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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어도 되나요' - 주역수업(11.12)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11-17 13:38
조회
388
오늘은 중부괘(中孚卦)를 살펴보겠습니다.

 

중부(中孚)라는 말이 일단 ‘마음(中)에 믿음(孚)이 있다’는 뜻이죠. 마음에 믿음이 있다니 뭔가 술술 풀릴 것 같죠? 절대 아닙니다. 뒤에 효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히려 길하고 좋은 얘기보다 경계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마음속에 신뢰가 ‘있다’기 보다 ‘있어야 한다’거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괘의 모양으로 보면 양양음음양양, 그러니까 위와 아래는 둘씩 양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 두 효가 음으로 비어 있는데, 이것을 가운데가 비어 있는 것, 속이 통하다(허심탄회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해요. 아무튼 중부는 마음에 신뢰나 믿음이 있어서, 그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감동시키는 것과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괘사를 보면 ‘중부는 정성이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미치면 길하다(中孚 豚魚 吉)’고 되어 있어요. 오잉? 웬 돼지와 물고기? 다소 엉뚱한 것 같지만, 정샘은 돼지와 물고기가 만물 중에서 가장 감동시키기 어려운 동물의 대표적인 예라고 했어요. 내 정성이 얼마나 지극하면 돼지와 물고기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을까요. 과장해서 말한 것이긴 하겠지만요. 이것을 인간사회에 적용하면 어떤 무딘 사람도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마음에 정성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정샘의 말씀으로는 충실함과 믿음(忠信)이 있으면 불이나 물도 걸어서 건널 수 있으니, 강물 같은 건 쉽게 건널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큰일을 해내는 것이 이롭습니다(利涉大川). 여기서도 손괘가 음목이기 때문에 나무로 된 배를 타고 강을 수월하게 건너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 배가 바로 빈 배(虛舟)로, 침몰하거나 뒤집힐 걱정이 없다고 했어요(아까 전체 괘에서 가운데 3,4효가 비었다고 한 것도 생각나시죠?).

 

단전으로 가면요. 위의 손괘와 아래의 태괘를 풀어서 ‘기뻐하고(兌) 겸손한 것(巽)이 부(說而巽 孚)’라고 했는데요. 이에 나라를 변화시킨대요(乃化邦也). 여기서의 화(化)는 변(変)과 달리 조금씩 변해가는 정도가 아니라,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에요. 가장 많이 드는 비유가 애벌레가 나비로 바뀌는 순간이죠. 이렇게 나라가 변해서(화해서) 완전히 새롭게 되는 것을 말해요. 그것은 나라의 구성원인 백성들이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백성이 되는 것, 대학에 나오는 ‘신민(親民=新民)’의 개념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렇다면 백성이 새로워지는 것은 무엇으로 나타날까요? 바로 그들이 사는 방식, 유행, 구체적 일상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나겠죠. 이것이 풍속이 바뀌는 것(移風易俗)입니다.

 

대상전엘 보면 이 ‘중부괘를 보고 군자는 옥사를 의논하고 사형을 늦춘다(君子 以 議獄 緩死)’고 했어요. 정샘의 풀이를 보면 군자가 옥사를 의론하는 데 있어서는 최선을(忠) 다하고, 죽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을 다한다고 해요. 사형선고는 최대한 관대함(緩, 寬)으로 해야 한다는 거예요. 군자는 그 사형선고를 받게 되어있는 죄인이 무지와 무명으로 이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를 불쌍히 여깁니다. 유가의 군자는 법보다 사람이 먼저인 것이죠. 부모가 죄를 지었을 때엔 그것을 고발하지 말고 덮어주는 게 맞다고 하잖아요. 여기에서 각박한 법의 대표적인 예로 우샘께서 상앙의 변법(신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잠깐 살펴보고 갈게요. 상앙의 개혁은 두 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졌는데, 그 시기가 각각 BC 359년(효공3년), BC 350년(효공12년)입니다. 당시 부국강병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이 군주 중심의 지배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대두된 것이 변법이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나라가 상앙이 주도한 진나라였대요. 상앙의 1차 개혁은 모든 가구를 5가구, 10가구 단위로 구성해서 조세와 병역의 의무를 공동으로 지게 하는 십오제와, 그 안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제를 실시했는데, 그 상벌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는 분위기가 철저하게 만들어졌다고 하고요. 기존 귀족의 세습특권을 없애고 거의 대부분의 백성을 포함한 20등작제를 실시하고, 군공을 세움에 따라 작위를 하사하여 구 귀족 계급의 해체도 성공적으로 이뤄냈습니다. 2차 변법에서는 그 유명한 군현제를 만들어 군주가 임명한 관리를 각 현에 파견해 지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했고, 법령으로 소농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철저히 파악하도록 했으며, 도량형을 통일하고 법가이론으로 사상을 단일화했어요. 이것이 결국 진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통일을 이루도록 하는 힘이 되었는데요. 철저한 법가였던 그는 태자의 죄도 지나치지 않고 그 교육을 담당하던 관리에게 중형을 내리는 둥, 변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귀족들의 반발과 불만을 사요. 결국 최대 지지자였던 효공이 죽고 나서 자신도 자신의 법에 의해 잡혀서 죽임을 당합니다. 하지만 그가 죽은 이후에도 그 효과를 검증받은 변법은 계속 유지되죠. 아무튼 상양의 경우는 여기서 말하는 군자의 경우처럼 완(緩)한 사람이 아니라 각(각박:刻)한 사람이었죠.

 

이제는 효를 살펴볼까요.

초구는요. 생각을 깊게 해야 길하고 다른 것이 있으면 편안하지 않게 된대요(初九 虞 吉 有他 不燕). 중부의 시대라고 신뢰가 넘치는 시대가 아니라고 처음에 말씀드렸죠. 오히려 지금과 같은 불신의 시대에 가까워요. 이럴 때 처음부터 잘 살피는 것이 당연합니다.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잘 헤아린 후에야 따라가야 한다고 했어요. 초구가 육사를 까딱하면 따라가기가 쉽지만 여기서 우(虞)라는 글자를 쓴 건 꼼꼼하게 잘 따져보고 손익계산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만일 믿을만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알맞은 바를 얻지 못했으면 후회와 부끄러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돼요. 잘 계산한 후에 믿어야겠다고 결정이 되면 이제 전적으로 믿어야지 두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다른 마음을 두면 편안하지 않을 거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육삼도 볼게요. 육삼은 정응인 상구를 얻었는데, 어느 때는 북을 치고 어느 때는 그만두고 어느 때는 울고 어느 때는 노래를 해요(六三 得敵 或鼓或罷或泣或歌). 이건 뭔가요. 사정을 들으면 진짜 불쌍한데요. 얘는 숙주가 조정을 당하듯 완전 휘둘리는 애라지 뭡니까. 육삼은 음효이면서 태괘의 맨 위니까 마음이 부드럽고 쉽게 기뻐하는 마음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그가 신뢰를 나누는 바의 정응인 상구를 만났으니 쉽게 휘둘릴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죠. 금방 업이 되었다가 또 금방 축 처지고, 슬픔에 젖어 울다가도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 그 움직이고 멈추고 근심하고 즐거워하는 바(動息憂樂)가 모두 그가 매어있는 자에게 달려있게 되죠. 중부괘에선 정응도 무턱대고 믿다가는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맙니다.

 

구오는요. 믿음이 있고 잘 연결되어 있으면 허물이 없대요(九五 有孚 攣如 无咎).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구오는 임금의 자리잖아요. 정샘의 풀이에 의하면 당연히 지극한 정성으로 천하에 감하고 통하여야(當以至誠 感通天下) 한답니다. 천하의 백성들의 마음으로 하여금 자신을 잘 믿도록 만들어서(백성에게 신뢰를 얻어서) 그 백성들과의 굳게 결속된 것이 꼭 잘 풀어지지 않는 갈고리를 연결해 놓는 것과 같이 하라는 것이죠. 그렇게 할 때 허물이 없어집니다. 우샘께서 당시의 모든 군주들은 그 백성들의 마음이 자기와 굳게 연결되지 못할 것에 대한 공포와 의심을 품고 살았다고 하셨어요. 가장 높은 자리여서 마음 편히 놀고 쉴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더 불안하고 조심해야 했던 것이죠.

 

중부괘엔 다른 좋은 효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모두 믿음에 대한 조언과 경계라고 할 수 있어요. 믿음을 가져야 할 대상을 고를 때 신중하게 잘 숙고하여 결정할 것, 결정한 바를 온 마음을 다해 충실히 믿고 따를 것, 다른 사람들에게 – 그 대상이 돼지와 물고기든, 백성들이든, 주위의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이든 – 신뢰를 얻고 마음에 감동을 주되, 그 이미 얻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매사에 삼가고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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