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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주역후기 - '모임의 시대'

작성자
수영
작성일
2016-08-19 09:01
조회
547
 



 

 

이번에는 췌(萃)궤입니다. 췌는 풀들이 무리지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뜻하는 글자라고 해요.(네이버) 그리고 이 뜻과 같이 췌궤는 모이다(聚)의 의미입니다. 앞의 姤괘는 만남의 괘였지요. ‘세상 모든 만물은 만난 후에 모이게 된다’고 합니다. 萃궤 이제 사람도, 물자도 많이 모이는 때이지요.

乾上巽下, 땅 위에 물이 고여 있는 형상이고요. 두 개의 양효를 중심으로 네 개의 음효가 있는 모습인 것도 기억해 둡시다.

 

궤사입니다.

 

萃 亨王假有廟 ()는 형통하니() 왕이 종묘를 만드는 데 이른 것이다.

利見大人 亨 利貞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다.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用大牲 吉 利有攸往 많은 희생을 쓰는 것이 길하니 가는 바가 있는 것이 이롭다.

 

췌궤는 형통합니다. 왕은 천도를 모아 가지고 있으니 종묘를 소유하는 데 이른다고 합니다. 종묘를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정치의 핵심은 민심民心을 잡는 데 있는데 그 최고의 방법이 종묘를 두는 것. 제사를 정성껏 지내는 일이 천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또 모이게 합니다. 종묘는 일종의 구심점으로 읽기도 한다고 해요.

한편 모임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요. 사람이 많아지면 亂이 생기고 재물이 많아지면 다툼이 생기고, 일이 많아지면 또 그에 따른 패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임의 때일수록 대인을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대인을 얻어 다스리게 합니다. 이 말은 바른 도(正道)로 다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도 많고 물자도 풍성합니다. 무엇인가 일을 할 수 있는 때이지요. 이 때에 걸맞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많은 희생을 쓰는 것이 길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좋고요. 단전(彖)에서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 天命을 따르는 것이라고 풀이를 합니다.

 

궤사에 대한 단전, 상전은 해석한 김에 그냥 옮겨둡니다.

 

彖曰 萃 聚也. 順以說 剛中而應 故聚也.

()는 모임()이니 이치를 따르고 기뻐하며, ()으로 중()의 자리에 있고 응한다. 그러므로 모인다.

王假有廟 致孝享也.

왕이 종묘를 두는 데 이른다는 것은 효향을 지극히 하는 것이다.

利見大人亨 聚以正也.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다는 것은 정도(正道)로써 모인다는 것이다.(모일 때 정도로써 한다)

用大牲吉利有攸往 順天命也.

많은 희생을 쓰는 것이 길하니 가는 바가 있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천명을 따르는 것이다.

觀其所聚而天地萬物之情 可見矣.

그 모이는 바를 보면 천지만물의 실정을 볼 수 있다.

 

象曰 澤上於地 萃 君子以 除戎器 戒不虞.

못이 땅 위에 있으니 (이것이) ()이다. 군자는 이를 보고 병장기를 제하여(관리하여) 생각지도 않아 겪게 될 일을 경계한다.

 

 

효사들 읽어볼까요-

 

初六 有孚 不終 乃亂乃萃 若號 一握爲笑 勿恤 往无咎.

믿음이 있으나 끝까지 하지 못한다면 (마음이) 흔들리고 (동류와) 모인다. 만약 울부짖으면 한 줌 되는 무리들이 비웃으나 근심하지 말고 가면 허물이 없다.

象曰 乃亂乃萃 其志亂也. (마음이) 흔들리고 (동류와) 모이는 것은 그 뜻의 흔들리기 때문이다.

 

초육(初六)에 필요한 지혜는 동류와 모여 흔들리지 말고 그 뜻을 굳게 지켜 자신이 마땅히 만나야 할 정응인 구사(九四)까지 이르는 데 있습니다. 초육(初六)은 자신이 陰이라 의지가 굳세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연히 동류, 곧 자기 위의 다른 음들을 따르게 되는데요. 이것은 소인과 무리짓는 것으로 좋게 보지 않습니다. 흔들리지 말고 바르게 자기를 지켜 나아가야 허물이 없다고 봅니다.

 

六二 引 吉 无咎 孚乃利用禴.

끌어당기면 길()하고 허물이 없으니 (마음을) 진실되게 하고 이에 약을 쓰면 이롭다.

象曰 引吉无咎 中 未變也.

끌어당기면 길하고 허물이 없다는 것은 의 자리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初六도 初六도 모두 음이지만 그 성질은 다릅니다. 初六은 자신감 없는 음;; 유약한 편이라면 初六인 음은 음이지만 中正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初六이 정응인 군주 九五와 만납니다. 군신이 화합하는 형세가 되는 것이겠지요. 이 때 중요한 것은 孚 곧 마음을 다하는 것입니다. 孚를 믿음이 중심에 있는 것이고 진실함(誠)이라고 풀이를 하네요. 정성을 바치면 되는 것이지 밖을 꾸며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이 이치는 군주와 신하가 만날 때 뿐만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존재들과 만날 때 적용됩니다. ‘禴을 쓴다’는 것은 정성을 들인다는 것을 말해요. 禴은 종묘의 제사 중에서도 여름제사인데 간략하게 치루어진다고 합니다. 외물에 치장하지 말고 마음을 진실하게 하라는 뜻에서 ‘禴’을 가져왔습니다.

상전(象)에서는 여기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봅니다. 六二는 中의 자리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지요. 아마 그렇기 때문에 그를 끌어당겨도 허물이 없는 것일겁니다. (象曰 引吉无咎 中 未變也.)

 

六三萃如嗟如 无攸利 往 无咎 小吝.

모이자고 하다가 탄식한다. 이로울 바가 없다. 가면 허물이 허물이 없으나 조금 부끄럽다.

象曰 往无咎 上 巽也.

가면 허물이 없다는 것은 위()가 받아들여줌이다.

 

六三은 좀 불쌍한 꼴입니다. 양의 자리에 음이 온 것인데요. 그가 음유하고 中하지도 正하지도 않아서 모임을 구하여도 같이 하는 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이자고 하다고 탄식”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위, 아래로 같이 할 이가 없습니다만 다행히 上六이 그를 받아준다고 하네요. 둘 모두 陰으로 동류이지만 만남의 시대니 만날 수 있고 그 때문에 허물이 없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上六에게 만남을 구한 것이 아니니 - 九四나 九二와 만나려고 하였으나 그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만남을 구한 것 - 조금 부끄럽다고 합니다.

 

九四 大吉 无咎.

크게 길()하게 해야 허물이 없다.

象曰 大吉无咎 位不當也.

크게 길하게 해야 허물이 없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음이다.

 

췌(萃)궤에서 가장 좋은 자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좋을 때 필요한 지혜가 있겠지요.

九四는 九五와 가까워 군주와 만나는 상황이 됩니다. 아래로는 하체의 음들이 또 있지요. 九四는 위 아래로 모임을 얻은 것입니다. 위로는 군주의 신망을 얻고 아래로는 백성들이 의지하고 따르는 상황입니다. 다만 九四 자신이 正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길하게(大吉)해야 합니다. 자신의 바르지 못함(不正)을 바름(正)으로 바꿀만큼 마음을 두루두루 크게 써야지만 허물이 없습니다. 그 자리가 마땅한 것이 아니니 하는 일이 진정 선(善)하지 않은가 의심받기도 쉽다고 합니다.

 

 

九五 萃有位 无咎 匪孚 元永貞 悔亡.

(군주가) 모임()에 자리를 두고 허물이 없으나 (백성들이 군주를) 믿지 않거든 원()과 영()과 정()으로 하면 후회가 없다.

象曰 萃有位 志未光也.

(. 췌의 시대)(군주의) 자리에 있지만 뜻이 광대하지 못하다.

 

쾌(萃)괘 곧 모임의 때에 군주의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군주의 자리에 있고 허물이 없는데도 백성들이 군주를 믿고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전(彖)에 따르면 그의 뜻이 광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해요. 어쨌든 이 때 군주는 元永貞으로 대처해야 후회가 없습니다. 백성의 부모이자 최연장자답게 행동합니다.(元) 그것을 지속합니다.(永) 바르게 합니다. 변함이 없게 합니다.(貞) 풀이에는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가만 덕을 닦고 있어야 한다고 해요. 마음을 돌릴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이 구오 군주가 할 바가 됩니다.

 

上六 齎咨涕洟 无咎.

탄식하며 눈물콧물흘리니 허물이 없다.

象曰 齎咨涕洟 未安上也.

탄식하며 눈물·콧물 흘리는 것은 윗 자리에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의 姤궤도 그렇고 齎궤도 그렇고 마지막에는 후회가 있습니다. 음유한 소인이 높은 자리를 좋아해서 그 자리를 누리지만 그 됨됨이가 자리에 마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탐욕을 부려 욕심을 좇고 스스로 편안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소인이라 합니다. 결국 곤궁한 데까지 이르지만 그 막다른 골목에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눈물 콧물만 흘립니다.

군자는 어떤가. 처신하는 데 신중합니다. 의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불행하게도 곤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태연자역합니다! 이 점은 정말 멋지죠.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겪어야 할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마음에 누를 끼치지 않고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것이 군자의 능력이라고 하네요.

 

 

이상 후기를 마칩니다~

엊그제 썼는데 몇 번 깜박하고선 또 늦게 올려요. 그래도 J언니, 이번엔 분명 올렸수다!!ㅋㅋ
조금 지났다고 내용은 어째 통 기억이 안납니다(ㅠㅠ)
하지만 덕택에 하고 있는 동안 정신을 딴 데 쏟지 않을 수 있어서 좀 좋았습니다.ㅎ
또, 하나하나 해석을 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췌궤가 '만남'의 궤라고 하는데 '만남'이라는 건 뭔지. 인간들간의 만남만 말하는 건지...
아무튼 쓰고 보니 역시 아는 것은 없군요.-.-

그래도 첨으로 주역공부도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괘들이 있는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처하게 되는 상황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 놓는지 뭐 이런 것들이 조금은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또 앉은 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있겠지만요. ^..^

지난 주부터 한참 얼굴 못 뵌 샘들이 나오고 계셔요.

내일 뵐게요!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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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0 09:45
    내 도착이 마감이로구나~~!!! 밀려서 한꺼번에 술술 올라오는 것이냐!! 근데 괘도 보이고 나보다 훨 나은데? 돌아가면서 후기를 올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