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예술 톡톡 문학 2강 <결혼이라는 환상, 사랑이라는 몽상> ─ 귀스타브 플로베르,『마담 보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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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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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인》을 “엠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엠마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 낸 지난 수업은 참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서두의 화자는 ‘우리들’이었고 엠마가 등장할 무렵쯤에는 시점이 바뀌어 더 이상 우리들이 주어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읽으며 인지했던 부분이지만 저는 그 ‘우리’를 그저 엠마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샤를의 이야기를 2인칭 시점에서 전하는 주어라 여겼기 때문에 별로 이상하게 느끼지도 않았고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수업 때 그 시점과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시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렇게 읽으니 작품이 예전보다 더 풍부하게 읽히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수업 전까지는 내내 마음이 안나와 엠마의 모습을 비교하는 데 가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단한 편견을 깨지 못한 채 작품을 읽었던 것 같아요. 몇 년 전 《보바리 부인》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지난 수업 때 들었던 시선에 대한 부분은 전혀 인지를 하지 못했고, 그저 제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겉돌고 있다는 느낌만 많이 받았습니다. 그 원인은 당연히 읽는 제 집중력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겉돌며 읽은 결과 엠마는 저에게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여자’로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살아 낼 수 있는 삶을 살지 않고 잡을 수 없는 환상만을 갈구하며 허상만 좇다가 자연스럽게 파멸로 간 인생. 그 인생을 보여주며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지만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 버렸던 게 그때 읽은 《보바리 부인》의 전부였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책’, 두 번째 시간에는 ‘이야기’로 명명된 두 대상을 저는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안나와 엠마가 책, 즉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전혀 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과 이야기의 불일치 앞에서 엠마는 곧 실망감을 느끼고 자기 인생을 기다림으로 점철시켰다면, 안나는 그 불일치를 인지하고 이야기와 다른 현실을 이야기화 하려 했던 인물이라 느껴졌어요. 내 삶에 이야기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이야기 속 인물들이 내 삶에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이야기로 만들고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자신을 삶 속으로 몰아붙인 인물이 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나의 허영(이야기를 갈망하는 마음을 ‘허영’이라고 표현해도 된다면)은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지만 엠마의 허영은 갈수록 더 깊은 망상을 낳고, 결국 삶에서 멀어져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게는 안나의 삶은 아름다워 보였지만 엠마의 삶은 여전히 별로였습니다. 여전히 엠마의 깊고 헛된 망상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는 삶을 마주한 후 그 삶 속에서 자신이라는 인간이 무너질지언정 삶과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안나는 주체적이고 대담했던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엠마는 웬만큼 행복해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이야기가 될 수 있을만한 삶이 주어지더라도 한결같이 삶 대신 환상만을 갈구할 사람이겠다고 생각해 절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될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두 인물을 대조하며 읽어내려 갔던 게 저에게는 큰 재미였습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혹 지난 시간에 이어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분명 엠마 역시 안나처럼 이야기에 매료되어 사는 여자였으니)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더 큰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 처음 보바리를 읽었을 때 왜 그렇게 겉도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언뜻 이해되었고요. 문체의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제대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두 인물을 비교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한 번 해보면 좋겠네요.)
전체 2

  • 2016-07-14 15:32
    안나, 엠마, 코니, 나나... 마지막 날 이 네 명의 여자들에 대해 함 떠들어보면 좋겠네요 ^_^ (...저도 갠적으로 엠마보단 안나... 속닥속닥) 내일 뵙겠습니다.

  • 2016-07-14 17:06
    어머 영쌤~ 욜케 멋지게 잘 쓰실거면서 엄살을 부리신 거였단 말입니까! 전 안나는 아직 잘 모르고 엠마만 살짝 알것같은 기분이에요. 단순히 책을 읽고 안읽고의 문제겠지만, 엠마의 권태나 짜증이나 분노나 변덕이나 목마름 같은 것들에 대한 묘사에서 엄청 공감했거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