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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루쉰 기말 에세이 발표 후기

작성자
이소민
작성일
2016-07-27 17:57
조회
731
갑자기 에세이 후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수영쌤과 옆에 앉아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정까지 나눈게 잘못이었나 싶습니다. (ㅠㅠ) 그런데 늦게 올려 죄송해요!

에세이 전 주에 채운쌤이 좋은 술이 아주 많다며, 그러니까 9시부터 일찍 시작하자고 하셨습니다. 절대 빨리 끝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내심 기대했나봐요. 그래서 전날, 친구들과 술약속을 잡았습니다. 9시 정도면 끝날 것 같으니 맥주 한 잔 하자고요… 그런데 점심을 먹기 전까지, 약 세시간동안 3분의 에세이 발표가 있었고… 그래도 저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약속을 불확실하게 뒤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았다고 하자 친구가 카톡으로 그랬어요. “소민아. 거기 이상한 데 같아. 도망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와서? 좀 빨리 말해주지 그랬어ㅎㅎㅎㅎㅎ”

아무튼 뒤늦게 말해 준 친구 덕분에^^ 무사히 동사서독을 마칠 수 있었네요!!!하하.
저에게는 두번째 에세이 발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번 중간 에세이 발표 때 살짝 충격을 받았었는데… 대략 한 에세이를 가지고 4-50분정도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와 이러다가 진짜 12시간 넘겠는데? 했는데 진짜더라구요.ㅋㅋㅋㅋ 마지막엔 에세이를 읽는 건 제 눈알 뿐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홀로 날카로운 지적해주신 채운쌤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두번째라고, 이번 에세이 발표는 저번보다 훨씬 몸과 마음이 견딜만(?) 하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소세키보다 루쉰이 훨씬 좋았습니다. 물론 소세키의 소설도 재미있었어요. 유려한 문체도 좋았고, 어딘가 찌질한 등장인물도 재미있었고. 특히 <갱부>는 그 중에서도 좋았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소세키를 읽고 나면 무언가 어떤 불유쾌한(?) 혹은 덤덤한(?) 혹은 답답한(?) 감정이 들긴 했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루쉰의 잡문을 읽으면서는 계속 이런 의문이 드는거에요. ‘대체 왜 이렇게 목숨 걸고 싸우는거지’ 하는. 아마 목소리가 생생히 드러나는 잡문이라 소세키의 소설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번 에세이에서도 제 개인적인 의문과 함께 그런 루쉰을 이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저는 친구와 우리가 집을 살 수 있냐 없냐 하는 (유치한..) 말싸움을 한 것에서 시작해서, 루쉰이 이야기한 희망과 절망을 정리하면서, 제 생각을 정리 했는데요. (반성하자면 제 의문을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텍스트 분석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내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끼워맞추는 식으로 된 게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쓰면서도 계속 혼란스러웠어요. 루쉰이 말하는 ‘절망도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이걸 진짜 삶의 태도로서 취하는 건 너무 너무 어려울 것 같은 느낌…  ‘지금 현재 문제에 눈 돌리지 않고 충실히 살아낸다는 것’이 대체, 도대체 무얼까 하는 질문들이 계속됐어요.

채운쌤이 제 에세이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해주셨져. 한마디로 하자면 ‘집 사면 뭐할거고, 집 못 사면 뭐할건데’. 이런 양자택일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은 현재 욕망하는 걸 미래에 투영하는 것이고, 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은 현재의 고통을 미래에 투영하는 것, 결국 둘 모두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외부 상황과 관계 없이 지금 당장 내 방식대로 잘 살아가는 게, 나의 존엄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어떤 시대이든, 어떤 자리이든 내가 그곳에서 잘 살아야 한다는 것. 무엇이 없다고, 무엇이 되지 않는다고, 내가 무너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셨어요.

사실 여전히 ‘내 방식 대로 잘 살아 간다’는 것이 무엇일진 모르겠어요. 그런데 확실히 이거 하나는 채운쌤의 이야기를 듣고 배웠습니다. 집을 사지 못해서 불행하다는 사람은 집을 사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국 똑같다고. (채운쌤 이야기를 반복하는 느낌이네요.) 갑자기 생각이 난 추억의 말장난이 있는데…
아들: 아빠 나 100원 만 줘! / 아빠: 100원은 뭐하게? / 아들: 고무줄 사려고 / 아빠: 고무줄은 뭐하게? / 아들: 새총 만들지~~ / 아빠: 새총은 만들어서 어디에 쓰려고? / 아들: 새 잡으려고 / 아빠: 새는 잡아서 뭐하게? / 아들: 팔지! / 아빠: 팔아서 뭐하게? / 아들: 고무줄 사려구~~ / 아빠: 고무줄은 뭐하러 사! / 아들: 새총 만들게~~

#아빠는 당장 아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10년 후 아들이 말했다.

아들: 아버지! 저 4천만 원만 주세요….. / 아빠: 4천만 원은 뭐하게? / 아들: 차 사려고요… / 아빠: 차? 차는 왜? / 아들: 여자 꼬시려고요….. / 아빠: 어이구~~이제야 니가 제정신으로 돌아왔구나...여자는 꼬셔서 무 하려구? / 아들: 여관으로 데려 가야조! / 아빠: 오호! 그다음엔 뭐하지? / 아들: 옷을 벗겨야죠~ / 아빠: 아이구 내 아들~~ 그래 그다음에는? / 아들: 물론 팬티를 벗겨야죠! / 아빠: 팬티는 왜 벗기는데? / 아들:고무줄 빼서 새총 만들게! / 아빠: !!!!!!!!!!!!!!!

그러니까 결국 집을 사든 안 사든, 돈이 많든 적든, 혁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금 현재 단단한 나를 만들지 않으면 이런 어이없는 순환의 반복이 될 수도 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약간.. 제가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네요.ㅠㅠ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뒤죽박죽인데… 그래도 이렇게 저의 동사서독이 끝났습니다!!! (급마무리)
사실 동사서독을 시작하게 된 여러 동기 중에  밝히지 않은 하나는, 책을 읽고 있어보이게 작문(취업시험에서 보는 짧은 글쓰기 시험?)에서 써먹어보자였는데… 어느 순간 작문은 고사하고, 소세키, 루쉰의 발끝만큼이라도 이해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ㅠㅠ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나이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어려운 텍스트를 함께 도전하고, 함께 깨질 수 있어서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동사서독을 떠나지만~~~(대신 과제가 없다는…예술톡톡을 들으려고 합니다 ㅎㅎㅎ )다른 분들 모두 건강히, 단단하게, 열심히 공부하시고, 한학기동안 고생하셨어요. 모두 감사합니다!
전체 4

  • 2016-07-28 06:26
    소민다운^^ 솔직하고 멋진 후기!! 잘 읽었네요! 많은 얘기는 못나누었지만, 만나서 무~지 반가웠어요.
    술 한 잔 못한 게 아쉽네.^^ 또 함께 공부할 기회가 있겠죠?!

  • 2016-07-28 11:22
    아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6-07-28 13:21
    ㅋㅋㅋ말장난 뭔뎈ㅋㅋㅋ 다들 이렇게나 다른 톤의 후기를...ㅋㅋㅋ재밌네요

  • 2016-07-28 19:08
    앗 댓글오류떠서 날아가뿌써ㅠㅠ "좀있어보이는글"과 "팬티고무줄"이 기억에남는후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