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동사서독  &  동사서독 숙제방

0910후기 + 0924공지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09-12 23:45
조회
514
채운샘이 자주 강조하시지만 어떤 사상을 이해할 때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하지요. 노자는 전국시대 혼란기의 철학이라는 것 역시 계속 생각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철학은 어느 때 가능한 것인가’, 도(道)가 땅에 떨어진 시대가 도리어 철학하기 좋은 시대입니다. 전국시대 제자백가는 저마다 자기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사유를 벼려낸 것. 노자, 유가, 법가 등이 시대의 문제를 읽는 방법도 또 거기서 찾아낸 출구도 다르겠지만 같은 지반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양에서도 헬레니즘 시대, 로마 시대에 이르면 완전히 다른 철학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고 해요. 그 이전까지는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철학, 그러니까 원본과 모사의 세계를 구분하고 진리와 비진리, 이데아와 현상계를 구분하는 철학이 있었다면요. 전쟁을 겪으며 – 여기도 도가 땅에 떨어집니다!;; - 더 이상 어떤 이데아를 추구하는 사유가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게 됩니다. 눈 앞에서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때에 바로 그 세계는 원본의 모사에 불구하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쨌든 노자는 전국시대 다른 제자백가들과 견주며 읽어야겠슴다.
이번 시간에 많이 이야기했던 것은 공자의 철학이지요.

중국 철학 전통을 쭉 보면 한 쪽에 공자로 대표되는 사유가, 다른 한쪽에 노자로 대표되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해요. 물론 통하는 점이 없지 않겠지만 분명 중요하게 대조되는 점이 있는 것이겠지요.

공자의 철학은 어디서 시작했나.
공자가 말하는 무도한 시대란 인간이 그가 본래 가진 본성을 상실한 시대입니다. 공자는 ‘우리가 어떻게 관계 맺고 살 것인가’의 문제에 천착했는데요. 도가 땅에 떨어진 시대에 인간은 그 인간성을 잃고 아비답게, 군주답게, 자식답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인(仁)은 잃어버린 + 회복해야 할 인간 본성이지요.
도가 땅에 떨어진 시대는 거슬러 올라가 주공의 시대에 견주어집니다. 주공은 중국 문명을 시스템화한 자라고 설명을 들었어요. 모든 (바른) 문화의 원천이 주공의 법이고 주공의 시대입니다. 헌데 지금은 그 바름을 잃고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 그 모습이 ‘예악이 땅에 떨어졌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은 인(仁)하며 –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깔려있다는 것 역시 알아둡시다 –  인간의 관계들을 잘 배열해 주기 위한 문화가 예악입니다.(여기 좀 아리까리합니다;) 어쨌든 예악이 무너진 것은 다음과 같이 나타나지요.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을 참람하고, 각자의 신분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합니다. 제사를 비롯한 각종 일상생활에서 예와 악이 무너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악을 회복할 것인가. (예악의 회복이 인간성의 회복!) 공자가 제시한 방법은 친친(親親)이라 합니다. 가까운 사람을 친히 여긴다. 이 지점에서부터 인(仁)을 회복해나가 전체 국가가 바르게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가는 친족집단 중심의 통치체제라는 말도 하셨죠.

공자의 철학 설명을 마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인간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으로 통용되는 가치가  긍정되고, 어떻게 그 가치를 올바르게 추구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사고방식이 있다고요. 유가는 이런 경우입니다. ‘인간이라면~’에 해당하는 어떤 올바름을 추구하는 자들은 유가적 전통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가치를 올바르게 추구하여 모두가 다 잘 사는 세계가 된다는 생각이 도리어 삶을 억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채운샘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노자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셨어요. 노자를 배우며 중요하게 생각해 볼 지점이 되겠습니다!

유가에게 주공의 시대로 대표되는 전통, 문화, 예악이 회복해야 할 모범이었지요. 하지만 노자는 오히려 예악이 인간을 속박한다고 봅니다.
공자에게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준은 사람의 도(人道)라면, 노자는 하늘의 도(天道)를 말합니다. 어떻게 무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유가는 친친을 말했지만 노자는 도리어 하늘의 도를 따라 무친(無親)을 이야기한다고 해요. (오... 흥미로왔어요....!!) 그래서 노자가 제국의 통치학이라 하더라도 유가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유가는 다수의 공리성을 중시하지만 노장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백성들을 무지하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이런 말도 가능하고요. (조별 셈나 때 ‘배움이 없기를 배운다(學不學)’에 같이 밑줄을 쳤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어쨌든 노자가 보기에 무도한 시대는 도리어 인간이 ‘인간적’으로 너무 잘 살려고 한 데서 온다고 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관련된 설명들은 정말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유가에서 주장하는 인위적 시스템 자체가 인간을 억압하는 것 아닌가. ‘잘 살려고’, ‘잘 해보려고’ 하는 일들이 도리어 인간 삶을 황폐하게 하지 않는가. 진보적, 사회적, 대안적,,, 아무튼 그것이 뭐든, 그 가치가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어떤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 아닌가.

예컨대, ‘정말 정당하게 돈 벌어 먹고 살려면 취직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인간답게 살려면 집이 있고 가족이 있어야 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게 합니다. 어떤 시대나 그 시대에 올바른 것으로 통용되는 가치가 있습니다. 유가가 그 어떤 가치를 '올바르게' 추구하고자 한다면, 노자는 그 가치 자체에 대해 질문한다고 합니다. 어떤 가치는 대체 왜 가치있다고 평가되는가... 이런 방식으로요.  중국 철학사는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유가적인 것과 노가적인 것- 태도가 병존하면서 진행된다고 하겠습니다.

후기 씀서 나는 어느 파인가... 생각해 봤는데요;;
역시 유가쪽에 가깝습니다. 뭔가 해놓고 잘 안되면 '억울하다!' '나는 정당하건만!' 하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잘 나타나는 것 아닌지.
그렇다고 노자를 이상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왕 공부하는 거 노자 파(?)가 되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될란다고 돼지는 않겠지만요,,!

저는 요번 학기 쭉 후기+공지를 꼼꼼 명쾌하게 쓰라, 시간을 잘 지키라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당장 오늘 쓰는 데에도 월요일이 넘어가길래... 정리도 역시 안 되길래...  밝혀봅니다- !!
(물론 이 또한 뜻한 바대로 될지는 모르것습니다.  다행히 하청제도도 있으니 종종 잘 쓰겠습니다^^!)
다들 큰 결심... 무너지는 것을 만나며 한 학기 즐거이 공부해 봅시다^^

담 시간에 뵈어요-
명절 잘 보내시고요-

담 시간 읽을 것 : 벤자민 슈워츠,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  &  앤거스 그레이엄, <도의 논쟁자들> 임다!
(스캔은 내일 아침 올라갑니다~)
공통과제 있어요! (★)

발제 : 혜원 & 수영
간식 : 은남샘 & 규창

 
전체 2

  • 2016-09-13 00:13
    억울하거나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 때 유가쪽에 가깝다 생각한다고?? 유가의 누가 그런 식의 정당화를? 유가에서 젤 중요한 게 수신!이란 걸 그리 배웠건만! 유가든 노자든 무도한 시대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모색한 결과 도출된 사유라는 걸 잊지 맙시다. 둘을 기계적으로 대비시키거나, 유가는 나쁘고 노자는 옳다 식의 발상은 아주 위험합니다. 유가의 입장에서 노자를 바라보고, 노자의 입장에서 유가를 바라봐야, 우리도 우리의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생깁니다. 우리는 그 둘을 저울질할 수 있는 초월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 수영이가 내 강의의 포인트를 좀 헛짚었다는 느낌이... 글고 풍우란 & 이택후 선생이 <노자>를 독해하는 차이와 포인트는 전혀 언급이 안 되었구나...

    • 2016-09-13 00:19
      ㅠㅠ 넵, 다들 저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마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