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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감정(?)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 후기

작성자
은남
작성일
2016-07-25 01:03
조회
754
이런 에세이후기를 왜 쓰겠다고 했을꼬~ 아조 온순하게 생겼는데 은근 고집있고 꼭 찝어 할말은 다~아하는 수영쌤 한테 낚였다.

40대 대표로 에세이 발표후기를 쓰란다.  나는 후기같은거 쓰는데도 진짜 힘든 사람이다,  못쓴다 했더니

혼자만 후기 올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쓰니까 아~무 부담 갖지 말고 잠깐 쓰고 저녁에 올리란다.

고뤠? 후딱 쓰고 후딱 올리는 거라는 말이지.  그러마하고 집에 와서 장도 보고 잠도 한숨 자고 식구들 저녁도 한판 차려주고

저녁부터 이제 후딱 쓰자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런데 확실히 낚였다.... 후딱  안나온다...

처음에는 후기를 이렇게 쓸 요량이었다.  토요일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 20분까지 그 뜨거운(?) 현장을 내가 한번 정리해보리라,

학인들의 피와 땀이 어린 에세이를 다시 한번 콕 찝어 보리라, 이에 호응(?)하는 채운쌤의 강평내용을 한점 왜곡 없이 사실 그대로 기록해보리라...

저 진실을 기록하다  죽은  <사기>의  사관처럼!!!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의 울었던 기억앞에!  나는 이번에도 울었다.

심지어 격몽스쿨 논어 학이편을 읽는데도  소량의 눈물을 삐질삐질 흘러야 했다.  대체 이놈의 공부가 뭐라고 나를 울린단 말인가?

도대체 운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2014년에 두 번,  2015년에 세 번,  올해 한번이니 도합 6번째다.

내 나름대로 이런 현상을 풀어보겠다고 일기에 써보기도 했다.(비밀 후기가 되겠다). 거기엔 쪽팔린 감정부터 나의 울음을 촉발시킨 쌤의 강평 단어,

마지막에는 유치찬란한 초등생 수준의 각오도 써 있다.   어느 해인가는  <글쓰기와 반시대성,이옥을 읽는다>를  읽고 또 울기도 했다.

그러니까 에세이때 울고 집에 와서 또 울고 한다는 것.  억울하다.  운 것은 나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다.  난 정말 울고 싶지 않았고

(처음 본 학인은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할 거며,  20대 학인들한테 얼나마 쪽팔리는 일인가?)  9시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옆자리에 계신 현옥샘한테도

‘정말 안울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사전 각오까지 말해논 터였다.  이때 현옥쌤 한마디- ‘모르는게 아닐걸’.

그렇다 분명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감정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차분히 풀어 낼 능력은 없는 것 같다.(나도 스피노자가 필요하다.)

아니 어쩜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건지 모르겠다.  음....무의식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후기 쓰다보니 이것이 나의 큰 숙제가 되버린 느낌이다.

아뭏튼 대체 어느 대목에서 울음이 나왔냐고?  잠깐, 오해하실까봐.  울었다고 해서 펑펑운게 아니다.  약간 찡하게 흘렀을 뿐이다.

지난  에세이때보다 양이 분명 줄어 들었다. 오호 그러니까 우는 것도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이거 점점 후기가 이상해진다 ㅠ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나왔던 샘의 강평 대목은,

‘이 글을 보고 은남쌤이 뭔가 바뀌었다고 생각이 되질 않아요. 왜 솔직하게 끄집어 내지 못하세요? 죽음이 두렵잖아,

내일 죽으면 이렇게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글을 너무 안일하게 이어 붙인다고...  아름답고 좋은 말로 두루뭉술 뭉개면 그만이야?

소세키 이런 글들은 누구나 찡하지...루쉰과 소세키가  죽음을 이렇게 거쳤냐... 과정은 다아~ 빼고 ~  조급증이야, 욕심이라니깐....’

그리고 마지막 40대 대표 주자 (우리의 반장이자 내가 존경하는 40대 유일한 남학우다.)의 글에 대한 강평에 이 놈의 울음은 더 보태져야 했다.

‘설명문이다. 우리한테 설명해 줄 필요 없잖아요...루쉰이나 소세키가 이런 글을 쓸 때 우리 나이였다고... 응 저 20대들한테 니네들은 무슨 생각하고 있니?

맨날 물어보면서 40대는 왜 자기 문제를 솔직하게 말안하냐고,   20대들 봐라 유치하지만 자기 문제를 끄집어 내놓잖아,

20대도  40대한테 어떤 고민을 하는지 보고 싶은거다...   자기 생각을 넘어가지 못하면 40대도 꼰대라니까~ 꼰대야 꼰대!!!’

태욱쌤이랑 택시타고 돌아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기필코 술한잔 했어야 했다!)

‘쌤 나는 중산층맞아요, 중산층인데 내가 지금 지적허영심을 채울려고 공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   40대 중반을 넘으면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남은 인생이 허무해질 거라는걸 알거든요..그래서 등산도 다니고, 종교도 믿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다니고...

나도 혹시 그런 차원에서 공부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택시 타는 시간은 길기도 하다.  많은 말을 나눴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 현옥쌤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주의 정말 공감 많이 되더라,  가족을 어떻게 넘어가냐.....

혜원이처럼 에세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글로 쓰면 좋겠다..... 어떻하냐 40대가 다 빠져나가네... 공부하러 들어와야 할텐데.... 들어오겠죠....’

*이제 부터  미끼질입니다*

공부 하고 싶은 40대 이상 이런 분들 걱정말고 오세요...

‘아, 나는 글을 한 장도 못써요.  더군다나 어떻게 에세이를 써요, 책만 읽으면 모를까’

처음 왔는데 40대 이상이 글을 잘 쓰면 비정상입니다.... 어디서 훈련받았거나 직업적으로 글쓰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단 한 줄도 못쓰고

반페지도 못쓰는게 정상이예욧!   정상을 비정상으로 바꾸면 안돼요...

이렇게 후기 나발나발 쓰고 있는 저의 첫 공통과제는 규문 홈피에 아주 큰 글씨 포인트로 두 줄인가 쓴 것을  ‘쌤, 공통과제 어디있어요?’ 하길래

부랴부랴 홈피에서 출력해서 나눠준 허접추접 접스런 것이었답니다......그런데 하다보니 두줄이 한 장이 되더라구요...

한 장이 3장이 됐다가 6장으로  채워집니다.  상태 좋으면 비문도 막 보이고 그래요~ 글구 초보한테는요 관대해서 내용도 막 안따져요.

일단  써오기만하면  됩니다....

단, 이게 무슨 쪽팔림인가,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런 생각을 내려 놓으시면 됩니다.  '자존심 따윈 개한테 줘버려' 구호를 외치세요.

하심이 별거 아닙니다...치사한 감정하나 보는 겁니다....아 내가 이런 감정이 들었구나 솔직하게 나한테 고백하면 돼요...

그리고 절대 책만 읽어서는 안되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꼭 써야 합니다...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의 차이는 음...이것도 복잡한 감정이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끝.
전체 8

  • 2016-08-09 02:41
    106That was her polite way of telling you you were making an unacmfortoble environment. She was providing you with a perfectly suitable and comfortable solution. But by all means, keep living in your self-absorbed bubble.

  • 2016-07-25 07:21
    정작 제 몫의 후기는 안올렸는데...X.X
    암튼 캄사,
    샘 멋지심미다!!!!

  • 2016-07-25 20:03
    선 자리에서 한 발 내딛는 게 왜 이리 힘든지요. 학기 마칠 때마다 이렇게 해일 같은 후회와 자괴, 탄식을 감당해야 하는지~~. 루쉰이나 소세키에 대한 부질없는 상만 또 한 가득 짊어지고 떠나는 듯 싶은 기분. 하긴, 그간 공부하던 내 꼬라지 생각하면 그런 감정이나 생각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술 마시자는 얘긴 정말 내가 꺼내고 싶었는데, 샘도 같은 생각이셨구려~~^^ 글고보니, 우린 여기서 또 이러고~~~~~ㅠ 여튼, 좋은 벗들이 있으니 함께, 그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함 가보지요~~~~^^

  • 2016-07-26 09:48
    아아 귀여운(?!) 은남샘, 사랑합니다ㅠㅠ 울다웃다 캐멋진 후기예요!!!!

  • 2016-07-26 11:29
    감정이 요동치는 게 아니라 문장이 요동치누만요. 무의식의 흐름도 아니고... 쩝.(이거 만취상태에서 쓰신 거 아님?ㅋ) 하동샘과 은남샘 = 장소팔과 고춘자.

    • 2016-07-26 21:56
      장소팔 고춘자 커플이 요새같으면 김우빈 배수지 커플 같은 건가여? ㅋ

  • 2016-07-26 18:57
    좀전에 동사서독 학인분들 에세이를 모조리(물론 스킵해가면서-_-) 읽었어요. 공부하지 않은 이가 보기에 재밌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암튼 다들 많이 수고하셨네요. 담 시즌에서도 귀동냥 많이 하고 에세이도 또 훔쳐 읽을게요ㅋㅋ 건필!

  • 2016-07-28 13:47
    정말 채운쌤 말씀처럼 40대 분들은 어떤 (유치한?^^)고민을 하시는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벌써부터 다음 학기 에세이를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