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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4일 [주역] 豊한데도 날고 있나 나..

작성자
귀매
작성일
2016-10-16 21:52
조회
574
안녕하세요,

윤몽반장의 완쾌와 앞으로는 결석이 없기를 기원하며 (비나이다비나이다) 부끄러운 후기를 올립니다. 무식하면 용감하기라도 해야하는데 발발 떨고 있어요.

법칙도 모르고 괘에 대해 사유할 여력도 없고 (절름발이 귀매 ㅠㅠ) 그저 노트에 적은것만 살짝 옮겨봅니다. 어흑

지난 시간에 이어 귀매괘 육오에서 시작합니다..그러고보니 지난시간 후기가 없길래 귀매괘 초구부터 정리를 할까 말까 몇 초 망설이다가 모른척 눈 질끈 감고 어제 강의만 적기로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신입사원 기분을 느끼며..그럼.

54. 歸妹卦  兌下震上

六五,帝乙歸妹,其君之袂,不如其娣之袂良。月幾望,吉。

象曰:帝乙歸妹,不如其娣之袂良也,其位在中,以貴行也。

帝乙(제을) 주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아버지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왕이에요.

妹(매)에는 딸이라는 뜻도 있고, 여동생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여동생으로 쓰였습니다.

袂(몌) 한자로 바꿀 때 ‘몌’자가 하나만 나와서 편하네요 ^^ 소매자락을 뜻합니다.

娣(제) 시집가는 여자를 쫒아가는 여자를 가리키는데, 몸종일수도 있고 정실부인이 아닌 경우에도 쓰입니다.

 

제을에게 누이를 시집 보낼 때, 그 여동생 (其君)의 소맷자락이 그 따라가는 여자의 소맷자락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 중심이 되는 여자는 소박하고 수행인들은 화려한 모습이에요. 외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현명한 여인과, 하루종일 거울을 보며 분을 찍어 바르는 여인들이 그려졌어요. 음(陰)이 높은데 스스로를 낮출 때 제을귀매라고 합니다 (陰尊而謙降者則曰帝乙歸妹)

 

幾望= 거의 보름달 ; 주역의 달은 여자를 가리키는데, 보름달이면 자기가 태양인줄 착각하고 남편과 맞먹으려고 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보름달이 되기 전의 모습으로..남편보다 자기를 조금 낮추니 길하다고 합니다. (*참고 旣望: 보름달이 지났다- 적벽부)

 

 

上六,女承筐无實,士刲羊无血,无攸利。

象曰:上六无實,承虛筐也。

筐(광) 대나무 광주리에는 제수를 보관합니다. 육포도 말려서 넣어놓고, 피클같이 소금에절인 야채도 만들어두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사음식을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텅 빈 바구니를 가지고 있다니요! 텅 빈 바구니는 제사를 지낼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뒤에 이어지는- 남푠(士)이 제물로 바치기 위해 양을 찔러도 피가 없다는 것은 아내가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제사를 못 지낸다는 것을 한 번 더 강조합니다. 누가 봐도 이로울 바가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결혼생활을 끝까지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어이없이 속은 결혼일수도 있고, 어찌보면 두 사람이 맡은 소임을 다 하지 못했을 땐 함께 할 수 없다는 가르침..?

저는 주역이 이렇게 시시콜콜 친절하게 삶에 대한 태도를 하나하나 일러주는 것인줄 모르고 있었네요 ^^ 옆집언니같은 주역.

 

 

 

55 豐卦  離下震上



豐,亨,王假之。勿憂,宜日中。

彖曰:豐,大也。明以動,故豐。王假之,尚大也;勿憂,宜日中,宜照天下也。日中則昃,月盈則食,天地盈虛,與時消息,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

 

다 이루어진 풍요로운 시대에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다스려야할까요?

마땅히 해가 가운데 있는 것처럼 공평해야 합니다. 盛明廣照

시간과 더불어 소멸하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신이랴!

풍성의 지극함을 알고 항상됨이 어려움을 경계해야 합니다.

 

象曰:雷電皆至,豐,君子以折獄致刑。

折獄致刑은 재판을 말합니다. 折은 전문에 斷으로도 표현되는데, 농사가 생업이었던 옛날에는 재판은 敏於事가 미덕이었다고 합니다.

假: 빌 가, 이곳에서는 다스릴 ‘격’으로 읽음

電 =火

 

풍괘는 정응을 따지는 법칙에서 어긋나는데, 차고 넘치는 시대에는 뭔가 또 다른 것이 있을까 시도해보는건 인간이나 효나 마찬가지 인가봅니다.

 

初九,遇其配主,雖旬无咎,往有尚。

象曰:雖旬无咎,過旬災也。

 

旬은 10일 순인데 이곳에서는 대등한 均으로 봅니다.

初九는 九四와 같은 양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相須) 허물없이 나아가면 좋은일(尙)이 있습니다.

이때 조건은 둘의 힘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왜 균형이 깨어질까요?

그것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六二,豐其蔀,日中見斗。往得疑疾,有孚發若,吉。

象曰:有孚發若,信以發志也。

 

蔀(부)는 가리개입니다. 육이는 가리개가 있어서 대낮에도 북두칠성을 봅니다.

육오에게 찾아가면 의심과 질시를 받는데, 그래도 진심을 다해 군주의 마음을 일으키면(發=開) 길합니다.

우응순 선생님의 설명이 너무 맛깔나게 재미있어서인지 저는 빵빵 터집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앞에 가리개가 있어서 어두컴컴하니 별이 보인다는 표현이라니! 이 얼마나 명료하면서도 희극적인지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앞이 잘 안보여서 행동하는 것이 바보스러운 그림이 그려졌어요(가리개만 없애면 되는데!). 만화의 주인공처럼 코믹하게요.

 

 

九三,豐其沛,日中見沬。折其右肱,无咎。

象曰:豐其沛,不可大事也;折其右肱,終不可用也。

비가 쏟아질 패 (沛)는 이곳에서 깃발 기()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늘까지 막지는 않았지만 사방을 깃발로 둘러싼 모양을 그려보시면 되요. 전장같은 외부 임시거처와 같이요! 豐이 장막에 가리어 한낮에도 별을 본다!

아까 가리개를 가지고 있던 육이는 북두칠성을 봤는데, 휘장에 둘러싸인 구삼은 작은별을 봅니다. 대낮에 별을 보는건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혀 핑글핑글한 상황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작은별을 보다가 그랬는지 어쨌는지, 구삼은 오른쪽 팔뚝이 부러지기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허물이 없습니다.

여기서 沫(물방울 말)과 沬 (이름없는 작은별 매) 글자가 비슷하게 생긴것 짚고가요~ 그러고보니 물방울과 이름없는 작은별이 비슷한 이미지이기도 하네요!  또 한가지, 肱이 나온김에..股肱之臣(왕의 측근) 도 기억해두셔용. 股肱之友 라는 말도 있을까 싶네요 ^^

 

 

九四,豐其蔀,日中見斗,遇其夷主,吉。

象曰:豐其蔀,位不當也;日中見斗,幽不明也;遇其夷主,吉行也。

여기서 主는 초구를 가리킵니다. 아까 초구 부분에서 구사가 등장했던것을 기억하시지요!

 

六五,來章,有慶譽,吉。

象曰:六五之吉,有慶也。

章은 '문장'의 의미로 쓰이지만 예전에는 文, 德, 光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章美之才! 의미도, 한자 독음도 다 예뻐요.  장미지재..캬....

육오는 능력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불러들이면 경사와 명예가 있어 길합니다. 육오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장미지재를 가까이하면 길할것 같아요.

 

 

上六,豐其屋,蔀其家,闚其戶,闃其无人,三歲不覿,凶。

象曰:豐其屋,天際翔也;闚其戶,闃其无人,自藏也。

豐其屋( 큰 집) - 그 집 앞이 가리워져 있어, 그 문으로 엿보아도 조용하게 사람이 없네. 3년이 지나도 사람을 못 만나니 흉하다.

풍(성대한 것)의 극에 이르러서는 상자(기다리다, 서로 의지하다)할 수 이는 에너지가 멈춥니다 (居豊之極, 處動之終) ....스스로 인맥을 끊으니(自絶於人), 고요하고 사람이 없다 (闃基无人也).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의  높은 담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모습이 그려졌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풍요가 극에 달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쟁여놔야 할때, 아쉬울 것도 없으니 교류할 필요도 없고, 뺏기기 싫으니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꽁꽁 숨겨놓은 모습이에요. 어찌보면 내가 최고 잘났다..하면서 더 이상 배우고자 하지 않고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 독단적인 지식인의 모습일수도 있구요..

사람들 없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저 조차도 이 글을 읽을땐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이 효사를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복작복작 사람들 속에서 교류하는 것이 길하다는 것이겠지요.

또 재미있는 표현 하나...天際翔也는 (오만이) 하늘끝까지 날아가는 것입니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단 오만이 하늘 높이 훨훨 날아갑니다.

自高自大(스스로 망상에 빠짐)도 함께 보셔요.

 

 

 

다음은 여행괘인데..살짝 시작 했어요. 여행의시작!

돈을 벌어 무엇을 할거냐는 질문에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저도 살짝 그 반열에 있었던 시절이....)

그런데 일년동안 여행을 한다고 한발 더 들어가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힘들어요!

이곳에서 저곳까지의 이동 경로..그리고 잠 잘곳...매일매일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게 되는것 아니어요?

여행은 돌아갈 home sweet home이 있을때만이 유흥이고, 아니면 방랑인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주 노자 동사서독에서 채운샘이 여행에 대해 하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어디를 가도 장소만 타지일 뿐이지, 나의 똑같은 패턴을 달고 다니는데..그럴거면 왜가냐! ..와락 공감되는 말씀이었는데 말이에요..그럼  려괘를 살짝 맛만 보고 쉴게요..

 

 

56 旅卦  艮下離上



旅,小亨,旅貞吉。

彖曰:旅,小亨,柔得中乎外而順乎剛,止而麗乎明,是以小亨,旅貞吉也,旅之時義大矣哉。

象曰:山上有火,旅,君子以明慎用刑而不留獄。

-.-; 저의 총기가 여행을 떠나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필기한 것을 보아도 두서가 없는데..

火는 활활 타오르는, 퍼져 나가는 기운이 있기 때문에, 주역에서 재판이 나오는 괘는 모두 火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려괘는 다음시간에 다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자기 전에 ..저에게도 가리개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아야하겠어요.

가리개가 있더라도 그게머냐 벗어버려라! 할 규문 친구들을 만나서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요.
전체 3

  • 2016-10-17 13:25
    유후~ 귀매, 후기 체질이구나!ㅋㅋㅋ 윤몽이랑 뭔지 모르게 스타일도 통하는 것 같고!(이거 욕일까, 칭찬일까?ㅋㅋ) 해를 못보고 별을 본다는 부분에서 그렇게나 좋아라 하더니만, 규문에 와서 가리개를 벗겨버리겠다니! 아주 좋아!^^

  • 2016-10-17 19:05
    와아아아ㅡ 양언니, 훌륭하여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자세하고 따뜻한 후기라니! 기특(?!)+감동+러블리한 놀라운 글솜씨!!

    • 2016-10-17 20:49
      아잉.....이제 사라지기 없기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