 찔끔 막히면 곧 '난 안돼'하게 된다거나 합니다. 사실 어떤 인간의 열악함;;;도 바로 그로 인해 깨달음에 장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은 만취한 자, 음녀, 늙은이, 어린아이, 외도를 가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다행아닌가요...ㅎㅎ^^ 아직도 저는 종종 '나같은 게 무슨 공부'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치만 사실 뭘 하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인간이든, 자기 삶을 이해하는 일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 되지는 않을 거심미다..

끝으로,
"황금을 녹여 사람을 만들고 수레와 말에 각각 백 개의 보배를 실어서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옮긴 것만 같지 못합니다." (447)


돌아오는 일요일이면 드디어 <대반열반경> 1권 마지막 장을 읽겠군요.
정말로 기쁩니다.ㅎㅎㅎㅎ 2권 있으신 분들 챙겨오시고요~ 우리는 또 낭랑한(^^) 목소리로 일요일 오후를 채워봅시다.!
곧 뵈어요~!

+ 이번 주에 새로 한 분이 오십니다. 환영 겸 모두덜 일찍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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