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등산 - 북한산 의상봉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10-08 12:59
조회
277
저번 주 일요일 혜원누나, 이응누나, 지은쌤, 저 이렇게 넷이서 북한산 의상봉을 다녀왔습니다. 코스는..... 잘 모르겠어요. 원래 계획한 코스는 북한산성탐방센터에서 시작해서 대서문 - 중성문 - 대남문을 찍고 북악터널 쪽으로 내려오는 거였는데..... 정류장을 잘못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알 수 없는 등산로에 들어선 것부터 모두 꼬여버렸습니다. 어찌어찌 올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고, 봉우리가 하나 있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봉우리가 짧지만 험난하다는 의상봉이었죠.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새벽에 연신내역에서 만난 뒤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어? 저희 여기서 내려야 돼요!" 어딘진 모르겠지만 지은쌤이 이 말을 해서 다 같이 후다닥 내렸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어디가 등산입구인지 아무도 몰랐죠. 이게 이번 등산의 서막이었습니다.




어딘진 모르겠지만, 마을로 들어가다 보니 등산로 입구가 있긴 했었고 거길 따라 올라갔습니다.
북한산탐방지원센터까지는 거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둘레길 걷는데 거리가 좀 늘어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죠.
문제의 사진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북한산탐방지원센터가 나오고, 바로 위로 가면 의상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의 시작입니다.
모두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의상봉까지 1.5km 정도밖에 안되길래 그냥 봉우리 찍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도를 봐도 길은 잘 모르겠지만 물어물어 가다 보면 어찌 잘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의상봉 코스로 들어갔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가파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모두들 잘 올라가더군요.



전날 곰쌤이 빵을 좀 주셔서 그걸로 잠시 쉬면서 요기를 했습니다.
근데 혜원누나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힘들어 하고 자꾸 쉬더군요.
무릎 안 좋은 지은쌤보다 더 힘들어한 혜원누나는 "난 저질체력이야.", "이제부터 매일 사유의 길 걸을꺼야."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유의 길 : 연구실을 시작으로 성대 돌담길로 걸어 올라가는 걸로 시작하는 나름 빡센(?) 코스입니다.



흙길만 나오다가 점차 돌이 많이 나오더군요. 결국 두 지은이 먼저 올라가고, 저랑 혜원누나는 뒤에서 천천히 가기로 했습니다.


좁은 길, 가파른 곳을 지나 겨우 앉을 곳이 생겼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지은쌤은 페이스 잘 유지하면서 올라갔고, 반면에 혜원누나는 이미 얼굴이 하얗게 됐습니다. (분발하셔야 겠습니다!)



지나가던 아저씨한테 들은 얘기지만, 의상봉 코스가 짧긴 하지만 만만하지 않다는 군요.
네, 저희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지만, 이미 당초에 계획했던 안온한 둘레길 코스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경사가 너무 가파라서 위험하고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혜원누나의 '난 무사히 이곳에 도착했다' 포즈.



그리고 장렬히 전사.



이 바위는 토끼 바위, 돼지머리 바위 이런저런 이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긴 세월 풍화, 침식작용을 받은 결과라고 하는데, 어떻게 저런 모양이 됐는지 신기하네요.
여튼 바람도 시원하고 전망도 탁 트여서 쉬기 좋았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스모그로 뿌연 서울도 볼 수 있었습니다.



10시를 넘기자 슬슬 사람들도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두 발로 걸어올라갔지만 우린 네 발로 기어올라갔죠.



얼굴이 잘 나오지는 않지만 이응누나 옆에 서 계신 분이 이번 등산 때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이응누나가 친화력을 발휘해서 동행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전반적인 코스부터 쉽게 올라가는 길, 자세 등등을 알려주셨습니다. 멋있으시더군요!



혜원누나 가방을 대신 메고 날다람쥐처럼 척척 올라가는 이응누나입니다.
운동화 신고서도 아주 잘 움직이더군요.



의상봉에 오르기 전 목조 계단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우측상단, 저~~ 밑에 있는 마을에서부터 올라왔습니다.



의상봉에서 찰칵! 오른쪽 사진 너머로 노적봉, 용출봉 등등 다른 봉우리들이 있지만, 저긴 패스.
의상봉에서 바로 내려가지 않으면 앞으로 봉우리 두 개를 더 타야 된다는 군요. 생각보다 녹초가 되서 바로 연구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내려가는 길도 경사가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올라가는 것보다는 수월하게 내려갔습니다. 아저씨가 편한 길로 리드해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어둡게 나와서 이응누나의 생동감 있는 표정이 잘 안 보이네요.
좀 더 어려운 코스에 도전하고 싶었던 이응누나는 아저씨가 가시는 암벽 등반 수준의 길을 갔고, 그 결과 ㅎㅎ
여태 날다람쥐처럼 다녔던 이응누나도 가파른 바위를 내려가기는 힘들었나 봅니다.
아저시 : "다리 펴! 다리를 펴야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어!"
이응누나 : "아저씨 잠깐만요아아아아아악!"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사진명 : '그래도 봉우리 하나 더 타볼까?' 하고 고민하는 척.



목조 계단타고 빠르게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면 국녕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만한 크기의 불상이 있죠. 절은 작은데 불상은 크더군요.
저 불상 주위에 있는 진열장 안에도 다 작은 불상들이 있습니다. 밤에 오면 참 무서울 것 같아요.



여기서는 지은쌤이 준비한 과일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가볍게! 용출봉과 의상봉 갈림길 이후에는 아까까지의 난코스가 무색할 정도로 쉬운 길이었습니다.



산을 내려가자 정돈된 보도블럭길이 나왔습니다.



지은쌤 갑자기 그렇게 앉으심 안 돼요. 여긴 길 한복판인데;;



내려와서는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길 내내 꾸벅꾸벅 행복하게 졸았습니다.
예상치 않은 코스 덕분에 한동안 몸이 좀 쑤시긴 했지만, 맛난 식사도 있었고 +_+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올라가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재미와 운동 둘 다 있었습니다. 다음 산행을 기대해봅니다.~



추가사진입니다. 그날 규문에 곰쌤과 수빈이, 수빈이 부모님 오셨습니다.
곰쌤 몰래 나름 서프라이즈를 계획한 거였는데 잘 먹힌 것 같습니다. ㅋㅋ 그리고 저한테도.... ♥
그날 수빈이가 그동안 갈고 닦은 것들을 봤습니다. 회심의 딸랑이 잡기, 뒤집기를 볼 수 있었죠.
아직 앞으로 가는 건 무리였지만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주 놀러오렴!

전체 3

  • 2017-10-08 14:18
    꺅 수빈이... (북드라망 사장님과 정군은 이제 통칭 '수빈이 부모님'이 되는 건가요 ㅎㅎㅎ) / 여러분들이 산행하는 동안 난 공부방 철봉에 1분씩 매달려 있는 것으로...! ^^

  • 2017-10-08 21:47
    휴ㅋㅋ 의상봉 타봤으니 이제 무서울게 없다! 금오산이여 오라!! (고 작은 목소리로 외쳐봄ㅎㅎ)

  • 2017-10-10 05:22
    와우! 혜원의 저 곰국같은 맑고 뿌연 얼굴이라니! 장하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