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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대인' - 주역수업(07.09)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7-14 23:00
조회
589
오늘 살펴볼 괘는 건괘(蹇卦)입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손괘損卦는 익괘益卦와 같이 묶어서 정리하도록 하고요!) 건괘의 건(蹇) 자는 다리를 저는 것, 절룩거리며 걷는 것이고, 따라서 어려움(難, 險阻)을 의미합니다. 어그러짐(乖)을 의미하는 규괘(睽卦) 다음에 오죠. 반목하고 의심하고 어그러지면 걷기 어려운, 뭔가 일을 추진하기 어려운(걷기 어려운) 상황이 오기 마련이니 순서는 타당해 보이네요. 아유, 절뚝거린다고 생각하니 시작부터 딱하지만요. 우샘도 건괘의 시작부분에서, 이렇게 어렵다, 힘들다하지만 괜찮다고, 다 살 방도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대상전을 보면요. 이처럼 힘든 시기에 살아남는 법이 세 가지로 정리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첫 번째로는 역시나 이미 모두 짐작하시다시피 자기를 바르게 잘 지키면 길하다는 말이 나오고요(貞 吉). 여기서 새로운 것은 두 번째 비결, 동남(東南)이 아닌 서남(西南)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롭다(利西南 不利東南)는 말이에요. 여기서 동남은 산(七艮山)으로 가는 고난의 방향을 의미하고요. 서남은 이치를 따르는 순조로운 길(順, 坤)을 의미해요.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럴 때엔 어느 길이 맞는 길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여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겠네요. 여기에 제가 강조하고 싶은 세 번째 조건은 대인을 만나는 것(利見大人)입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그 힘든 상황들을 헤쳐 나가는 데에 든든한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죠. 사실 저에게 이것은 바른 방향을 잡는 두 번째 조건이나 자기를 잘 지키는 첫 번째 조건까지도 모두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무척이나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돼요. 자신이 약하고 지혜가 부족하더라도 대인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효사에 가면 대인을 만나서 생을 도모하는 많은 예들이 있는데요. 구삼의 경우는 초육과 육이의 의지하는 바가 돼요. 연약한 음 둘이 자립이 힘들어서 구삼오빠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거든요. 이럴 때 오빠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죠. 육사의 경우도 구삼에게 의지하고 같이 연대를 이루어 힘을 합치려고 하고요. 구오의 경우에도 크게 어려운 시대를 만나지만 친구(육이)가 도와주러 옵니다. 상육도 구오와 구삼 같은 두 개의 양을 만나서 그들을 따르고 구해요. 절뚝일 수밖에 없는 시대에 모두가 넉넉히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각자에게 목발 같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몇 명씩 꼭 있기 때문인 것이에요!

 

제가 이렇게나 ‘대인만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효사에서 본 예 뿐만이 아니라 최근의 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기도 한데요. 저의 경우 요 몇 년간의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오히려 공부를 할 수 있는 지금의 환경으로 절 이끌어준 거나 다름없는 고맙고 다행스런 결과를 가져왔어요. 그런데 일단 공부는 시작했고, 중간에 때때로 감동받고 마음이 뜨거워지고, 공부를 하길 잘했다 어쨌다 하는 좋은 순간들도 꽤 있었지만요. 끈기도 인내도 부족한 저에겐 지속적으로 하는 모든 것이 정말 힘들었(지금도 힘들)거든요. 공부하려고 힘차게 마음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더라도 사실 하루를 살다보면 이전의 습관들과 게으름이 어느 새 온몸에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도저히 이 계획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원래의(이전의) 나로 돌아오고, 일정 중에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유혹(!)들이 생겨나고, 다시 공부하려던 굳은(듯했던) 마음이 요동칠 만한 더 크고 정신없는 사건사고가 이상할 정도로 끊이지 않기도 해요. 이런 순간엔 혼자서는 그냥 유혹에 빠지고 흐느적거리고 미로를 헤매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거든요. 그럴 때 절 붙잡아 주는 것은 다름이 아닌 ‘사람들’인 것 같아요. 나와 내 약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나보다 지혜롭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요. 내가 나도 모르게 동남의 방향으로 자꾸 향할 때, 날 서남의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이죠. 지금 저에겐 그런 ‘대인’이 바로 채운샘이고, 우응순 샘의 주역수업이고, 엉뚱한 듯하고 어딘가 모지라는 것 같아 보여도 어느 새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있는 ‘공부친구들’입니다. 이들의 격려 내지는 충고, 심지어는 문자나 카톡 한 토막으로 동남으로 가다가 서남으로 돌아온 경험이 벌써 여러 번 있거든요. 어떤 땐 진심으로 아,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해요. 스스로를 바르게 지킬 힘도 없이 약하고 무지몽매한 저에게는, 흉(凶) 해 보여서 사람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온갖 사건들 속에서는 특히, 바른 방향을 잡는 것조차도 버거울 때가 많지만 바른 길을 찾고 걸어가는 과정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잘 버티고 나아가고 있어요. 혼자 있던 재작년 같았으면 힘들다고 난리법석 떨었을 일들을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아,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이게 제 힘이 아닌 걸 너무도 잘 아니까 정말 고마운 일이죠.

오늘은 어쩌다보니 좀 수다만 떤 것 같은 기분도 살짝 듭니다만, 아무튼 오늘도 마무리는 훈훈합니다;;

결론! 우리 모두 서로의 힘든 시기에 대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래오래 같이 갑시다!
전체 2

  • 2016-07-15 09:06
    윤몽의 주역라디오 잘 듣고 있슴다-
    흉하든 길하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하게 하는군요-
    담주에 또 오네가이-!

    • 2016-07-16 22:29
      이것이 라디오라면 나는 DJ~ 오네가이로 추정컨대 수영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