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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3 -새로 쓴 옛날 이야기

작성자
민호
작성일
2015-10-31 00:58
조회
699
2015년 10월 31일 동사서독 성민호

홍수를 막은 이야기

 

그렇지 않아도 잘 모르겠는데 중국 고대 이야기를 배경으로 쓴 책이라니. 읽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다. 전공 시험을 앞두고 루쉰을 붙들고 글을 쓰는 것도, 그 글을 앞에 두고 꾸중 들을 것도,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써본다.

배경은 순임금 때 홍수가 났을 때이다. 하지만 전설속의 나라 기광국의 비행수레며, 영어로의 대화며, 「신농본초」에서는 웬 요오드, 비타민W등의 성분이 소개되고, 셰익스피어, 모던 등 시대 배경을 초월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서언에서 수시로 장난기가 발동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더니, 우리가 어릴 때 교과서 속 동요를 패러디 해 부르듯이 정말로 루쉰 스스로도 옛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재미있어 했을 것 같다. 이 글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과장과 풍자로 가득 차 있었다.

큰 홍수가 나 백성들은 어렵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성’에서 학자들은 쓸데없는 토론이나 하고 우의 존재를 부정하며 물을 다스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비행수레가 빵을 떨어뜨려 주니 그들은 걱정이 없다. 그래요. 홍수도, 그들이 불러온 게 아닙니까?”p305 홍수가 백성들 탓이라는 결론까지 가버린 학자들... 관의 배를 타고 조사를 온 대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반나절 학자들의 좋다는 이야기만 듣고는 내리 나흘을 놀며 보냈다. 백성들도 역시, 먹고 있는 것을 가져오라니까 정성껏 귀한 음식을 담아 ‘수산복해’라고 써서 올리다니. 경성에서의 다른 조사관들과 대관들도 역시. 가져온 음식들로 잔치를 벌이고... ‘국태민안’이라 쓴 글씨를 최고로 뽑는 거다. 루쉰은 이런 모습에 현실을 투영해 신나게 풍자하며 써내려갔다.

그러나 내가 이 이야기에서 주목한 것은 한평생 치수에 몸 받친 우의 삶과 그의 주변이다. 그는 이야기의 다른 인물들과는 상반된다. 평생을 노력해 치수에 성공했으며, 임금의 칭찬을 받는, 본받아야 할 만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부인은 ‘이 천번 만번 죽일 놈’ 이라며 그를 욕한다. 이유는 바로 그가 결혼한 지 나흘 만에 집을 나와 8년이나 외지에 있으면서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르지 않았기 때문. 이러한 우 조차도 루쉰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삶에 대해 고민을 해왔었다. 자신을 다 던져 살았지만 정녕 그의 가족에게는 좋은 사람이지 못했던. 윤봉길은 조국의 영웅이지만 과연 끌려가 고문을 받아야 했던 그의 가족들에게도 영웅일 수 있을까. 전태일은 과연 좋은 아들일까.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존경 받지만 그의 아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아버지라면... (나는 한 명의 영웅이 되고 싶었었다.^^)

본받아야 할 인물, 존경해야 할 인물은 이제 루쉰의 글에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아무도 칭찬하지 않고 모두를 풍자하고 끝낸다. 누구를 그려도 결점이 보이고, 어디에서든 양면성이 보이며, 자기가 보이고 현실이 보인다. 역시 루쉰은 어떤 것이 되었든 이렇다 저렇다 평면적으로 둘 수 없는 것이다. 감히 옛날이야기까지 침범해 그 편안한 설정마저 건드려 심기를 불편하게 하다니.

이제 지난 시간부터 써오던 영웅이라는 캐릭터도 어디로 기울어 가는지 조금은 잡히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루쉰 주변에도 영웅이라고 여길만한 사람은 없었다. 스승이라 존경할 할 사람도 없었다. 후지노 선생의 배려가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도 적막적막, 고독고독한 그의 삶을 놓고 보면 별로 완전함이랄 것도, 어떤 통일성을 유지한 인물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냥 하나의 희망으로라도 멋진 영웅이야기를 써주면 어디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의 희망에 대한 생각이 미치니 복잡한 내용들이 떠올라 음. 그렇지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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