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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인생이 잘 풀린다고?' - 주역수업(06.11)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6-15 23:19
조회
3712
오늘 살펴볼 괘는 대장괘(大壯卦)입니다. 대장에서의 () 자가 ‘강하다’, ‘건장하다’, ‘성대해진다’는 뜻을 가지고요. 대(大)는 양(陽)을 말하기 때문에 대장은 ‘양이 자란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요. 괘 모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래에서부터 네 개의 효, 그러니까 1, 2, 3, 4가 모두 양효이고, 5, 6효가 음효예요. 아래부터 점점 위로 바뀌어가는 흐름을 생각하면, 곧 5, 6도 양효로 바뀌어가겠죠. 쇠락하게 되면 다시 성대해지는 때가 오는(衰則必盛) 이치에 따라, 줄어들거나 불어나는 것이 서로에 기대어 함께 존재(消息相須)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난주에 배웠던 둔괘처럼 음이 점차 자라니 도망가야 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뒤따르는 대장괘처럼 양이 성대해지는 순간이 온다는 거예요. 캬~ 배치의 의미까지 절묘하지 않습니까. 이게 주역을 공부하는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장괘도 역시 자신을 바르게 지키는 게 이롭다(大壯 利貞)고 하는데요. 대장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게 되면 강압적이거나 사납게 되어 폭력적이 될 수 있다(强猛之爲耳)고 봤어요. 효에 들어가 보면 재미있어지는데요. 초구가 발에서부터 설치니 나아가면 흉한 게 확실하다(初九 壯于趾 征 凶 有孚)는 거예요. 대장괘 자체가 기운이 성한 괘인데다가, 하괘는 양효로만 이루어진 건괘이고요. 자기 스스로도 양효인 초구가 첫걸음부터 그 드센 기운으로 세게 나가려고 한다는 거죠. 보통 주역에서는 이런 애들은 잘 안 되는 거, 문장을 마저 다 읽기 전에 눈치 채셨겠죠. 대장의 시대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는 거겠죠. 강한 기운들이 잔뜩이니까요. 둔(遯)의 시대에는 오히려 과감해야 한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죠. 소인의 시대면 신중하기만 하고 대장의 시대일수록 맘 편히 활개를 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라는 것도 재미있어요. 잘 나갈 때는 오버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힘들 때는 곧 좋은 날이 올 것을 기대하고 낙심하지 말 것! 그래서 대장괘는 미션 자체가 지나치지 말라, 오버하지 말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쯤에서 대장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가장 따끔한 경고가 들어있는 구삼효를 보겠습니다. 구삼은 소인은 우쭐해져서 힘을 과시하고, 군자도 주변의 사람이 없는 것처럼 주변사람을 무시하게 되어버려요(九三 小人 用壯 君子 用罔). 그래서 계속 이대로 가면 위태로워집니다(貞厲). 어떻게요? 마치 여기저기 들이받기를 좋아하는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거기에 뿔이 걸려서 그 뿔이 상할 지경에 이르는 것처럼요(羝羊觸藩). 뿔이 걸리면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죠. 뿔은 다치게 되고요. 아예 부러지는 수도 있죠. 이건 누가 시킨 것도 아닐 테고, 분명 자기가 스스로 힘을 과시하려고 들이받지만 않았어도 피할 수 있는 불상사인데 말이죠. 이럴 때가 되면 꼭 자기를 못 이기고 사고를 치는 거예요. 저는 여기서의 핵심은 계속 이대로 가면(貞固守此)’에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기운이 성하고, 뭔가 잘 풀리고, 막 고공행진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겠죠. 인생에서 힘을 얻었을 때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었건 큰 사람이었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좀 교만해지거나 우쭐해 질 수 있어요. 힘을 과시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기세가 등등해지기도 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고요. 계속 자신의 방방 뜨는 마음 그대로를 고수하기가 쉬워요. 이럴 때 방향을 바꾸기는 정말 어려워요. 그렇지만 이럴 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얼른 깨닫고, 근신하고 경계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자기를 지켜야 해요. 그러면 최소한 자신의 뿔이 다치는 위험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렇게 숫양이 울타리를 들이받는 건 상육에도 나오는데요. 이 때는 정말 물러날 수도 나아갈 수도 없어 이로울 바가 없대요(不能退 不能遂 无攸利). 이때 길해지는 방법은 어려운 것을 아는 것 하나예요. 좀 어려워할 줄 알아야 길하다(艱則吉)는 거죠. 그러니 결국 대장괘는 아무리 양의 기운이 세고 성대하다고 해도, 신나게 즐겁게 나아가기보다 자중해야 되는 거네요. 그럼 대장괘는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어요. 뭔가 슬슬 잘 되는 느낌이 들면? 앞뒤 생각 말고 바로 긴장부터 하라!

 

고 다음에 배웠던 진괘(晉卦)가 저는 정말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그건 제 주변의 누구를 자꾸 생각나게 해서였어요. 여러분 중의 많은 분들이 익히 아시는 그 분(?!) 말이죠!! 다음 후기엔 왜 제가 진괘가 그렇게 좋았는지를 말씀드리면서 시작하도록 할게요. 다음 후기의 제목은 진괘의 육오를 참고하여 선생님이 찰찰(察察)하실 때정도로 할까 생각 중이어요. 훗. 모두 궁금하시도록 이 정도로 예고편을 남기고 이번 주 후기를 일단 마칩니다. 후후. Come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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