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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동사서독 공지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3-12 21:13
조회
263
170318 동사서독 공지

<장자>는 심오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텍스트입니다. 보통 무거운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도 무거운 법인데 장자는 그렇지 않은 텍스트입니다. 비균질적이고 또 체계가 없는데다가 다층적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책이지요. 그래서 장자는 쉽지 않습니다. 채운쌤은 장자에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하셨어요. 예술, 언어, 철학, 인식, 존재 등등. 동양, 서양 철학 무엇과도 매칭할 수 있는 철학이 장자지요.

장자는 공자와 노자 이후 100년 후 텍스트입니다. 유가, 도가, 묵가로부터 도주하는 텍스틩기도 하고요. 장자의 중요한 문제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이건 세상을 좋게 만들겠다는 야심이 세상을 망치는 것을 충분히 확인한 다음 세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위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공명심의 발로인 것이죠. 사회적 비전을 제기하는 철학에서 거리감을 두고 있는 장자는 자기 자신의 보존을 사유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운의 변덕스러움과 죽음의 확실성을 인생과 화해시키는 것에 골몰합니다. 운과 죽음,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세상이나 나 자신을 어찌해볼 수 없다는 것을 매번 알게 해주죠.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세상에 요구해봐야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세상을 망친다는 것을 장자는 알고 있고요. 이런 꽉 막힌 상황에서 장자는 우리에게 다른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장자가 살던 시대는 전국시대였습니다. 모두가 부국강병을 외치는 시대, 그는 안명(安命)을 말합니다. 변덕스러운 운에 편안할 것.

당시 세태와 전혀 사유를 전개하는 장자는 언어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계속 의심하는 언어를 사용했죠. 모든 새로운 철학은 그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언어를 넘어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원래 철학은 새로운 대상을 발견해서 그것에 대해 철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다른 스타일로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장자의 문체 자체가 장자의 사상인 것. 그러므로 장자가 어떻게 논리를 전개하는지, 그리고 개념을 어떤 맥락에서 쓰는지 주의해야 합니다. 그레이엄이 ‘자발성’이라고 번역한 자연 역시 ‘nature'의 의미로 습관적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늘 맥락 속에서 읽어낼 것. 그것이 장자를 ’변덕스럽고 수다스러우며 아는 체하는 노인네‘의 말이나 좋은 격언, 재미있는 이야기 아닌 다른 사유를 담고 있는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도(道)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것은 ‘도(道)’에 대해 묻는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영역에서 출발해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르러야 생각 하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장자를 읽으면서 이번 학기에 해야 할 것은 질문의 양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개념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고, 그때 장자의 언어는 늘 유의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곧 언어이므로.

채운쌤은 또 장자를 읽을 때 각 장의 제목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하셨어요. 소요(逍遙)라는 것은 어떤 것일지. 장자가 인간세를 말할 때, 그가 생각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지. 또 은둔자의 면모가 있는 장자가 천하를 말할 때 그 정치적 맥락은 무엇인지 등등. 또 장자는 당위가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텍스트 내내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당위가 없으면서도 텍스트는 썼지요. 저희 조에서는 이런 태도가 무어실까 하는 질문도 나왔어요. 채운쌤은 장자를 읽으면서 당위가 없다면 윤리는 어떻게 될지 고민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유가는 하늘에게 부여받은 인간의 본성을 말하며, 하늘과 인간의 연속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도가에서 자연이란 무위하고 인간은 유위하죠. 둘은 불연속적입니다. 이때 인간은 기댈 곳이 없어지는 존재가 됩니다. 변덕스러운 운과 죽음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통과하고 있죠. 장자는 그런 인간을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보기도 합니다. 장자의 문제는 이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어떻게 풀려날 것인가. 이건 단지 탈주하거나 세상을 벗어난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장자는 도피를 말하지 않으니까요. 그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건 자연이기도 하고 생과 사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풀려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면서 이런 조건들을 긍정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장자를 읽다보면 자유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요.

이번 학기 주 텍스트는 총 4권입니다. 일단 빨간 책 <장자>가 있고, 왕보의 <장자를 읽다>가 있습니다. 그레이엄의 <장자>, 그리고 진고응의 <노장신론>이 있지요.

채운쌤은 이 4권을 읽는 순서를 정해주셨습니다. 1. 우선 전통문화연구회에서 나온 빨간 책 <장자>를 읽으며 원문을 확인하고 또 걸리는 부분을 체크하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2. 왕보의 <장자를 읽다>, 3. 그레이엄의 <장자>, 4. 진고응의 <노장신론> 순으로 읽고 나서 5. 빨간 책 <장자>를 다시 읽으며 그간의 모험(?)을 정리 하면서 읽어요^^

 

이번 시간에는 각 책의 [소요유]편 읽어옵니다.

공통과제 한 장씩 써 오시구요~

왕보의 책은 제본 맡긴 책이 수요일 쯤 올 것 같아요. 일단 스캔본 올립니다~

간식은 혜원, 이응.

다음 시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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