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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큐피(Qmun People) : 동사서독 20대─민영, 소담, 소민, 지현 인터뷰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6-07-31 17:35
조회
1227

헬로 큐피(Qmun People) : 동사서독 20대─민영, 소담, 소민, 지현 인터뷰
–동사서독과 함께한 풍요로운 토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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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제닉 소담이와 희생자(?)소민


 

이번학기 동사서독에는 유례없이 많은 20대들이 찾아왔다(고한다). 나에겐 이번학기가 동사서독 첫 학기였기 때문에 감은 안 오지만, 분명 이렇게 많은 또래들과 공부할 기회가 흔치는 않을 것 같다. 공부를 통해서 또래들과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분명 이들에게서 친구 같은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친구들과는 공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나눌 수 있다. 친구들과 고민이나 생각을 나눌 때 그것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읽은 텍스트를 거쳐 드러나는 이들의 고민과 문제, 생각들은 나의 것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나의 고민과 문제를 확장하고 구체화시키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학기가 끝나기 전에 함께 공부한 친구들을 인터뷰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마지막 수업이 다가왔고 별로 준비도 못한 채 다급히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민영, 소담, 소민, 지현 이렇게 네 사람을 인터뷰했고, 민호와 혜원누나는 인터뷰자리에 함께하면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규문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일상과 취미 등에 대해서 얘기 나눴다.

 

<규문, 동사서독, 공부>

1. ‘불금’이 아닌 ‘풍금’

Q : 동사서독이 토요일에 하는 세미나인데, 황금 같은 토요일을 규문에서 보내는 게 아깝지 않아?

소담 : 가끔은 친구들이 ‘너 또 거기 가냐’하고 질린다는 듯이 말해.

지현 : 맞아, 근데 문제는 주말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금요일도 같이 없어지니까..

소민 : 난 ‘풍금’이란 말을 만들었어. ‘불금’이 아니라, 책 읽고 글 쓰는 풍요로운 금요일... 어젠 ‘쇼미더머니’도 못 봤어... 차라리 일요일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난 학교 다녔으니까 금요일이 너무 힘들었어.

Q : 다들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매주 나오는 동력은 뭐야?

지현 : 근데 시작하게 된 동기가 아니라, 계속 유지하게 되는 이유를 말하기는 애매한 것 같아. 마치 오늘 읽은 『갱부』의 주인공(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갱부』의 주인공 ‘나’는 자살을 하려고 가출했다가 낯선 사람의 권유에 의해 갱부가 되려고 기차를 타고 산을 넘어 탄광까지 간다.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처럼...‘40만원을 냈다’거나 ‘에세이 발표를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Q : 그럼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뭐야?

지현 : 나는 전부터 계속 독서모임을 하려고 했었거든, 동아리에서도 만들어보고 학교에서도 교수님이랑 독서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그런데 계속 실패를 하는 거야. 교수님이랑 할 때는 토론이 거의 없었어. 그래서 그냥 교수님 수업 듣는 것 같았어. 동아리에서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고 각자 하고 싶은 것,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다르다보니 그것도 실패를 했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전에 친구가 남산강학원에서 공부했던 게 기억이 나서 여기로 오게 되었어.

Q : 민영이는 단지 요순이형 때문에 온 거야? (웃음)

민영 : 요순오빠가 나를 지난 학기 동사서독 마지막 수업에 데려왔었거든. 근데 그 수업이 끝나고 이번 학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었고 그러니까 그건 나한테 주어진 선택이었던 거지. 그러니까 요순오빠는 크게 상관이 없었고(웃음), 내가 선택 한 거고 하기로 한 거니까, 말하자면 내가 스스로 한 약속 같은 거지.

소담 : 사실 나도 별 이유는 없어. 어머니가 감이당 공부를 하셨는데, 어머니가 자꾸 꼬셔서 작년에 남산강학원에서 『사기』 수업을 들었어. 그런데 내가 너무 자주 빠지고 또 토론도 안 해서 실망을 많이 했었어. 그러던 와중에 채운쌤 강의는 몇 번 들어서 알 고 있었고, 그래서 ‘규문에서 한 번 해볼까?’하고 생각한 거지. 처음에 동사서독 시작했을 글쓰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없으면 수업에 갈 의욕이 안 생길 것 같아. 글을 써야 토론 할 꺼리도 생기고. 그래서 부담스럽더라도 글을 쓰는 게 남기도 훨씬 많이 남고, 그래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소민 : 나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라 수업이 좀 널널해져서, 그래서 ‘들어볼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됐었어. 그래서 찾아보는데 강의가 여러 개가 있더라고. 엄마가 계속 강의를 하시기도 해서 이런 곳들과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건 많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수유너머N이나 남산강학원같은 곳들도 알아봤는데, 다 너무 어려워 보이더라고. 근데 동사서독은 문학책을 읽는다기에 비교적 쉽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에 오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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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맥주장인이 되어버린 민호...


 

2. 읽고 쓰는 일에 대해서

Q : 지현이 같은 경우는 독서모임에 대한 고민 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럼 평소에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 규문에서 말고 평소에는 어떤 책들을 읽는지 궁금해.

지현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같은 소설들 읽고, 페미니즘 공부한다고 ‘성의 정치’, ‘성의 권리’이런 거 잔뜩 사놓고.. 조금 읽고? 난 원래 중학교 때부터 소설책 정말 좋아했었는데, 특히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했었어. 근데 고등학교 가고 나서는, 그때 문학 선생님이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게 강했거든. 신영복 선생님이나 리영희 선생님 책 같은 느낌의 묵직묵직한 책들. 그때부터 책 읽는 방향이 바뀌긴 했는데, 그러면서 책 읽는 재미를 많이 잃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때부턴 많이 안 읽게 되었어.

민영 : 나는 기욤 뮈소 이런 사람들 빼고는 어떤 작가를 좋아해서 그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거나 그랬던 적이 없어. 중고등학교 때도, 되게 심리학 같은 걸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아 이건 책 속의 이야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책을 읽는데 어느새 책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고 ‘긍정적이어야 한다’ 거나 ‘너가 참아야 해’하는 말들밖에 없고. 그래서 그때부터 인문학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

Q : 이과생 소담이는 어때?

소담 : 이과생다운 책을 읽은 건 고3때밖에 없고, 인문학 책 같은걸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어. 나는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어. 학교 있을 때는 도서관에서 추리소설 빌려봤고. 그리고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글 많은 책들보다 만화책을 좋아해. 지금도 보고 싶은 작품 있으면 찾아 볼 정도로. 난 철학책은 너무 어려워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금 동사서독에서 읽는 책들도 그래. 소설은 재밌는데, 가라타니 고진 같은 사람들은 진짜 “이걸 글이라고 써놓은 건가?”(웃음) 너무 어려워서...

Q : 아까 소담이도 말했지만, 글 쓰는 게 낯설었던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규문와서 글을 써본 경험은 어땠어?

소담 : 처음에 썼던 글이 아직도 생각나... 무슨 내용인지는 (다행히) 아무도 모르겠지만. 진짜 글을 자기소개서 빼곤 써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 썼을 때는 한 문장, 한 단락 쓰기도 힘들었어. 지금도 다른 분들 발제문이나 공통과제 보면 수사여구도 많이들 쓰시고, 특히 태욱쌤 글 보면 ‘어떻게 이렇게 쓰지?’ 하는 생각 들어. 잘 쓰는 사람들 보면 엄청 부럽고.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

Q : 공통과제도 공통과제지만, 에세이처럼 긴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경험일 것 같아.

소담 : 에세이는 다 말아먹었지만... 에세이 발표하러 갈 때마다 ‘엄마 나 까이고 올게~’하고 다녀올 정도로. (웃음) 사실 처음 두 번 까지는 엄청 신경 쓰였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그래 까이는 게 다 일상이지 뭐’하고 있어. 여전히 정말 어려운 것 같아.

Q : 다들 에세이 발표하고는 어땠어?

소민 : 너무 허리가 아팠어. 정말, 어떻게 그렇게 앉아있지, 에세이 때마다? 좌식으로 이렇게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지현 : 약간 술 마신 기분이 되는 것 같아.

소민 : 아냐 술은 즐겁잖아.

지현 : 아, 그럼 술 먹고 지하철 타는 느낌?

소민 : 아... 나는 걸어가 가지고... (모두 웃음) 지현이 너는 어땠니?

지현 : 나는 신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 그렇게 코멘트를 오랫동안 받아본 경험이 없어가지고. 그렇게 받고나서 내가 정말 글을 못 썼구나... 했어. 그러고 나서 글 쓰려니까 잘 써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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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고 지하철타는 느낌?" 이라고 말하는 중


 

<그밖에 것들 : 돈, 일상, 다음 학기(!)>


1. 돈


Q : 다들 어떻게 먹고 살고 있어? 같은 나이또래들한테 제일 궁금한 것 중 하나인데.

지현 : 나는 진짜 등골브레이커야... 알바는 카페에서 주 5일 하고 있어. 근데 그건 내년에 교환학생을 가게 될 수도 있어서 거기에 쓰려고 모으고 있고, 용돈은 따로 받고 있어. 그리고 용돈은 받는 대로 모두 쓰고 있고.

Q : 돈은 주로 어디에 써?

지현 : 엥겔지수가 굉장히 높아. 먹는데 쓰는 비율이 정말 높아...

소민 : 나도 어머니 등골 파먹으면서 살고 있어. 원래 알바를 했었는데, 이제 정식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엄마한테 내가 알바는 그만 두고 빨리 취직을 하겠다고 말하고 이제 알바는 안하고 용돈 받고 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돈이 너무 부족해서 너무 슬퍼. 근데 용돈 받는 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Q : 둘 다 부모님한테 도움을 받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인데, ‘자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고 있어?

소민 : 내가 뭐 월세를 살 수는 있어도 집을 산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고,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 같고... 그래서 감사하면서 살려고(웃음). 그래도 자립은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취직하면 월세나 이런 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고 싶은 게 많은데 항상 그런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고 그게 내 불행의 한 요소라서 돈에 대해서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

소담 : 나는 솔직히 알바도 해본 적이 없고, 돈으로 걱정을 해본 적이 없어. 내 돈은 아니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부모님이 그만큼 딱 주시니까... 그래서 소세키 읽을 때 민호랑 같은 조였는데, 민호가 소세키의 고등유민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걸 보고... 난 할 말이 없었어...(웃음) 내 돈이 아닌 건 확실히 알고, 부모님한테 달라고 하는 게 미안하긴 하지. 근데 알바를 하는 게 학교생활에 방해도 되고 굳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이번에 미얀마 가서 보니까 일하는 나이가 16살이던데... 나는 23살... 나는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그래서 졸업하고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구하고 싶어. 부모님한테 돈을 드리지는 못하더라도 내 뒤치다꺼리는 내가 하고 싶어.

Q : 아까 다들 얘기했지만 직장을 가져서 평생 일해도 집조차 가지기 힘들 거고 결국엔 계속 밥벌이를 하는 건데, 직장을 갖고 밥벌이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소담 : 나는 솔직히 지금 공부하는 것도 밥벌이 하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져서... 어차피 지금 돈을 안 번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민영 : 난 이제 곧 아까 말한 밥벌이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요즘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야. 난 내 직업 자체가 밥벌이로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애들이랑 함께 성장하는 게 내 목표니까. 사실 돈이라는 게 참... 대학교 때 내 통장에 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를 너무나 극명하게 느꼈거든. 국가근로를 해서 돈이 들어 올 때랑, 그걸 못했을 때랑 너무 차이가 나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필요한 돈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이야.

지현 : 근데 정말 돈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힘들고 불행한 건 사실인 것 같아. 솔직히 대학생 친구들 만나면 가장 피부로 와 닿는 경제적 차이가 여행에 있잖아. 여행 가는 친구들 보면 부러움을 느끼고, 경제적 차이를 실감하게 되니까. 나도 여행을 가고 싶은데 돈 때문에 여행을 못 가게 되는 상황이 오면 정말 불행하지..

Q :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은 없어?

지현 : 돈의 필요성을 느끼는 게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잖아. 평소에 항상 돈을 벌고 싶고, 돈을 벌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기보다는 최소한의 일을 하면서 내가 필요한 돈만 벌고 싶은 마음이 크지.

소민 : 맞아 그게 제일 좋은 건데, 제일 어려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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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의 리얼리스트(?) 소민


 

2. 일상, 취미, 드라마(?)



Q : 지현이 같은 경우 취미가 진짜 많잖아?

지현 : 근데 나는 그걸 취미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나는 고등학교의 영향이 되게 컸던 것 같아. 원래 나도 책 읽는 거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고, 글 쓰는 거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때 그런 것들을 정말 많이 했었거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행사 준비하고 이런 것들을 정말 많이 해서, 그때 이런 걸 하는 즐거움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예를 들어 도예 이런 거는 사실 시간도 별로 들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하는 취미거든. 그런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건 다른 것 같아. 사실 나는 원래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 미대 준비도 했었고. 거의 한 다섯 살부터 그림 그리겠다는 말을 했던 것 같아. 근데 그때 입시미술 하면서 너무 질려버려 가지고 포기를 했던 건데, 지금 다시 그림을 그리는 건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둘 중 하나를 그냥 취미로 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소민 : 그런데 요즘은 두 가지를 접목 시켜서 에세이같은 걸 쓰는 사람들도 많잖아? 나는 오히려 둘 다 하는 사람들(멀티테이너)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

Q : 피아노도 친다고 하지 않았어?

지현 : 피아노는 오래 쳤었는데, 그때 채운쌤이 정리하라고 그러셨던 얘기를 듣고 나니까, “피아노가 보기가 싫더라고” (웃음)

소민 : “채운쌤이 한 사람의 피아노 인생을 망치셨어.” (웃음)

Q : 민영이는 평소에 집에서 뭐해?

민영 : 집에 있어. 집순이야. 요즘 내 최대의 고민은 이제 곧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교에서 교수님이 가르쳐준 거랑 기간 제 교사를 하면서 실제로 경험한 거랑 많이 다르더라고. 그래서 그런 것들과 관련된 책들 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 내가 부족한 게 너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사실 거의 생각만 하고 있기도 하고. 드라마도 많이 보고.

Q : 드라마는 뭐 봐? 요즘 뭐가 재밌어?

지현 : ‘또 오해영’ 끝났잖아.

민영 : 그건 끝에 안 봤어. “행복해지면 보기 싫어가지고.”(웃음)

Q : 소민이도 추천해줘.

소민 : 나는 (그냥 감상이 아니라) 드라마 ‘모니터링’이야. (웃음) 스터디에서 모니터링을 하거든. 일주일에 한 드라마 씩 정해서 보고 장단점 쓰고 대안 같은 거 쓰는 건데... 아무튼 추천하고 싶은 거는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드’랑 ‘또 오혜영’도 재밌었고... 최근에 ‘백희가 돌아왔다’라는 단막극을 봤는데 그것도 재밌었어. 드라마는 뭐 다 재밌는 거 아닌가?

민영 : 맞아. 나 한 때 3사 드라마 다 본적도 있었어.

소민 : “임자, 스터디 해 볼 생각 없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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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민호.


 

3. 앞으로...

Q : 이제 곧 동사서독 학기가 끝나는데 계속 공부할 계획이야?

지현 : 난 이미 붙잡혀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정말 『갱부』의 ‘나’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지불식간에 이미 명단에 올라가 있더라고. (웃음)

소민 : 저는... 제 자리에서... (웃음) 난 사실 세미나는 못할 것 같고, ‘예술 톡톡’이 강의만 하는 듣는 거라고 들어서 그걸 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어.

소담 : 사실 이번 1학기 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 학교에서 이번 학기가 너무 빡세서... 장학금도 받고 싶은데 여기(동사서독)에 너무 신경을 많이 뺏기니까... 그래서 다음 학기는 못할 것 같고, 그 다음엔 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여기서 공부하는 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지금은 그만 둬도 무섭고 안 그만둬도 무서운 상황이라서, 정말로 ‘그때의 내가 알아서하겠지’하고 생각하고 있어.

민영 : 사실 여기서 암송하고 글 쓰고 하는 것들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잖아. 어쨌든 내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도전이 지금 앞에 놓여 있는데, 나는 벌려놓는 것을 잘 못하고 하나만 집중해야 하는 성격이거든. 만약 둘 다 해서 둘 다 성공하면 너무 좋지만, 둘 다 놓쳐버릴 까봐 걱정도 되고, 그래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황이야. 막상 일 시작하면 다시 여기서 공부하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고. 동사서독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정말 많고, 책을 1주일에 한 권씩 읽는다는 게 강제성이 없어지면 안하게 될 태니까.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이 돼.

지현 : 그런데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 규문에 오면 글 쓰고 책 읽고 하는 것들 말고도 다른 좋음 점도 있는 것 같아. 사실 여기오기 전에 다른 곳에도 가봤는데, 거긴 전반적으로 너무 차갑다는 인상을 받았거든. 그래서 오리엔테이션만 갔다가 환불받았어. (웃음) 연령대가 나 혼자만 어리고, 분위기도 무겁고, 공간도 정형화된 느낌이라서 관뒀었는데, 규문은 정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

Q : 좁아서 그런가?

지현 : 좁고, 좌식이고! (웃음) 그런데 정말 다들 표정도 밝으시고 따뜻한 느낌이랄까. 처음만 그런 게 아니고 올 때 마다 이런 느낌이 계속 유지되는 것 같아. 규문에서 공부하는 것 말고도 여기서 사람들 만나는 게─‘힐링’이라는 게 좋은 말은 아니지만─정말 힐링이 되는 것 같아.

모두 : 좋은 마무리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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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학기도 같이하자, 제발ㅠㅠ


 

의외였던 건 생각보다 다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보였다는 점이다. 나의 역량 부족으로 그 말들을 다 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변명을 하자면 책 읽고 글 쓰며 주말을 보내겠다고 자기 발로 찾아 온 이 이상한 20대들은, 의외로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다들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고 동사서독에서의 공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도 서로 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 공통된 질문들만 하려다 보니 미진한 감이 있다. 이 친구들과의 인연이 유지돼서 한 명씩 따로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다음 학기나 다 다음 학기에 다시 보자. 제발.

 

작성 : 건화

전체 4

  • 2016-08-01 23:40
    날 지현이 피아노인생 망친 사람 만들어놓고 얼렁뚱땅 아름드럽게 마무리하다니! @.@

  • 2016-08-02 00:44
    분량 긴 줄도 모르고 읽었다.ㅋㅋㅋ 안 줄여도 됐겠어-
    담에 또 한 명씩 인터뷰, 기대해버리겠수다-!

  • 2016-08-02 03:31
    신선한(!?) 담화. ^^ 규문을 달구는 청춘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어 좋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여름의 절정을 건강하게 나고 계시기를 바랄께요. 돌아가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요. ^^

  • 2016-08-02 18:29
    매주 동사서독 간식 뺏어먹으며 지내 그런가, 모두의 목소리가 놀랍도록 생생하게 들리는구만. 사진은 왜 실물들과 다르게 죄 분위기 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