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톡톡

규문 도쿄 답사 : 02. 12 우에노 공원, 국립박물관, 성 니콜라이 성당

작성자
감자
작성일
2017-02-26 00:49
조회
506

셋째 날은 실로 신심이 충만한 날이었습니다! 우에노 공원에 있던 절부터, 국립박물관의 불상들, 공자님을 기리던 유시마 성당, 성 니콜라이 성당까지……. 부처님, 보살님, 공자님, 예수님께 영감을 내려주십사 빌었습니다.


1. 우에노 공원


처음 향한 곳은 <우미인초> 속 박람회(도쿄 권업박람회)가 열렸던 우에노 공원입니다. 수만 개 전구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펼쳐지고, 그 빛을 구경하러 온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이곳. 박람회가 열리던 부지엔 작은 신사가 하나 들어서있었습니다.



 드넓은 연못가를 놔두고 비좁은 다리로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오노와 사요코, 고도 선생이 떠밀려가던 다리는 생각보다 무척 자그마했고, 밤의 일루미네이션을 반사하던 연못엔 풀이 가득 자라나있었습니다. 이곳에서 그 화려한 박람회가 열렸었다니... 쉽사리 소설 장면과 연결되지 않는 풍경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신사에서 향을 꽂고 부처님께 영감을 주십사 빌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오미쿠지를 뽑기도 했습니다. (저는 말길을 뽑았습니다...^^)



2. 도쿄 국립 박물관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소세키의 벗이었던 하이쿠 작가 시키의 야구 기념비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왜 비석이 야구공 모양인가 했더니, 시키는 야구를 즐겨 해서 미국식 야구 용어를 일본 용어로 번역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해요. '타자', '주자', '직구' 등이 시키가 번역한 용어라는 놀라운 사실!


도쿄 국립박물관 본관을 본 후엔 가마쿠라 팀과 우에노 팀으로 나뉘어 돌아다녔는데요. 엄청난 가이드?! 채운 쌤이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이 다섯 곳이나 되는 도쿄 국립박물관은 정말 규모가 커서 가마쿠라 팀과 헤어진 후에도 3시간 남짓을 돌아다녔건만 본관과 호류사 보물관밖에 둘러보지 못했습니다(제가 배고프다 찡찡대는 바람에 하하;;). 전시실은 조몬 시대의 미술부터 다이쇼 시기까지 시대별로 나뉘어있었습니다. 고졸한 토우들과 나라 시대의 불교 미술, 정말이지 섬세했던 와카(시)를 담는 상자와 각종 문방, 무사들의 장신구와 갑옷, 섬뜩했던 노의 가면과 의상, 후쿠사이의 우키요에, 에도시기의 패션까지 정말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키요에는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색채도 화려했지만 인물이나 사물을 그리는 각도와, 인물의 반신이나 전신을 다 그리지 않고 과감하게 자른 화폭이 독특했습니다. 소세키가 살았던 시기에 유행했던 양식의 회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본관에서 후류사 보물관으로 가던 길에 잠시 포토타임을 가졌습니다^^. 날씨가 봄날씨처럼 좋았던데다가 벌써 매화꽃도 피고, 후류사 보물관 외관도 참 멋졌어요. (그렇지만 인물사진...)



 


 채운 쌤의 주문에 따라 열심히 포즈를 취했습니다ㅎㅎㅎ뭔가 유치원 애들같은 해맑음;; 


 호류사 보물관은 보물을 전시해두는 곳이라 그런지 햇볕이 잘 안들어와 어두침침했습니다.  불상만 따로 전시해둔 곳이 있었는데, 채운쌤이 그 아름다운 불상들을 보며 "귀엽다!"를 남발하는 저희들에게 '고졸하다'라는 단어를 가르쳐주셨어요. (하지만 곧 "고졸하다!"를 남발하는 바람에 채운쌤의 한숨만 늘었습니다ㅎㅎ ) 그 불상들을 보면서도 또 영감을 주십사 빌었습니다.


특히나 아름다웠던 불상


3. 성당투어


박물관 근처 우동집(?)에서 점심을 먹고 <그 후>에 나왔던 성 니콜라이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성 니콜라이 성당에 가던 길에 유시마 성당에 들렸는데요. 성당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성당이 아니라 공자님을 기리는 사당이었습니다.



꽤나 큰 공자님 상도 있었습니다. 가마쿠라팀이 불상을 볼 때, 저희는 공자님 상을 보았답니다ㅎㅎ 공자님께도 영감을 주십사 빌고, 성 니콜라이 성당으로 향했어요.



오차노미즈에 있는 성 니콜라이 성당.



 주인공, 다이스케!(건화는 <그 후>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후>에서 히라오카와 사회생활을 두고 설전을 벌이던 다이스케는 "실생활의 경험보다도 부활절 밤의 불꽃놀이 경험이 인생에 있어선 더 의의가 있다"고 말하는 데, 그 부활절 기념행사가 열리던 곳이 바로 성 니콜라이 성당입니다. 성 니콜라이 성당은 러시아정교 성당으로 일본 최초의 비잔틴 양식 석조건물이라고 하는데, 돔 형태의 지붕이 이국적이었습니다. 본당 내부는 아쉽게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성당 분위기는 꽤 엄숙했습니다. 성당 지기 분은 방문객 단속에 열심이셨고, 말소리는 조용히, 가방은 한 쪽에 내려놓고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어요. 성당 내부 기둥에는 명화집에서 종종 보던 종교화와 비슷한 성상화가 걸려있었습니다. 헌금을 내고 긴 양초에 불을 붙여 또 한 번 영감을 주십사 기도했습니다. 소세키(님?!이라 해야 할 것 같은....), 부처님, 공자님, 예수님께 다 빌었으니 부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길...!


4. 진보초 고서점 거리


진보초 고서점 거리엔 동양서전문 서점, 만화전문서점, 미술전문서점, 잡지전문서점 등등 정말 다양한 고서점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까막눈인 저는 도록만 열심히 보았지만 무지까라를 하고 있는 이응언니, 혜원언니, 건화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책들을 펼쳐보았습니다.


첫째 날, 마루젠 서점에서 채운 쌤이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집을 사셨는데요. 호시노 미치오는 이 거리의 고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사진집에서 본 알래스카 마을에 매료되어 무작정 알래스카로 떠났다고 해요. 이후로 그는 알래스카 사람들과 자연, 동물을 사진에 담았고, 불곰에 물려 사망하기 직전까지 카메라를 들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소세키 프로젝트에서도 누군가에게 이런 운명같은 일이 일어날수있을까요?!


Z5HX
전체 1

  • 2017-02-26 21:24
    '고졸한 토우'라는 구절을 읽고, '고졸하다'를 네이버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이런 어휘를 떠올린 불어 선생님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후반부에... 반전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