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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시작

작성자
donde002
작성일
2015-09-12 13:30
조회
605
루쉰

 

나는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학교 교실과 도서관에 딱딱하게 일관된 규격 양식으로 빽빽이 꽂혀 있는 위인전은 방학숙제에 꼭 등장하는 필독서였고 억지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읽은 것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선생님의 소개로, 내가 관심 있게 보아서 읽었던 전태일, 체 게바라, 어니스트 섀클턴 등은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상을 조금씩 서게 해주었다.

나는 지난주에 루쉰을 처음 알게 되었다. 루쉰은 중국 혁명의 시기에 살았던 일생 동안 지칠 줄 모르고 중국 민중을 위한 투쟁한 문인 그 이상의 인물이다.

 

"가령 무쇠로 지은 방이 있다고 하세. 창문은 하나도 없고 부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그런 방말이야. 만일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깊이 잠들어 있다면, 얼마 안 가서 숨이 막혀 죽을 게 아닌가. 그러나 잠을 자다가 죽는 것이니까 죽어가는 고통을 느낄 수는 없을 걸세. 그런데 자네가 크게 소리쳐서 잠이 덜 든 몇 사람을 깨워놓는다면, 그 불행한 몇몇은 임종의 쓰라린 고통을 피할 수 없을 터인데, 그러고도 자네는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네, 몇몇 사람이 깨어났으니 그 무쇠 방을 무너뜨릴 수 있는 희망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네."

 

소년 시절 조잡한 '명의'의 무책임한 처방에 아버지를 여읜 경험과, 유학 시절 일본에서 받은 수치와, 고향에 돌아와 삶에 치여 지친 옛 친구 룬투를 봤을 때, 신해혁명의 실패를 목격했을 때...은 학문을 배우고 익힌 루쉰은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루쉰은 <신청년>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혁명을 위한 문예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그의 붓으로 잠자는 사람들을 깨울 수 있었고, 그들의 임종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넘어 희망을 본다. 그리고 그 붓으로 수많은 사람을 깨우는 삶을 산다. 나는 루쉰의 이런 모습이 정말 배운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의 시대에서 그가 가장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했다. 글로서 중국의 낡은 봉건주의 의식과 맞서고 민중의 '각성'하게 해서 시대를 바꿀 수 있는 힘을 일으키는 일. 글이 아니더라도 나도 내가 가진 재능으로 어떤 분야에서의 이와 같은 혁명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위인전 한 권으로는 그를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은 그 시대의 중국의 혼란스러운 사건들도 머릿속에 꿰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도 그에 대해 잘 모르겠다. 평생 글을 쓰는 일을 했으니 그의 글을 공부해야 그를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또 한 명의 인물이 내게 들어오겠다. 어디 한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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