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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학기 중간 에세이 공지

작성자
하동
작성일
2016-05-03 12:10
조회
594
지난 시간에 수업 참석 못해 궁금해하실 분들 계실 텐데, 공지가 늦어진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주초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좀 있어서리~~~.

 

메이지 시대는 1968년에서 시작해 1912년에 천황의 죽음과 더불어 막을 내립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 시기는 이후 일본 근현대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지은 결절점이라 해도 무방할 텐데요, 그만큼 문화, 제도적 측면에서나 윤리, 정신적 측면에서 미증유의 변화를 경험해야 했고, 그에 따른 여러 시행착오나 모순점 등을 피해가기도 어려웠으리라 싶습니다. 소세키가 태어난 해가 1867년이고 사망한 해가 1916년이니, 그 또한 메이지의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것들을 고스란히 체현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터이지요. 그간 우리는 여러 텍스트들을 통해 그의 길찾기의 고뇌와 노력의 일단을 확인해 왔던 것이겠고요. <마음>은 그렇게 한 시대를 기억할 만한 방식으로 살아낸 그가, 새로운 시대(大正, 다이쇼)의 초입에 선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에게 보낸 의미심장한 전언 같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이지 세대인 자신이 겪은 메이지 시대가 어떤 시대였나를 우정과 사랑 그리고 죽음이 연루된 특별한 사건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삶의 말년에 잦은 병치레 가운데 죽음을 예감하면서 썼다는 점이나, 작품의 형식이나 내용적인 면을 생각해 보면, 거의 소세키의 유서에 가까운 글이랄 수 있겠다는 게 채운 샘의 말씀이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어두운 그림자를 숨김없이 알려주겠네. 그 어둠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집어내게.~~~ 나는 지금 스스로 내 심장을 가르고, 그 피를 자네의 얼굴에 끼얹으려고 하는 것이네. 내 심장의 고동이 멈췄을 때 자네의 가슴에 새로움 생명이 깃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네.” 덧붙여, 선생님이 ‘나’에게 쓴 이같은 유서의 내용이, 고스란히 소세키 당자의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겠냐고 하셨는데, 확실히 이전 작품들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읽혔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런 점 말고도, <마음>이 이후 일본의 근대 문학사에서 ‘국민’적 텍스트로써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이나 우리나 중국에서는 드문 ‘심리 소설’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외적인 요인들도 걍 읽고 지나가버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면도 있었던 거 같고요. 덕분에 조별 토론 시간에도, 강의 시간에도 참 재미나고 인상적인 것들이 많이 얘기됐더랬습니다. 우선, 심리묘사의 섬세함이나 탁월성에 대해 언급이 없을 수 없었지요. 누구나 감추거나 덮어두고 싶어할 마음의 밑바닥을, 너무 자질구레하고 보잘것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사람의 심리적인 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그 내면의 미소한 움직임을 표층으로 떠올려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솜씨는, 세련된 심리 표현에 익숙해진 우리 현대 독자들까지도 사로잡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실체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통찰 앞에서는 다들 놀라워하기도 했던 것 같고요. 채운 샘께서도 읽어보라 말씀하신 옥상과 수영의 공통과제는 그런 지점들에 주목한, 멋진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는, 주로 가라타니 고진이 쓴 ‘소세키의 다양성’이란 논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는데,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고진은 이글에서, 선생님과 K의 관계와 그 안에 내재된 복잡한 심리적 동인과 욕망의 양상,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죽음(자살)이 갖는 개인적, 역사적 의미 등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소위 ‘우정’으로 맺어졌다고 볼 수 있는 ‘선생님’과 K의 관계와 거기서 파생된 행위의 의미를 심리학적, 철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나아가 그들의 죽음의 동기와 의미를 ‘배신감’이나 ‘죄책감’같은 피상적 감정이 아닌 보다 더 깊은 근저의 차원에서 파헤치고 있다는 겁니다. 역시 좋은 고전은 다양한 해석들의 전장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들었던,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수업 내용과 연결지어 요약, 정리해 볼까도 했는데, 괜히 장황해지기만 할 거 같고 해서 걍 패스합니다(ㅋ). 두어번 정독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러구러 우리의 소세키 읽기도 끝이 났네요. 소설 읽는 게 단지 줄거리나 사건을 따라가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사실 그러기에 급급한 날들이 아니었나 싶은 반성도 좀 되는데요, 그래서 채운 샘께서 강의 중간 중간에 쉼 없이, 자기의 경험이나 기준만으로 재미가 있네 없네 하지 말고 인물의 경험이나 고민을 통해 인간 삶의 심연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쨋든, 그동안 읽은 것들을 통해 길어올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편의 글을 완성해야 할 시간입니다. 고릿적에 읽은 것 같은 <나의 개인주의>나 <동아시아의 근대>는 물론이고, 지난 시간에 언급하신 <유리문 안에서> 같은 글들까지 꼼꼼하게 읽고 에세이 속에 녹여내야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참, 수영 샘이 스캔해서 올린 글도 있더라고요, 그것까지! 일단 정해주신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의 근대와 소세키적 지식인

2. 소세키 소설에 나타난 근대적 경험의 구조화와 관련해

3. 소세키 소설의 주인공들의 신경쇠약과 문학(글쓰기)

더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채운 샘께서 올려주신다 했으니 그것까지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요. 물론, 이 외에 본인이 따로 정한 주제가 있으면 그걸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긴 연휴가 있으니(ㅠ.ㅠ 가정의 달을 없애버리고 싶은 1인), 열심히 읽고 생각하셔서 본인 마음에 흡족한 글을 써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량은 5-6매이고, 기한은 13일 자정입니다. 늦으면 벌금이 있다하니, 그건 알아서 하시면 되겠고~~, 14일 10시에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오시면 되겠슴다. 간식은, 늘 그래왔듯이 되는대로 조금씩~~~. 자, 파이팅하시기들 바랍니다.
전체 2

  • 2016-05-03 20:48
    이 와중에...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어둠을 다루기에는 ... 기본 정서가 좀 밝은 것 같다' 뭐 요런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각자가 쓸 수 있는 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었는지 뭔지.
    어쨌든 다담주에 만나요- 에....에세이인가 하는 것을 품에 안고 부처님 오신 날을 함께 해요- x)

  • 2016-05-06 09:47
    근대경험의 구조에 대해 쓰실 분들은, 야나기타 구니오의 <일본 명치, 대정 시대의 생활문화사>라는 책도 있습니다. '근대'에 대해 더 참고하시고자 하면 이소마에 준이치의 <상실과 노스탤지어>라는 책도 알아두시길. 소세키 텍스트를 충~분히 읽으신 후 전체 구도를 짜시고, 이런 저런 텍스트를 참고하시어 살을 붙여나가시는 쪽으로. 부디, 본인의 상상과 억측만으로 된 글을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