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후기

12.3 여시아문 후기

작성자
이문정
작성일
2015-12-07 11:42
조회
703
라디오 헤드의 음악으로 여시아문 마지막 강의를 마무리 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밴드라 음악들을 한번쯤은 들어봤었지만, 사실 이 밴드에 대한 관심은 그닥 없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라디오헤드 음악의 중심인 보컬이자 리더 톰 요크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중요하게 다뤄졌고, 이를 몰랐었던 저는 이번 강의를 계기로 그를 알게되었습니다. 원일샘은 강의하시는 내내 이 톰 요크에게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셨습니다. '음악을 하면 이 정도는 멋있어야지!' 하시면서요. 도대체 얼마나 멋있길래?!
톰 요크의 영상을 여럿 보았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자신의 음악 lotus flower에 맞춰 필FEEL가는 대로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 그가 췄던 대로 춤을 춘다면 웬 짓이냐며 혀를 찼을 법한 그런 요상한 동작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톰 요크였기에 멋있고 빛났다는 데 모두들 입을 모았습니다. 제게도 그의 춤은 참으로 멋졌습니다. 이 순간 오직 '나'만이 있는 듯, 들리는 음악과 그 음악을 듣는 자신에 온전히 집중하는 듯한 모습. 어떤 아우라가 뿜어져나오는 듯 했습니다. 원일샘은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라고 하셨죠. 웬만한 멘탈이 아니고서야 힘든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그와 그의 팀의 행보는 그래서 여타의 밴드와는 좀 다른 듯 합니다. 일단 매 앨범마다 라디오헤드만의 실험적 사운드를 선보입니다. 그들의 곡엔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을 들을 때처럼 소리의 질감들이 다양한데, 이 소리들이 부딪히면서 강한 어떤 에너지를 느끼게끔 합니다. 폭력적 아드레날린이 살아있는 사운드라고 원일샘은 표현하시는데요. (이들의 사운드의 진가는 오직 좋은 스피커, 비싼 스피커를 통해서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ㅜ ) 라디오헤드가 만들어내는 이런 사운드들은 톰 요크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톰 요크는 가사를 통해 그의 문제의식을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너를 대변하지 않아. 무너뜨려라'고 말하는 no surprises. 그녀에게서 현실적인 맛이 난다고 말하는 fake plastic trees 가 있죠. 원일샘께서 라디오헤드는 이미 대중에게 하나의 문화적 권력이 되었고, 이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해서 독선적 거대 권력에 저항하는 대안적 권력을 창출하는 밴드고, 예술가라면 미쳐버리거나, 녹아 없어지거나, 때론 도구를 익혀 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 시대 진정한 예술가 상을 제시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술가=저항, 폭력적. 강의를 들으면서 제 머릿속에 이런 관계가 성립되었는데요. 이 때 폭력이란 우리가 막연히 떠올리는 그 폭력보다 더 넓은 차원의 것인데, 스트로즈-위페?라는 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인간에 대한 인간의 권력'을 뜻한다고 합니다. 권력이란 사회적 관계안에서 어떠한 저항에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 이고요. 그러니까 폭력이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어떤 의지에 대항해 그와 다른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 라디오헤드에게 음악은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항하는 또다른 폭력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입니다.
톰 요크는 지구 환경에도 문제의식을 갖는데, 그는 그의 공연이 지구에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시키는지 조사하고,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 몇 가지 행동 강령들을 팬들에게 제시합니다. 또, 음반 유통구조에도 불만을 품고, 음반사를 거치지 않고 팬에게 직접 앨범을 제공하는 루트를 취하고 팬들이 내고 싶은 만큼의 가격만 내도록 하는,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이상적인 이런 행동들을 했습니다. 이렇듯 그의 음악도, 공연도,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자신의 실험들이라는 점에서 그는 다른 밴드들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영향력있고, 자신의 아우라를 갖는 것 같습니다.
7주 동안 제가 들어왔던 음악들과는 다른 생소한 음악들을 들으면서, 이 음악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난감할 때가 많았는데요. 이들은 어쨌든 제가 음악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코드들을 벗어난 음악들을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분명 다른 감성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다 내려놓고 들어야 들릴법 한 음악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웠지만 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사운드에 많이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전 사운드가 화려한 음악에 그리 꽂히지 않는 터라 풍부한 사운드가 주는 강렬함 같은 걸 많이 느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들었던 음악들은 그것이 전부인 음악들이 많았고 그래서 더욱더 새로웠던 것 같습니다~
전체 3

  • 2015-12-07 11:45
    강의중 들었던 이야기와 음악은 물론이고, 그날 뒷풀이 자리도 즐거웠어요. 행군이 무려 오전 4시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대단하다는 말밖에... 두달여를 함께 한 수강생분들과 더불어 원일쌤께 감사감사감사의 인사를 ^_^

  • 2015-12-07 23:04
    후기 읽고있으니깐... 여시아문 끝난거이 아숩군요~.~ 목요일밤마다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ㅎㅎ

  • 2015-12-08 14:45
    근사한 후기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