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지난 시간에는 대축괘(大畜卦)에 이어서 다시 소축괘(小畜卦)를 복습했습니다. 이미 배웠던 괘인데도 이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보니 어찌나 새롭던지(!)요. 여러 모로 민망할 정도로 새로운 곳이 많아서, 역시나 공부는 한 번으로는 안 되는 거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아무튼 두 괘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하괘가 둘 다 건괘여서 ‘풍천소축’, ‘산천대축’, 요렇게 이름도 비슷하고요. 여기서의 ‘축(畜)’ 자가 지난 시간 배웠듯이 ‘쌓다, 모이다(聚)’, ‘막다, 저지하다(止)’의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죠(우샘께서는 이렇게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이 되는 괘가 뜻이 하나인 괘에 비해서 어려운 괘라고 말씀하셨어요). 같은 ‘막는 거’라 하더라도 소축의 경우는 바람으로 눌러서 막는 것이고, 대축의 경우는 산으로 눌러서 막는 것이니, 딱 보기에도 그 저지하는 정도의 차이가 많이 나 보이네요. 두 괘의 상전을 보면요. 두 괘 모두 축의 의미를 ‘쌓는 것’으로 보아서, 군자가 이 괘를 보고 ‘내면에 덕을 쌓는다(온축蘊蓄이라는 말을 기억하시나요)’고 표현해요. 먼저 대축의 경우는 지난날의 위대한 사람들의 언과 행을 많이 배워서(多識前言往行) 그것으로 자신의 덕을 쌓는다(以其畜德)고 했고요. 소축의 경우는 문덕을 아름답게 한다(懿文德), 즉 문덕을 연마한다고 표현했어요. 사실 정샘의 해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덕에서 큰 차이가 보이는데요. 군자가 내면에 덕을 쌓는 것, 즉 온축하는 것에는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다고 구분을 한 것이에요. 큰 것은 도덕경륜(道德經綸), 다시 말해서 철학이나 도덕, 국가경영이나 행정적 운영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고요. 작은 것은 문장재예(文章才藝), 그러니까 문학과 글쓰기, 여러 예술적인 재능, 연주나 기술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죠. 성리학은 이 두 영역의 구분을 꽤 엄격하게 했다고 해요. 그래서 소축괘의 경우 ‘덕’ 앞에 ‘문(文)’ 자를 넣어 구분했던 것이죠. 문장을 도덕보다 아래로 둔 거예요.

소축괘와 대축괘의 구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물론 크게 보아서 막는다, 저지한다는 테마는 가지고 가지만요) 효사를 살펴보면서부터는 두 개가 짝이라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가 주역을 처음 읽는 생초보의 입장이니 식견이 아직 많이 부족한 탓이란 생각이 들지만, 여탈복(輿說輻)이라는 표현이 양쪽에 다 있더라, 요런 유치한 정도 밖에는 딱히 말하기가 어렵네요. 아무튼 대축은 인재를 대우해주는 좋은 시대를 맞았으니 내면에 덕을 가득 채우고 평소에 열심히 공부한 군자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가 큰일을 하는 게 좋다(利涉大川) 큰 맥락 속에서, 효사마다 조금씩 멈추거나 저지당하거나 하는 것이 이롭고 길하다는 식의 표현이 많았고요. 소축은 유일한 음효인 육사가 나머지 다섯 개의 양효들을 부드럽게 컨트롤한다는 게(그래서 우샘은 여동생이 모든 오빠들을 구워 삶는다(?)고 표현하셨더랬죠) 주 맥락이었고, 음이 양을 앞지르려는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구름은 빽빽하게 있지만 막상 비는 내리지 않는다(密雲不雨)는 그림을 그렸어요.

오늘은 대축괘와 소축괘를 좀 비교해 봤는데요. 처음 생각했을 때보다, 막상 글을 쓰고 나니 역시나 엉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허헛. 2단계, 3단계에서 배우고 나면 뭔가 더 많이 보이려나요.. 어쨌거나 공부의 길은 멀고도 험하(?)군요. 아무튼 그 먼 길이 희한하게도 재미가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무지몽매 윤몽입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요, 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얼만큼이든 좀 자라나지 않을까요.

이번 주는 한 주 쉬고, 고 다음 주에 새로이 8주가 시작되는 거 다들 알고 계시죠? 다들 편안한 주말되시고요. 그럼 다음 주에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