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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 부처의 방편

작성자
임병철
작성일
2019-08-23 01:54
조회
86
<호수를 산책하며 영원회귀 개념을 불현 듯 생각해낸 니체의 고뇌를 나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글로 써봅니다.

니체를 이해하는 현재의 저의 역량이 만들어낸 문장들이기에, 언젠가는 다른 글쓰기도 나오리라 생각해 봅니다.

글로 쓴 것이 거기까지의 앎이라는 채운 선생님의 말씀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사람들이 현실의 삶을 긍정하게끔 강제하기 위한 니체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설법하신 것처럼,

니체는 ‘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 삶을 긍정해야 하는 다른 이유를 만들어 낸 것이다.

혹은 ‘신의 죽음’을 이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더 확실히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원회귀란 결국 이 현실의 삶 이외는 다른 삶이 없다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의 세계’,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 받아 자들이 사는 ‘영생의 세계’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 현실에서 살아가는 삶이 다라는 것이고, 그런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지금 살아내고 있는 삶의 모습이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되는 나의 삶인 것이다.

 

직선적 세계관.

오늘이 과거 보다, 미래가 오늘 보다 더 진보이고, 더 의미 있고, 더 목적 달성에 가까이 가 있다는 사고.

과거는 현재의, 현재는 미래의 어떤 가치를 위한 수단이라는 사고.

수직적 세계관.

이데아가 실체이며 본질이고, 현실은 모방이며 허구라는 인식.

신의 세계가 절대이며 진리이고, 삶은 원죄이며 속죄라는 인식.

 

니체는 이런 직선적, 수직적 세계관을 부정하고,

내가 지금 여기,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의 삶이 전부이고 진리이며,

내가 사는 삶에는 그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살아 내야한다는 각자의 ‘힘의지’를 발현시키고 있을 뿐이다.

 

니체는 그리스시대에는 존재했던 디오니소스적인 삶,

신 또는 외부의 다른 가치에 의해 삶이 희생되고, 부정되지 않았던,

그 그리스인들의 삶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었고

그래서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당시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니체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이,

현실의 삶을 하늘로 날아 올라가지 못하게 붙잡아

땅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이 영원히 반복되며,

또한 그 삶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을까.

 

니체는 실제 존재의 이와같은 무한 반복을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현실의 삶을 부정하고 다른 가치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부처의 마음으로 방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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