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n

5월 16일 수업 후기

작성자
현옥
작성일
2016-05-19 11:34
조회
3484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마음’이라는 피셔의 텍스트는 확실히 불교의 무위법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찰에 가득찬 과학책임에 분명한 듯합니다.

이야기해볼 만한 꺼리가 무척 많았는데, 다만 개인들마다 현재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시각의 차이가 있고, 그 거리를 좁혀가며 활발발한 토론을 하기에는 좀 역부족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부터도 좀 더 마음을 내서 준비를 하고 세미나에 임해야겠다는 반성!^^)

 

* 우선 ‘유전자냐 환경이냐’ 하는 오래된 문제에 대해서 피셔는 명쾌한 결론을 내립니다. 경험을 제공하는 개인의 감각기관 자체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눈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고, 미각이 각각 다르게 발달해있는 것처럼), 이 유전자는 애초에 환경의 영향(즉 신경계 자체가 외부와의 접속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을 통해서 결정되고 선택되기 때문에 ‘알이냐 닭이냐’의 문제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질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타고난 천성과 환경의 상호작용일 뿐이며, 환경을 통해 천성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겠죠.

 

* 쌤은 주로 우리의 현재적 의식과 무의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고작용이란 기억중의 어떤 것을 자신이 의도하는 것과 결합시키는 것’이라는데요, 이 짧은 정의만 보아도 우리의 사고라는 것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자의적인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이나 무의식이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모양으로 고정된 채 마음의 특정 장소에 저장되어 있다고 여기기 쉬운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억은 애초부터 나의 그때의 의식에 의해 선택되는 것일 뿐(똑같은 상황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니까요)이며, 더구나 매번 호출될 때마다 그때의 나의 의식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변형됩니다. 이처럼 쉬임없이 운동하는 것이 기억이기 때문에 심지어 폭류(暴流)라고 불리어지기까지 한다네요. 다만 우리의 의식이 늘 습관적인 방식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기억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고, 무의식 또한 변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현재의 의식을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원한과 분노로만 기억하고 불러냈던 어떤 장면을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불러낼 수 있다면요?.... 분명 그 기억은 현재의 내 의식 속에서 다른 변형을 거칠 것이고, 더불어 다른 무의식조차 변하게 되겠지요. 따라서 ‘마음을 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무의식과의 대결이며, 자신의 무의식을 바꾸는 것은 결국 내가 인식하는 세계의 지각장이 바뀌는 일이기도 하답니다. 이처럼 습관적인 사유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나의 기억과 무의식을 해방시키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의식의 세계와 접속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자아를 깰수록, 내가 만든 자아라는 좁은 울타리 속에 가두어놓았던 엄청난 세계가 풀려날테니... 상상만 해봐도 참으로 놀랍고 엄청난 경험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다면 물론 공부를 통해 기존의 전제들을 깨는 작업이 우선이겠지만, 일상 속에서는 聞훈습이나 경을 외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으니 실천해보시면 좋을 듯해요.

 

* 개인적으로 저는, ‘진화과정에서는 오로지 개체의 어린시절에 필요한 것만이 선택될 뿐, 그것이 늙은 개체에게 해가 되리라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를 유발시키는 유전자는 유년기의 신경계의 발달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진화과정에서 살아남는다고 하는군요. 결국 우주자연은 인간이라는 개체의 병이나 고통, 노화나 죽음 같은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얘기지요.... 인간의 수명이 자꾸 길어지고, 수명을 연장하려고 애쓰는 문제 등에 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갔습니다만,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사는게 힘들다, 힘들다... 하는 소리를 참 많이도 하고 살았는데, 그건 결국 내가 삶을 감당할 만큼 힘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 이상 매우 자의적인 후기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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