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11월 선물목록

작성자
김훈
작성일
2021-11-30 16:38
조회
1052

<11월 선물목록>


날이 추워졌습니다. 제가 선물목록의 처음 작성했던 것이 눈이 펑펑 내리던 올해 1월이었답니다. 그때 건화샘과 민호샘이 연구실
앞에서 만든 눈사람의 사진을 찍어서 선물목록에 올렸더랬는데, 정말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한 달만 지나면
또 다시 한해가 시작되고 1월이라니요. 처음 선물목록을 작성할 때는 샘들의 이름을 몰라서 선물이 들어올 때 마다 무슨 세미나를
하고 있는 샘이냐고 연구실 식구들에게 물었더랬는데, 이제는 들어온 선물만 봐도 누가 보내주셨는지 대강 아는 정도가 됐다고
할까요. 처음 선물목록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몰라 헤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선물목록 쓰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게 되었답니다.
뭔가 그래도 선물목록에 그럴듯한 말을 써야 되지 않을까. 고심했던 처음을 생각하면 이제는 연구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여러 샘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지내게 되면서, 할 이야기를 억지로 찾아서 쓰려고 하지 않아도 선물목록에 쓸 것이 생겼다고
할까요. 자연스레 연구실에 일어나고 보이는 일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물목록 또한 저의 공부의 일환이기도 하였지요. 사람 살아가는 것이 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산다는 것이 뭔지를 알게
해주었으니까요.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선물목록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고 할까요.
샘들이 내어주신 마음들이 모여서 연구실이 운영되는 것처럼 저 또한 나와 관계한 사람들 마음들 덕에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받아온 만큼 마음을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기도 한답니다.


여하튼 11월에도 많은 선물이 들어왔답니다. 샘들이 내어주신 마음 덕에 이번 달에도 연구실은 이러저러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었답니다. ^^



불교의 미영샘께서 콜라비와 양상추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양상추도 저렇게 신문에 둘둘 말아서 백팩에 넣고 한 손에 무겁게
종이 백에 들고 오셨는데, 사진을 찍질 못했네요. 주신 콜라비 4개와 양상추 4개는 냉장고 하단 야채실을 가득 채웠답니다.
그리고 갑자기 야채부자가 되었으니 무엇을 해먹을까 고심하던 차에 민호샘과 건화샘이 발 벗고 나서서 생전 해보지 않은 피클을
담갔으나 간을 맞추는 데는 실패~ 결국 정옥샘에게 부탁해서 심폐소생술로 다행히 맛있게 담가졌답니다. 그래서 콜라비와
양상추 피클은 보름 이상 식탁의 밥도둑이 되었지요.^^



김지현샘께서 완도산 곱창김을 선물로 보내주셨답니다. 마침 김이 떨어졌었는데, 곱창김은 가위로 싹싹 잘라서 간장에
찍어먹으면 밥반찬으로 안성맞춤이죠. 그리고 사진이 위에서 찍혀서 그런데, 양도 상당히 돼서 한참을 맛나게 먹을 것 같아,
왠지 든든해진 기분이었답니다.^^





주역의 태미샘께서 이번 달 각종 식자재가 든 선물세트(고등어, 피망, 두부, 부침가루, 김치, 버섯, 호박, 쌈모듬)와 반찬으로
먹으라고 멸치볶음, 고추장아찌를 선물로 주셨답니다. 주신 선물세트 앞에서 태미샘이 '내가 두부부침 해먹고 싶어서 두부와 부침가루
사왔어'라고,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는데,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ㅎ 그날 저녁은 태미샘의 바램처럼 고등어구이와
두부부침을 해먹었답니다. ^^



부천팀의 진아샘과 경혜샘께서 무려 쌀 네 가마니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일렬로 세워놓고 보니, 쌀들이 참
위풍당당하더라고요. 그리고 '내년 봄까지도 연구실 살림을 든든하게 해주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듬직하던지요. 작년
푸코나 일리치 세미나에서 자주 뵙던 샘들이었고, 제가 규문에서 공부하기까지는 부천팀 샘들의 권유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하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던지요. 저 쌀을 보니 샘들의 마음이 여전히 저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불티의 은순샘께서 코다리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올해 오징어와 코다리를 번갈아 줄곧 보내주셔서 항상 감사히 잘 먹고
있답니다. 이 코다리는 오자마자 연구원들이 총 동원해 일일이 손질하게 잘라서 한 번에 다 먹을 수가 없으니 김치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답니다. 그리고 첫 개시는 혜원샘이 전날 양념을 재워서 니체팀 식사 당일 날 화려하게 등장시켰지요. 다들
좋아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답니다.~^^







평소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시는 효암스님께서 예쁜 꽃과 각종 차, 그리고 꽃개탕면, 홍삼엑기스, 귀여운 자석걸이, 거기에 고구마까지
선물로 한가득 주셨답니다. 효암스님께서는 내년부터 불교와 글쓰기의 세미나에게 아비달마구사론를 가르쳐주시는데요. 그로인해
규문 근처로 이사 오시면서 이래저래 짐 정리하시다가 연구실에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을 선물로 주셨답니다. 그리고 이제 효암스님이
근처에 기거하시면서 식사로 하러 오시고, 주신 선물들이 연구실 내 곳곳을 채우게 되니, 뭔가 연구실 공기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더 다양해지고 풍족해지는 느낌입니다.^^



주역의 정우샘께서 종이가방에 대봉감을 조심스레 싸가지고 오셔서 선물로 주셨답니다.  두면 하나씩 익을 거라는 정우샘의
말씀처럼 며칠에 한 개씩 빨갛게 홍씨가 되었지요. 그리고 그 감 하나씩 익으면 연구실 누군가가가 먹어서 이제 몇 개 안 남았답니다.^^



주역의 정랑샘께서 고추, 문어볶음. 깻잎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정랑샘께선 여기에 올리진 않았지만 얼마 전 주역팀 밥반찬 하라고
멸치볶음도 주시고, 때때로 반찬을 선물로 주시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특히 이날 주인 문어볶음은 정말 너무 맛있어서
금방 동이 났답니다.^^



주역의 영주샘께서 생강 진액을 선물로 주셔서, 바로 딸깍! 열어서 한잔씩 시음했답니다. 아무래도 매번 주시는 선물들이 영주에서
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영주시골집에서 공수해온 것이 아닐까 요. 다들 맛있다고 할 정도면 말이죠. 요리할 때 긴요하게 쓰일 것은
생각하고 냉장고에 넣어두니 든든해집니다.^^




불교의 윤지샘께서 이번 달에 여러 가지 주방 선물들을 주셨답니다. 단감과 종량제봉투, 그리고 샐러리, 토마스홀은 이날 야채스프를
맛있게 해먹었고요. 그리고 섞박지, 배추김치는 직접 친척들과 담근 것이라며 차로 가져다주셨는데 얼마나 싱싱한지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더라구요. 이렇게 마음을 내어주신 선물들을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는 건, 가져다주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선물에서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니체의 경희샘께서 김장을 하셨는지, 매달 보내주시는 계란은 물론 김장김치도 선물로 주셨답니다. 이렇게 매달 마음을 내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이번에는 정말 저렇게 손으로 한 움큼 들어보아도 양념이 빽빽이 찬 맛있는 김치를 보내주셨네요. 그리고 몸이
안 좋으셔서 세미나에 오시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아무쪼록 쾌차하셔서 연구실에서 얼굴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역의  재복샘께서 감귤을 선물로 직접 들고 오셨답니다. 요즘 재복샘은 금요일마다 꼬박꼬박 공부하러 오고 일요일 저녁에는
연구실 청년들과 축구를 함께 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재복샘의 일주일의 루틴이 되었다고 할까요. 이제 와야 하는 요일에 재복샘이
오지 않으면  연구실에선 모두들 '재복샘에게 뭔 일 있나'하고 걱정을 할 것 같습니다. ^^



 부천팀의 진아샘께서 귤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경혜샘과 함께 쌀 네 가마니도 보내주셨는데, 이렇게 귤도
보내주시다니요. 귤은 언제나 세미나 간식으로는 내놓기도 좋고 틈틈이 옆에 두면 손이 가는 간식이랄까요. 그러지 않아도 재복샘이
주신 귤이 동이 나던 참에 진아샘의 보내주신 귤은 너무 반가왔습니다.^^



며칠 전에 택배로 명란 젓갈 2통이 도착했는데, 수소문 중이나 아직 누가 주신 선물인지 알지 못하고 있답니다. 이 선물 목록을
읽는 샘들 중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ㅎ 어쨌든 이번 달 마지막 선물인 명란 젓갈로 효암 스님이 가르쳐주신
전자렌즈를 이용한 명란계란찜을 해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다음엔 명란 파스타를 해먹어봐야겠습니다.^^


이번 달 규문에선 여러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우선 한 달 내내 학술제 준비와 내년 세미나 회의로 연구실 청년들은 얼마나
바빴는지 모른답니다. 그리고 엊그제부터 연구실 내 겨울옷을 나누는 연근마켓을 열렸는데요. 오픈 첫 날인 일요일부터 대성황
중이랍니다. 그리고 규문의 홈페이지가 가능하다면 학술제 전에 새로 오픈하거나, 적어도 올해를 넘기기 전에 오픈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주역에 호진 샘께서 재복샘이 했던 것처럼 64괘를 다 외워서, 주역팀과 연구실 식구들이 있는 가운데
암송을 했었답니다. 장장 한 시간이 가까운 시간이었지요. 그리고는 왕관식과 더불어 성대한 파티까지 있었다능~ㅎ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년 불교와 글쓰기의 아비달마구사론을 가르쳐주시기 위해 효암스님께서 근처에 기거하게 되시면서
매일 식사하러 오시는데요. 뭔가 연구실 내 공기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맛나는 것도 만들어주시고
이러저러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답니다. 특히 미국흑인거지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요. 달라이라마께서 미국에서
설법을 하실 때, 우연히 그것을 들은 미국거지가 구걸을 해서 번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지금 티벳 망명정부인 인도의 다람살라에
계시는 달라이라마까지 뵈러 와서는 수년째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영어를 말할 줄만 알았지 쓸 줄도 모르는
일자무식에도 불구하고 티벳어를 배우고 불교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은 그저 설화라든가 소설에나 나올법한 놀라운 이야기였답니다.~^^


이렇게 11월에도 연구실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올해 마무리와 내년 준비를 위해 여념이 없답니다. 샘들도 모두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 공부를 위한 계획도 잘 세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4

  • 2021-12-02 10:27
    꽉 찬 느낌이네요! 이렇게 선물들을 모아 놓고 보니 많은 분들이 오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 많은 것을 언제 또 게 눈 감추듯 먹었는지 ㅋㅋ 그리고 효암스님께서 오신 덕에 연구실 분위기가 또 달라졌네요~ 다양한 선물로 이전과 다르게 풍요로웠던 11월이었습니다.

  • 2021-12-02 18:19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훈샘의 선물목록, 이번에도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든든한 훈샘! 훈샘의 맛나는 나물과 콩나물 같은 밑반찬들 역시 귀중한 선물입니다!

  • 2021-12-23 18:22
    ezg6b305

  • 2022-01-16 01:10
    izr05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