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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특별강의 후기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12-14 14:14
조회
190
이번 특강들 어떠셨나요? 우선 최경열 선생님이 강의를 너무 재밌게 해주셔서 논어를 다 떼지 않은 저도 재밌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_^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종종 있을 테니 꾸준히 관심 가져주세요~

먼저 강의 자체는 이토 진사이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진사이란 누구고, 그가 그린 인(仁)은 무엇이었고 등등 학술적으로 다가가는 것보다 논어라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진사이를 그리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론 진사이가 시대 속에서 논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건 주희의 주석을 중심으로 논어를 떼고 나중에 봐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ㅎ 일단 강의 내용을 파편적으로나마 대략 정리해보겠습니다.

조선에 처음 진사이를 알게 된 것은 원중거라는 사람 덕분입니다. 이 사람은 영조 때 계미통신사로 일본에 갔었는데, 그때 들여온 다자이 슌다이의 책을 통해 진사이와 오규 소라이의 존재도 알려지게 됐다고 합니다. 다자이 슌다이는 이토 진사이와 오규 소라이 밑에서 수학했다고 합니다. 슌다이는 진사이와 소라이의 의견과도 또 다르게 논어를 읽었고, 그것이 논어고훈과 논어고훈외전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논어고훈외전에는 논어고훈에서 다루지 못한 것들을 별도로 모아 기록한 것인데, 원중거가 들고 온 것이 논어고훈입니다. 원중거는 박제가, 이덕무 등 북학파와 교류하고 있었고, 그들을 통해 논어고훈이 정약용에게도 전달이 된 것이죠.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를 보면, 다자이 슌다이의 논어고훈을 인용하고 진사이와 소라이를 언급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정약용은 주희의 학설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진사이와 소라이의 의견을 비판하다보니 자칫 주희의 사상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논어 독법(?)에 대해 얘기해보면, 논어(論語)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공자의 말을 제자들이 기록하고 토론한 책이 논어입니다. 때문에 내가 감명 받은 그 문장이 과연 공자가 말한 그대로인지 아니면 나중에 덧붙여진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인편 15장에 충서(忠恕)가 나옵니다. 공자가 증삼에게 吾道一以貫之(오도일이관지)를 얘기했을 때, 증삼은 문인들에게 그 도(道)란 충서라고 얘기하죠. 이때의 정황을 따져보면, 공자는 68살에 노나라로 돌아갔고, 이때 증삼을 만나 가르치게 됩니다. 당시 공자와 증삼의 나이는 46살 차이가 있었으니, 증삼의 나이는 22살 정도입니다. 아마 저기서 문인들은 증삼의 문인들일 텐데, 엽등(躐等)을 경계한 공자가 젊은 나이의 증삼에게 문인을 두게 했을 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위령공편 2장과 23장을 보면, 공자가 자공에게 일이관지(一以貫之)와 서(恕)를 얘기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자공이 증삼보다 먼저 공자의 말을 들었을 텐데도, 증삼의 에피소드가 앞에 있다는 것은 증삼이 나중에 제자들을 두고, 그 제자들이 공자와 증삼의 에피소드를 앞에 오도록 편집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논어는 이처럼 공자가 말한 것과 공자의 제자의 제자들이 덧붙인 말이 편집된 책입니다. 우린 이제 남아있는 논어로밖에 공자의 말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원래 남아있는 의미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뜻을 생각하고 곱씹게 되고, 그러면서 텍스트를 음미하는 맛이 더욱 풍부해지죠. 그리고 그런 논어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더욱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수많은 주석들입니다.

논어가 나온 뒤에 수많은 학자가 달려들어 주석을 달았고, 여전히 그 작업은 계속됩니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 권위를 차지했던 것이 주희의 주석입니다. 주희의 주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건 곧 주희의 영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17~18세기 중국(청), 일본(에도), 조선을 보면, 세 나라에서 보이는 주희에 대한 양상이 매우 다릅니다.

청 정부는 주희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과거제를 보는 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한편 양자강 이남에서는 고증학이 대두되면서 주자학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무역이 성행했고 어마어마한 텍스트도 같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진사이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주자학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입된 고증학자들의 텍스트들을 읽으면서 주자학을 비판하는 입장이 되었고, 호(號)도 경제(敬齊)에서 인제(仁齊)로, 자기 내면의 충실성을 강조하는 경(敬)에서 ‘백성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인(仁)으로 바꿨습니다. 이런 진사이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는 주자학에 대한 비판적인 흐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합니다. 청과 일본과 달리 조선에서는 주자학이 자리를 잡고 위세를 떨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학자가 우암 송시열인데, 최경열 선생님은 정치인으로서의 송시열은 문제가 많지만, 성리학자로서의 송시열은 매우 높은 성취를 이루었고, 동서양을 통틀어도 손꼽을 정도라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주자학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오히려 지방에서는 막 주자학이 받아들여지고 있던 터라 주자학의 위상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논어를 이해하기 이해서는 우선 맹자를 거쳐야 합니다. 최경열 선생님은 맹자는 공자를 매우 탁월하게 이해(혹은 해석)했다고 하셨습니다. 고자편 하 6장을 보면, 공자가 노나라를 떠날 때의 심리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보통 신하의 선택지는 간하다가 먹히지 않으면 떠나는 것(미자), 간하는 것이 먹히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간하는 것(비간), 간하다가 감옥에 갇히는 것(기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행동은 이 세 가지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선택합니다. 당시 공자는 정치가 잘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왕에게 간언을 하고 싶었으나, 신하된 처지에서 왕을 비판하는 것은 신하의 도리가 아니고, 그렇다고 왕의 실수를 그냥 두기에는 그것도 신하의 도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사를 예에 맞게 행하지 못했다는 작은 구실로 왕을 떠난 것이죠. 이것은 앞서 말한 미자, 비간, 기자가 보여준 신하로서 할 수 있는 세 가지 선택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제시한 것입니다.

만장편에는 이상한(?) 질문들이 아주 많고 거기에 척척 답하는 맹자가 나옵니다. 우리는 답을 하는 맹자만 보지만, 다양한 질문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시 수많은 학파들의 논의가 있었음을 증명합니다. 맹자는 그런 질문들에 답을 함으로써 유가의 철학적 틀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맹자의 시대적 상황, 작업을 눈치 채고 텍스트를 읽은 것이 주희와 진사이입니다. 그러나 주희의 읽기가 맹자와 다른 것은 그가 처한 시대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주희가 살았던 남송 때는 자신들이 멸시하던 오랑캐에 의해 나라의 존립이 위협받던 상황이었습니다. 한족들은 문화적 우월감으로 자존심을 세우려 했고 주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희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도덕적 수양을 위한 텍스트로 논어를 본 것입니다. 반면에 진사이는 상공업이 발달한 시대에 청나라의 고증학이라는 문화에 영향을 받고, 그 자신도 상공업의 시대에서 논어를 경세서, 즉 제도적인 관점에서 읽었습니다. 즉, 《맹자》라는 텍스트 자체가 맹자가 논어를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여주고, 맹자를 통해 주희와 진사이가 또 다르게 논어를 읽어낸 것이죠. 최경열 선생님이 강의 제목으로 “논어의 숲으로 난 세 갈래 길_맹자·주희·진사이”로 정하신 건 그 세 사람이 읽어낸 논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시대적 맥락에서 그들이 논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몇 가지 구절을 가져오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주석이 시대적인 맥락에서 달렸듯, 텍스트로서의 논어도 이렇게 저렇게 세밀하게 구분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논어와 맹자를 다 읽고 강의를 들었다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맹자를 모르니 무슨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얘기를 하실 때 맥락을 모르니 맥락이 안 잡히더군요.^^;; 그리고 논어에는 공자 자신이 망설였던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셨습니다. 가령, 맹자나 주희, 다산은 논어를 사대부, 신하의 입장으로서 봤지만, 공자는 자신의 철학은 신하를 위한 것인지 혹은 군주를 위한 것인지 그 방점이 애매하게 찍혀있다는 것이죠. 나중에 논어를 한 번 읽고 다시 주제별로 정리해서 읽을 때, 꼼꼼하게 분류하면서 공자의 생각과 고민을 따라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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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5 13:06
    책의 여행, 철학의 모험! 최경열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는 못했지만, 특강의 뜨거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