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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시대' - 0806주역 후기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8-19 08:43
조회
537
 

지지난주 주역 후기인데요.
접때 쓰다 말아서 못올렸어요.
혹 복습하실 분들 참고가 될까봐... 라기 보다는 쓴 것이 아까운지, 말해 놓은 것 때문인지 올립니다^^;
암튼//

 

 



 

姤괘입니다. 夬괘가 괘 맨 윗자리의 음 하나마저 소멸하는 모양이었다면 姤괘에서는 하체 맨 아랫자리에서부터 음 하나가 점차 자라나는 모양입니다. 상체에 乾, 하체에 巽으로 하늘 아래 바람이 있는 모양이기도 하지요. 하늘 아래 바람이 불 때에 무슨 일이 있는가. 姤괘는 기본적으로 만남의 괘입니다. 姤괘 전체에서 갖가지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먼저 괘사를 보겠습니다.

 

姤 女壯 勿用取女

구는 여자가 기운이 세니 그 여자에게 장가들지 말라.

 

구괘에서는 1음이 생겨나 점차 자라고 음이 양을 만납니다. 괘사에서는 이 일에 대해 경계하고 있습니다. 어째서냐. 기본적으로 음이 자라니 양이 소멸되고 여자가 힘이 세지면 남자는 약해진다는 관점이 있습니다. 군자에 대해 소인, 중원에 대해 이적, 남자에 대해 여자를 낮게 칩니다. 구괘에서는 후자인 음의 기운 - 소인, 이적, 여자 - 이 점차 성대해지니 正道에서 벗어난 것이며 경계 할 일이라는 거지요. 음과 양이 같이 자랄 수는 없으니까요(不可與長也). 그럼에도 분명 음 기운이 성대해져 치고 올라 어떤 만남을 만들어내는 형세는 분명 있고, 아래 괘사를 보면 이 만남 자체를 또 좋게 봅니다.

 

天地相遇 品物 咸章也. 剛遇中正 天下 大行也. 姤之時義 大矣哉.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만물(品物)이 모두 아름다워진다. 中正을 만나니 천하(천하의 도)가 크게 행해진다. 구의 시대와 뜻()이 크다.

 

음양이 교우하지 않으면 만물이 생겨나지 않으므로 姤, 이 만남의 때를 좋게 치는 것 같습니다. 이 괘사에 대해 상전(象)에서는 “하늘 아래 바람이 있는 것”을 군주가 보고 그처럼 자기 정치를 천하에 행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象曰 天下有風 姤 后以 施命誥四方.) 만남의 시대는 정치에 있어서도 좋은 때가 아닌지.

 

 

初六 繫于金柅 貞 吉 有攸往 見凶 羸豕孚蹢躅.

쇠로 된 궷목(金柅)에 묶으니 하여 하다. 가는 바가 있으면 흉하다. 파리한 돼지가 날뛰는 것이 확실하다.

 

초육(初六)에서는 음이 점차 성대해지는 일에 대해 미리 크게 경계합니다. 지금은 비록 미미한 음이지만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금속으로 된 단단한 궷목을 대고 묶어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점을 경계하는지가 재미있습니다. “파리한 돼지가 날뛰는 것”, 파리하고 약한 돼지는 이 자리의 음을 말하며 그것이 날뛴다는 것은 우샘 풀이에 따르면 자신이 더 잘 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 날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양을 없애고 자라는 음의 기운에 대한 경계가 아닐지.

 

 

九二 包有魚 无咎 不利賓.

꾸러미에 물고기가 있으면 허물이 없으나 손님에게는(손님에게 보이면) 이롭지 않다.

 

꾸러미의 물고기는 음의 상징입니다. ‘음물에 아름다운 것으로 양에게 끌린다’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구이(九二)의 양(陽)이 초육(初六)의 음(陰)을 만납니다. 양의 꾸러미에 음-물고기가 들어간 것. 정응은 아니나 나쁘지 않은 만남입니다.(无咎) 음은 양에 끌리며 구이(九二)는 또한 강하고 중정합니다. 하지만 손님에게는 이롭지 않다(不利賓)! 손님은 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3, 4 자리의 다른 양들입니다. 구이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일이 됩니다. 이런 주석도 있네요. ‘남녀의 만남의 도는 전일해야 한다. 셋이 만나면 잡스럽다.’ 음 하나를 다른 것과 공유할 수 없다는 데서 손님에게 보여주거나 함께 하는 일을 좋지 않게 봅니다.

 

 

九三 臀无膚 其行 次且 厲 无大咎.

엉덩이에 살이 없으나 나아감은 머뭇거린다. 위태롭게 여기면 큰 잘못은 없다.

 

설명에 따르면 구삼(九三) 역시 그 마음이 초육(初六)인 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초육은 구이와 만나므로 구삼은 만날 수 없지요. 이 때문에 구이에게 미움을 받기까지 합니다. 이 편치 않은 자리에서 떠나도록 나아가야 하지만 마음이 초육에게 있어 머뭇거리고 주저합니다. 더군다나 나아가려는데 끌어주는 이도 없는 상황(行未牽也). 그러니 그 나아감이 지지부진하지요.

하지만 다행히 구삼 자체가 바르고 - 양의 자리에 양이 왔다 - 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망동하지 않는다면 - 아래 음을 계속 구하지 않는다면 -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겸손하여 낮출 수 있는 자이며 위험한 상황인 것을 알고 멈추면 큰 사건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九四 包无魚 起凶.

꾸러미에 물고기가 없으니 흉이 일어난다.

 

구괘에서는 음이 자라는 것을 경계한다고 했지만 만나지 못하는 것만큼 나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구사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꾸러미에 물고기가 없다는 것은 구사가 정응인 초육(음)과 만나지 못한 것을 말합니다. 초육은 구이에게 가버렸고, 구사 자체가 中하지도 正하지도 않아 초육을 당길 힘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사는 大臣의 자리로 이 만나지 못함은 백성을 잃게 되었다는 것으로 풀이가 됩니다. 그 자신(대신인 구사)이 정하지도 중하지도 않아 아랫사람들이 떠나간 것입니다. 그래서 난難이 장차 생길 것이라고도 하지요. 여기서 포인트, 구사가 초육을 만나지 못한 것 곧 백성들이 떠나가게 된 데 대한 책임을 구사 자신에게서 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주역은 항상 남 탓 이전에 자기 허물을 돌아바지요. 구사가 민심을 잃은 것은 그 자신이 백성을 멀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象曰 无魚之凶 遠民也).

 

 

九五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구기자나무가 오이()를 감싸 안으니 (군주가) 덕을 갖고 있으면 하늘에서 내려질 것이다.

 

구오에게도 정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구사와 달리 구오는 저 아래로 내려갑니다. 만남의 시대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만나야 한다고 해요. 그래야 일을 할 수 있다고요.

때를 알아 구기자 나무가 저 아래 오이에게 갑니다. 긴 가지와 넓은 잎을 저 아래 오이에게까지 늘어뜨리지요. 구기자 나무가 군주라면 오이는 신분이 매우 낮고 천한 자로 정상적이라면 군주가 만날 수 없는 이에요. 하지만 서로 구하는 것이 있으니 만납니다.

여기서 빛을 발하는 것은 구오(군주)의 능력입니다. 구오가 덕을 갖고 있으니 하늘에서 인재를 내리고 만남도 가능하게 한다고요. 군주가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아랫 사람은 쉽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상전(象)에 따르면 구오는 中正합니다.(象曰 九五 含章 中正也. ) 그 뜻이 하늘의 이치와 어긋나지 않습니다.(有隕自天 志不舍命也) 지극한 정성은 천지와 합치되는 마음, 이 때 도움도 있습니다.

 

上九 姤其角 吝 无咎.

뿔에서 만나니 부끄러우나 탓할 데가 없다.

 

상구는 거만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효입니다. 상구는 건체(乾)의 맨 위에 있으므로 지극히 강합니다. 뿔(角)은 이런 상구의 자리이자 성질이겠습니다. 자기를 낮추어야 서로 만나고 화합할 수 있는 법인데요. 이 상구는 높은 데 치솟아 있습니다. 거만하고 오만불손한 것이라고 해요. 그리고 바로 이 때문에 아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의 거만함으로 인해 혼자 남은 것이니 탓할 데도 없습니다. 이 만남의 시대에는 인심을 얻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는 말도 하셨습니다.

 

 

주역 후기를 쓰면서 든 교훈(-.-) 중 하나,

겸손하지 않은 것만큼 자기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 자신을 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지요. 자기 성질을 모르고, 자리를 모르고, 때도 모르고 그러니 늘 망동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좋은 때나 나쁜 때는 항상 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는 것은 늘 자기가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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