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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에세 발표 후기 - 재원언니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5-08-14 12:39
조회
1111

 

재원언니의 동사서독 에세 발표 후기 올립니다-
원래 요번 <월간 규문>에 싣고자 했는데, 혜원 것만 싣게 되어서 뒤늦게나마 여기다 올립니다-
에세이 발표에 처음 참석하는 재원언니의 에세이 후기 잼나게 읽어주세요^^! 



첫 에세이 발표 참석 후기! - 윤재원

한 학기 내내 에세이에 대한 부담이 있었더랬죠. 이게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거든요. 어떤 식의 글을 써야 하는 건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그러니까 감정을 마구 풀어내도 되는 건가, 아니면 소논문을 쓰는 것처럼 '서론-본론-결론' 형식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딱딱한 분위기로 써야 하는 건가…. 일단은 '선배님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다음 학기부터 좀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스스로 부담감 좀 줄인 채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에세이 발표 일주일 전, 채운 샘께서는 저에게, 생각을 바로바로 내뱉지 말고 묵히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쓸 마음이 생기는 건 전날 밤이더라고요. 한 학기 내내 부담감만큼은 정말 많았었는데도요. 그러니까 결국 생각을 묵힐 시간은 하루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에세이 발표 전 날,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양을 채우고, 당일 아침에야 잠에 들었어요. 제리샘이 "윤정이는 지각해서 엄청 혼났으니 절대 지각 말라"는 문자를 보내주셨는데요. 그 덕에 긴장이 됐는지, 발표 날 2시간 밖에 못 잤는데도 아침에 눈은 번쩍 떠지더군요. 도착해 보니 거의 모든 선생님들의 얼굴이 '날을 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안심이 됐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에세이 발표. 저는 '읽는데는 한 사람 당 10분 정도, 그리고 선생님께서 코멘트를 10분 정도 달아주시겠지. 그럼 열다섯 명 정도면 엄청 일찍 끝날거다!'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세 사람당 두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놀라웠습니다.

첫째, 선배님들의 에세이 수준이 저의 단순함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제 발표시간까지 저는 계속 부끄러웠어요. 내가 쓴 에세는 중고생이 쓴 것 같이 유치하게 느껴졌거든요. 에세이는 배운 대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선배님들의 질문을 하는 적극적인 태도와, 질문을 할 수 있는 탄탄한 배경지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채운 샘의 반강요에 의한 것도 있었지만요. 수업을 분명 다같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바로바로 해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질문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다들 “여기 이 부분은 이런 점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하면서 수준 높은 토론을 하는 것 같았고, 그 모습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도권에서 수업을 들을 때에는 교수님이나 선생님들의 채점, 즉 학점과 같은 너무도 분명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취향과 분위기를 파악해서 정답에 가깝게 답을 내는 방식이 저에게는 익숙했지요. 그런데 규문에서는 자기만의 생각을 말하라거나,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고 각자 해석해 보라는 요구를 합니다. 이런 방식이 저에게는 한 학기 내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웠기도 했고요. 동시에 제 자신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저는 그래도 모범생이었고 점수를 받는 것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잘 몰랐달까요. 여기(규문-동사서독)서 정신없이 계속 헤매는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 제대로 공부하는 장 속에는 들어왔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진 막연하지만요. (규문-동사서독에서) 한 학기, 두 학기… 지나가면서 뭔가 좀 분명해지고 나아지려나요?!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채운샘의 날카로우면서도 집요한 비평이었습니다. 얼마나 무섭던지요! 맨 먼저 발표한 세 분이 당하시는(?) 것을 보면서 움찔했습니다. 옆에 앉은 혜원이에게, "선생님, 너무 무서워" "집에 가고 싶어"를 연신 읊어댔지요. 얼마나 자세히 집중해서 봐주시는지. 사실 그게 다 사랑이고 관심이고, 선생님 당신의 에너지를 쏟으시는 일이니 감사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건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이고요.(^^;) 일단 가슴은 너무 무서웠습니다. 게다가 이런 저런 지적을 하실 때마다, 곧 읽을 제 에세이가 떠오르는 것이었지요. 모조리 (제 에세이에) 해당되는 소리니 어떡합니까! 우릴 또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한 사람마다 '30분도 아쉽다'는 듯이 쉬지 않고 혼내주세요. 아주 집요하시더군요. '난 처음인데 안 봐주시려나. 자비를 구하자,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자!'하며 갖은 처세술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래서 잘 되었냐고요? 사람은 지치기 마련인데 채운 샘은 한결같으시기까지 하더군요. 시간이 지나고 뒷사람에게 갈수록 아무래도 힘이나 집중도, 체력도 떨어지고 그래서 점점 대충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한 일반인의 모습 아닙니까! 그런데 샘께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 비평과 지적에 집중을 하셨습니다.(심지어 저녁식사가 도착하여(시작한지 무려 10시간 만에) 맛있는 냄새가 마구 코를 찌르는 상황에서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존경스러웠어요. 전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번 에세이 발표는 저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매 학기마다 이런 일을 한다니 체력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음 학기에는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을 할 수 있을 만큼, 생각을 깊이깊이 되새김질 하면서 수업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물이 나온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끝으로, 모두들 즐거운 2학기를 위해서 즐거운 방학을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히 2학기 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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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6 18:29
    재원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저도 주어진 정답이 아니라 내 생각을 묵히면서 내 일상과 연결시키는 공부를 한다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우린 공부따로 사는 것 따로에 너무 익숙해 있잖아요.. 니 생각을 말해봐가 처음엔 얼마나 무섭던지요ㅎㅎ~ 그래도 처음인데 분량은 꽉꽉채우고도 남으셨잖아요~ 난 이것도 안됐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