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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3-19 20:54
조회
324
3.25 동사서독 공지

<장자>는 장자로부터 800년 후에 정리된 책입니다. 그 전까지는 죽간본으로 잘려 있었죠. 그러니까 우리가 읽는 <장자>는 후대 편집자의 손길이 가미된 편집본인 셈입니다. 즉 <장자>는 어떤 순서로 엮느냐에 따라 해석의 가짓수가 무궁무진한, 열린 텍스트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들 중 왕보의 <장자를 읽다> 경우 이런 <장자> 텍스트의 특징을 십분 이용하여 챕터의 순서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했지요. 이 조각난 파편들을 어떻게 조합할지는 우리에게도 주어진 과제입니다. [내편]을 읽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뽑아서 편명을 지을 수 있다면 우리도 왕보처럼 자신만의 <장자>를 하나 갖게 되는 것이지요. 아니면 우리는 일단 [소요유]부터 시작합니다. 물고기 곤이 구름처럼 큰 새 붕이 되는 첫 구절부터 시작하는 <장자>. 시작부터 혼을 빼놓는 이 장면이 <장자>의 서문을 장식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읽을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곤은 붕이 되는 변신을 합니다. 장자는 이 이야기를 그야말로 다짜고짜 합니다. 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붕이 되었는지는 전혀 말해주지 않습니다. 마치 <변신>의 잠자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벌레로 변신하는 것처럼. 장자는 곤이 붕으로 변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고기는 새가 되었다고, 화(化)했다고 합니다(化而爲鳥). 물고기가 서서히 새로 변해갔다고 말하지 않는 거죠. 존재가 완전히 바뀌었으니 곤이었던 시절의 습성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붕은 이제 날아서 구만리 하늘로 치솟습니다.

왕보는 붕의 비상을 들어 몸이라는 한계를 벗고 가벼워지는 마음의 차원이라고 읽습니다. 그래서 저희 조에서는 이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듯한 왕보의 해석이 많이 걸린다는 말이 많았고요. 하지만 정말 심신이 하나라는 것을 알면 마음이 바뀌면 몸이 바뀐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곤이 붕이 되는 것은 존재가 완전히 바뀐 것인데, 그건 내가 바뀌어 나를 제약하고 있는 세계 또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신주의는 단지 신체성을 벗어버리자는 말은 아니라는 것. 붕은 하늘로 올라 지상을 보았는데 지상 또한 하늘과 같은 색이었습니다. 채운쌤은 이 우화가 존재의 변이가 곧 세계의 변이를 보여준다고 하셨어요. 누렇고 복잡한 지상에서 청명한 하늘을 보며 이상을 꿈꾸던 존재가 화(化)하여 지금 이곳이 바로 그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라고요. <장자>를 단순히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텍스트로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입니다.

<장자>는 비균질적인 텍스트입니다. 붕이 되는 이야기는 마치 커다란 존재가 되는 것을 찬양하는 것 같다가도 그 옆에서 붕을 보는 매미나 메추라기의 시선을 삽입하여 결국 붕새도 그 작은 존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죠. 손 트는 것을 막아주는 약의 쓰임을 말할 때는 더 유용한 쓰임을 지향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너무나 크고 울퉁불퉁해서 오히려 도끼날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나무입니다. 전복과 비균질이 장자 텍스트의 특징이고 또 우리가 계속 <장자>를 일관된 입장에서 읽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장자>는 쓰임(用)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요? 깨달음은 붕새만의 몫이고 매미나 메추라기는 그를 비웃기만 하는 존재로 남으면 그만인 걸까요?

장자는 사실 용이냐 무용이냐 대지(大知)냐 소지(小知)냐를 두고 둘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선택지 자체를 넘어가는 사유가 그 비균질적인 이야기의 사이사이에 녹아 있는 것이지요.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은 자유가 아니며, 선택지까지 만들어야 진정 내 자유라고요. 요즘 법륜스님께 은혜 받으시는(!) 채운쌤은 스님의 고민해결법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요, A냐 B냐 그 사이를 갈등하는 사람에게 스님이 하시는 충고는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둘 모두를 충족할 결과를 얻으려고 하니까 계속 번민하게 되는 것이라고요. 내려놓음 하나가 지금까지 내가 서 있는 관계망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장자>의 [소요유]의 그 크고 작은 존재, 지혜, 사물들은 사실 그 목적 없이 노니는 것은 이런 것들을 넘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음 시간은 <장자> [제물론] 2장까지 읽어옵니다. (빨간 책 기준으로 107p까지)

공통과제 한 장씩 써 오시고요,  암송! 잊지 말고 한 단락 외워옵시다ㅠㅠ

간식은 현옥쌤, 건화

토요일에 만나요~
전체 3

  • 2017-03-20 08:25
    주어진 선택지들 속에서 이것저것을 고민하는 것부터가 부자유라는 장자의 생각은 지금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치밀한 자본의 전략에 의해 포획되고마는 지금시대와 속세에 살면서도 속세에서 탈주하려는 장자의 사유의 결과를 붙이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 2017-03-20 14:47
    '비균질적 텍스트'라는 것이 이런 거로구나 체험합니다. 첫편부터 생각할수록 어렵고 의문점이 막 생기고 그러네요... 공통과제를 작게나마 꼼꼼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 2017-03-20 16:20
    수업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강의하실 때 채운 샘의 음성이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소요유'편을 더 뜨거운 텍스트로 만들었던 것 겉네요. 말씀마따나 백날 소요유니 무아니 읊어대면 뭐하겠습니까, 그게 삶이 되지 못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