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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낼 것을 끊어낸다' - 주역수업(0731)을 듣고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8-06 11:21
조회
709
 



夬괘는 괘의 맨 윗 자리에 음 하나가 남은 것 빼고는 모두 양인 모양입니다. 아래에서부터 양 하나가 자라 점차 전체를 차지하게 되는 모양인 것이지요. 아직 음이 하나가 남아있지만 곧 사라질 음. 夬괘에서는 이 음을 밀어내면서 나아가는 힘이 주요합니다. 夬괘의 夬는 決(결)의 뜻입니다. 決에는 결단하다, 끊다, 터뜨리다 등 뜻이 있는데요. 우샘은 ‘밀어붙인다’를 대표로 말씀해주셨어요. 夬者決也. 쾌괘는 음을 밀어내는 양들이 승한 시기, 군자가 그 힘을 떨치고 소인을 물리치는 시기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면 되겠습니다.

 

쾌괘의 괘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夬 揚于王庭 孚號有厲.
쾌는 왕의 뜰에서 기운을 떨치는 것이니 마음을 다하여 정치를 하나 경계함이 있어야 한다.
告自邑 利卽戎 利有攸往.
자기의 읍부터 살펴볼 것이며 전쟁을 하면 이롭지 않고 (전쟁을 하지 않고)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다.

 

앞에서 말했듯이 쾌괘에는 이미 양의 기운이 성합니다. 군자들이 기꺼이 그 뜻을 펼 수 있는 것이지요. “揚于王庭”, 왕의 뜰에서 기운을 펼칩니다. 마음을 다하여 정치를 하기 좋은 시기이지요.(孚號). 일을 하고 나아가야 할 때이지 물러날 때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함이 있어야 합니다(有厲). 왜냐 음의 세력 곧 소인의 세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양이 다섯 개나 되어 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요. 이와 관련해 주석에 ‘虞之悔’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앞일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데서 오는 후회! 군자의 시기이며 승승장구 나아갈 수 있는 시기이지만 그럴 때 조심하지 않으면 후회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계할 수 있을까요. 괘사에 모두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告自邑 利卽戎 利有攸往. - 자기의 읍부터 살펴본다는 것(告自邑)은 자기 자신을 수양하라는 뜻입니다. 邑은 私邑으로 자기 집안이 봉해 받은 땅인데요. 자기 및 가족 삶의 기반이 됩니다. 이 읍을 살펴본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돌보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살피고 수양하는 일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쟁은 하지 않습니다!

쾌괘에는 양의 기운이 크니 크게 싸우는 것도 해 볼만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소인을 척결하는 전쟁이라면 과감히 해보는 것이 쾌괘의 일은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을 하지 않고 나아감이 이롭습니다. 왜냐, 어차피 이 시기에 음 기운은 마땅히 소멸합니다. 그런데 더 힘을 써서 척결하려고 하면 화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힘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교화한다는 태도가 있기도 합니다. 단전(彖)에서는 쾌괘를 군주의 은택이 위에서 아래로 베풀어지는 모양이라고 풀기도 해요. 어떻게 풀든 기운을 과하게 밀어 붙이며 전쟁을 하는 일은 경계합니다. 나아갈 때의 지혜란 도리어 경계함이기도 한 것 같아요.

 

효사들 읽어볼게요.

初九 壯于前趾 往 勝 爲咎.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힘차니 나아가서 이기지 못하면 허물이 된다.

- 쾌괘에는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쾌괘의 初九는 그 자리로 보나 소속(?)으로 보나 강건하여 함 나아가볼만 하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성과를 생각하라는 것이 여기서 나와요. 나아가는 기운의 과도함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것이 허물이 됩니다.

九二 惕號 莫夜 有戎 勿恤.
두려워하여 단속하니 늦은 밤에 도적 떼가 있어도 근심이 없다.

- 쾌괘의 효사들 중 가장 뛰어난 자가 있다면 九二일 것입니다. 지나치게 강하게 하지 않으며 능히 경계할 수 있다고 해요. 어떻게 경계하는가. 이 점이 재미있습니다. 내면으로는 삼가고 두려워합니다(兢惕). 밖으로는 경계하고 호령하는 일을 엄하게 합니다. 경계심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지만 바로 이 때문에 그에게는 근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이의 이 뛰어남은 개인(;;)의 뛰어남은 아니에요. 주역에서 ‘자리’를 뭘로 보아야할지 생각해보아야 겠습니다만. 九二는 그 자리가 中하며 또한 음의 자리라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九三 壯于頄 有凶 獨遇雨. 君子夬夬 濡有慍 无咎.
광대뼈가 강하여(툭 튀어 나왔다) 흉하다. 홀로 가서 비를 만나니 군자는 끊어낼 것을 끊어낸내니 만일 물에 젖게 되면 화를 내니 허물이 없다.

- 구삼은 광대뼈가 강합니다.(-.-) 무슨 말이냐. 구삼의 특징은 양이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양의 자리에 양이 있으며 하체 중에서도 맨 위입니다. 하지만 최상은 아닌데 역시 그 지나침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적으로 구삼에서 경계할 바는 자신이 일을 처리하고자 나서는 것. 군주도 아닌데 나서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또, 다른 양들과 달리 맨 꼭데기의 음과 합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위험스러운 자리이지요. 그래서 흉할 수 있지만 군자라면 이 때 더욱 신중하게 끊어낸다고 합니다. 끊어낼 것을 끊어낸다. 君子夬夬! 물에 젖게 되면 화를 낸다는 것은 음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미치는 것 같다면 곧바로 끊어버린다는 것이지요. 이 냉혹함이 그에게 허물이 없게 합니다.

九四 臀无膚 其次且 牽羊 悔亡 聞言 信.
엉덩이에 살이 없으며 그 행동이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니 양(무리)을 이끌고 가면 후회가 없으나 그 말을 들어도 믿지 못한다.

- 이번에는 엉덩이입니다.(-,-) 엉덩이에 살이 없다는 것은 그 자리가 편치 않다는 것이에요. 아래의 양 세 개가 치고 올라오니 九四 역시 그에 힘입어 떨쳐 올라가면 될 것 같지요. 그런데 그가 (中하지도 正하지도 못하여) 머뭇거리고만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올라오는 이들과 힘을 합하고 그들을 이끌고 나아가면 좋다고 말해주지만 이 말을 들을 줄도 모르지요. 사람을 믿고 쓰지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로 쾌괘에서 가장 안타까운 효가 이 구사였어요. 때를 모르고 해야 할 바를 몰라 엉덩이에 그만 살이 없는 처지, 곧 편치 않은 처지인 것입니다.

九五 莧陸夬夬 中 无咎.
비름(풀)을 과감히 끊으니 中道를 행하여 허물이 없다.

- 비름 나물은 가운데가 통통하고 볕에 두어도 마르질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이 성질이 비름을 ‘음’의 상징으로 주역에서 쓰게 합니다. 구오는 비름 곧 음을 과감히 끊어내는데요. 이 과감함이 바로 쾌괘 시대 특히 구오의 덕이 됩니다.

上六 无號 終有凶.
경계하지 않아도 마침내 (陰이) 사라짐이 있다.

- 쾌괘 上六에 오면 이제 별달리 도모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음은 자연히 사라지기 때문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억지로 척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척결하자, 소리치면 허물이 된다고 해요.

 

쾌괘 공부하면서 재미있었던 것은요. 끊어냄이 능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君子夬夬(군자쾌쾌), 군자는 끊어낼 것을 과감하게 결단합니다. 끊어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의 덕이에요.
결단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또 막연하게 ‘화합해야한다’, ‘끌어안아야 한다’는 관념도 있습니다. 이 막연함 속에서 맺고 끊는 일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끊어 낼 때 그리고 끊어질 때에는 또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끊어내지잖아요. 근데 ‘화합이 좋은 것이다’는 이상한 도덕관념 덕택에 끊어짐을 괜히 아쉬워하고 슬픈일인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쾌괘 시대의 지혜입니다. 때로는 만나고 화합하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했지요. 도 끊어내고 끊어지는 힘이 자연스러울 때일수록 삼가고 조심해야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 같아요.

 

윤몽 언니가 여행감서 주역 후기를 맡겼는데요. 깜박+늑장부리다 주역 하는 날 올립니다. 죄송해요. 어쨌든 덕택에 복.습.을 해버렸습니다!ㅎㅎ 근데 정말 어려버요. 잼나게 써야지 했는데... 곧 포기했습니다. 수업 때 들은 내용 받아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군요...

음, 그리고 효에서 ‘자리’가 말하는 것은 뭔지. 중하고 정하다는 것은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맨날 듣는 말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윤몽언니, 새삼 쌩유에요. & 오는 날 까지 용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담 주는 조금 더 일찍 올릴게요!

아, 그리고 주역팀 최근 소식도 전합니다.
주역팀은 지금 무슨 괘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인지(;;) 수가 좀 줄었어요. 소수만이 주역을 공부하며 호강을 누리는 시대입니다!(-.-)
일정이 꼬여 함께하지 못하고 계시는 샘들의 안타까움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ㅋㅋ
저희는 샘들을 기다리며 & 새 시즌에 새로 올 동학들도 기다리며 자리 지키고 있겠습니다. 지각, 결석 않고 수업 열심히 듣는 것이 이 시기의 지혜!;; 네, 저는 좀 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따 뵐게요!
전체 2

  • 2016-08-09 15:45
    오ㅡ 길고 정성스럽고 새로운 후기 아름답도다^^*

    • 2016-08-11 10:25

      담것도 열심히 써보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