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문톡톡

규문 도쿄 답사 : 02.12 우에노 공원, 국립박물관, 가마쿠라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2-24 10:27
조회
538
주로 혼자 여행하면 많이 걸으면서 고생을 하는 편이었는데, 규문의 문학기행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몸이 살짝 찌뿌둥해서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여행하면 당연히 이정도 피로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갈 길은 남았으니 좀 더 자고 싶어도 얼른얼른 움직여야죠. 그럼 셋째 날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혜원누나와 함께 오늘도 고생하는 건화형. 기운 팍팍!


우에노 공원

셋째 날의 첫 일정은 소세키의 작품 중 『우미인초』에 나오는 만국박람회의 배경인 우에노 공원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고노와 무네치카, 후지오와 이토코가 만국박람회를 구경하면서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에노 공원에 온 이상 적어도 그 다리를 봐야 하는데, 100년의 세월이 흘러서 일까요? 소설에서 나오는 다리가 어디인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리라고 부를 만한 게........ 철거한 건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감자를 주인공으로 하나의 스토리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쉽습니다. 대신에 연못 근처에 있는 신사에 가서 운세를 뽑고 공부가 잘 되도록, 소세키 글감을 하나 내려주십사 하고 빌었습니다.

얘들아, 소세키 글감 하나 달라고 잘 빌어야 된다?


글감 하나만 내려주세요!



다이스케..... 너라면 무슨 생각을 하겠니...? (건화형이 소세키 작품 중에서 문제적 인물로 고른 게 다이스케 입니다.)


우에노 공원의 주인공인 감자. 근데 실제 작품 속 배경을 찾을 수 없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ㅠㅠ
이걸로 아쉬움을 달래자. 작품명 : 웃는 감자




이응누나는 아침부터 예사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에 와서야 그녀의 먹성이 진면목을 드러냈는데,  새로운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것일까요? 입은 소세키 주제를 바라지만, 마음은 이미 식도락에 가있는 이응누나! 덕분에 이번 여행을 재밌게 즐기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해줬습니다. ㅋㅋㅋ
작품명 : 이응누나의 고뇌, "살짝 출출하지 않나...? 사람들은 다 괜찮은 건가...? 여기 먹을 만한 건 없나...?"

신사 안에서도 소원을 빌 수 있었는데, 동전을 앞에 있는 큰 함에 던지고 위의 징(?)을 쳐서 소원을 비는 거더군요.
열심히 소원을 빌고 있는 락쿤쌤과 수경쌤


자, 오늘의 운세는 어떤지 펼쳐 봅시다.


모두 대길 아니면 말길이 나와서 '일단 吉이니까 좋은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인생이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할 수는 없듯이, 길이 나오면 거기에는 자연스레 흉이 뒤따라 붙는다고 합니다. 길 나왔다고 좋아하신 분들 모두 그 얘기를 듣자 살짝 읭? 하면서 기분이 가라앉으시더군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일단 뽑기는 뽑았으나 운세 내용은 일본어로 써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다는 거죠. ㅋㅋㅋ 다행히 란다쌤이 해석해면서 운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여행에 관련해서 뭔가 잃어버리게 된다고 그걸 조심하라는 내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참 시기가 묘합니다. ㅋㅋㅋ

건화형의 운세를 읽어주시는 란다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웃고 있는 걸 보니 좋은 내용은 아닌가 봅니다.


도쿄 기온 자체는 한국보다 높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청매화, 홍매화가 피기 시작했고, 위의 사진에서 걷고 있는 당시에는 벚꽃도 조금씩 꽃망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4월이 되면 정말 벚꽃이 흐드러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소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으시겠죠.) 유카타 입고 걷기에 안성맞춤인 날씨! 그 밑에서 안동 소주 한 잔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립박물관



신사에서 조금 걸어가면 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국립박물관 앞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이번 여행의 사진 중에서 이응누나 사진이 정말 많아요. 여기저기 다 찍혔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발견하기만 하면 바로 빠른 포즈를 취하는 이응누나 ㅋㅋㅋㅋ 모두가 걸어가고 있는데, 혼자 뒤쳐지더라도 그건 나중 문제...! 일단 찍고 빠르게 쫓아오더군요. ㅋㅋㅋ

국립박물관에는 눈 돌아갈 만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헤이안시대부터 다이쇼시대까지 인가? 현대까지 있었던가? 어쨌든 시대별로 쫙 정리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손궤와 벼루함이었습니다. 벼루함은 말 그대로 벼루와 먹물, 붓을 담아놓는 것이고, 손궤는 주로 경전을 담는 함(?)이라고 합니다. 주로 헤이안 말기부터 무로마치시대까지 유행했는데, 이 시대의 귀족들은 단순히 실용 이상으로 금, 은가루를 입히면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주 예뻐요. 세밀한 세공에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자태란......! 가서 직접 사진을 찍어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네요. 국립박물관은 신기하게도 전시물품마다 찍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구별되어 있었습니다. 손궤와 벼루함은 찍을 수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기본적으로 다 못 찍는다고 생각해서 안 찍었는데 ㅠㅜ 찍었다면 좋았을텐데......!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실제로 이것들을 사용했을가요? 먹물 잘못 묻히면 가슴 아플텐데 ㅋㅋㅋㅋ
사진으로는 빛나는 게 덜하지만 실제로 조명까지 더해진 걸 보시면 크~ 쉽게 눈길을 못 떼실겁니다. 그 감동을 전해드릴 수가 없네요.


그 다음 별의별 작품들이 구경했습니다. 채운쌤은 그것 하나하나 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박물관에 가실 때는 꼭 채운쌤과 같이 가세요. 재밌고 유익합니다. 여기서 즉흥강의가 열렸습니다.



일본 특유의 꼼꼼함(?)이 드러났던 장부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옛날부터 어떤 건물을 지어도 자잘한 부분까지 정확한 치수를 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건물이 훼손된다고 해도 기록에 의거하여 원형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복원이 가능하다고 하는 군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만큼 정확한 계량을 하지 않아서 복원하는데 매우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볼거리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오후에 소세키의 작품 중 『마음』의 첫 장면인 가마쿠라 해변을 가야했기 때문에 서둘러 나왔습니다.

국립박물관은 아예 하루를 통째로 할애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시대별로 정말 정리를 잘 해놨더군요. 볼 것도 많고! 박물관 옆에는 호류지라든가 볼거리가 더 있다고 했으니 나중에 일본에 오거든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국립박물관 앞에서 점심

가마쿠라로 떠나기 전에 간단히 점심을 먹어야 했습니다. 이동시간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따로 끼니를 챙길 수 없었습니다. 마침 국립박물관을 나가니 그 앞에 장을 서는 것처럼? 아니면 축제하는 것처럼 간이음식점이 일렬로 늘어섰습니다. 여행하면 또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에 여기서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 몇 개를 골랐습니다.

사람도 참 많았고 음식도 많았습니다. 뭘 골라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친절하신 락쿤쌤 : "얼른 와서 먹어!"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타코야끼 비슷한 것과 규카츠 등등을 먹었습니다. 사진으로 찍고 보니 그다지 맛있게 보이지는 않네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신 것 같은데, 저한테는 일본 간이 그렇게 딱 맞지는 않더군요. 여기다 청양고추 하나씩 송송 썰어넣었으면 ㅋㅋ 그리고 빠르게 가마쿠라로 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했습니다.

기차타고 가마쿠라

기차에서 배고프면 빵 먹으려고 빵과 음료를 샀건만 막상 가보니 기차가 아니라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리가 날 때까지 모두가 살짝 지쳐있다가 자리에 앉자마자 비몽사몽~ 결국 배고프면 먹으려면 빵과 음료는 결국 먹지 않았습니다. 하하 ㅠㅠ

밀크티를 꼬옥 잡고 단잠에 빠지신 지니쌤. 촬영을 거부하시는 란다쌤. 처음에는 꼿꼿이 앉았다가 점점 옆으로 침몰하고 있는 수경쌤.


가마쿠라 가는 길 (키타가마쿠라역)

가마쿠라의 철도나 해변은 『슬램덩크』의 몇몇 장면의 실제 배경으로 쓰였습니다. 저는 어쩐지 ‘나’나 ‘선생님’의 마음이 궁금하기보다는 이 길을 걷고 있는 강백호의 마음이 어떤지, 자신은 재활치료를 받는데 라이벌 서태웅은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을 볼 때의 마음은 어떤지가 궁금하더군요. 소세키를 심도있게 보라고 갔는데, 그 마음이 딴 길로 갔으니 참으로 불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이랄까? 지금 우리나라는 지하철이나 기차와 통행로는 완전히 분리된 반면에 일본은 아직까지 기차가 다니지 않을 때는 그곳을 지나다닙니다.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사진을 보시면 아마 이해가 가실 겁니다. 어쨌든 이런 풍경이 왠지 모르게 좋았습니다. (강백호도 신호를 기다리며 이 앞에 서있는 모습이 있죠.)

가마쿠라 해변



바닷바람이 슬슬 느껴지면서 재원누나와 락쿤쌤의 흥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해변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그 뒤로는 방전됐다는 얘기도...! ㅋㅋ 해변에서 충분히 논 다음에 다른 곳 갈 때는 계속 멍~) 처음에는 "바다야!" 이러면서 기분만 좋았는데 나중에는 뛰어가시더군요. 뛰어가는 락쿤쌤을 찍을 수 있는 것은 같이 뛰어가는 재원누나뿐이었습니다. 둘은 바다가 보이자 엄청 좋아했는데, 재원누나는 그러다가 신발과 양말까지 젖었습니다.

재원누나 : "얼른 와, 얼른 와!"
이 흥이 느껴지시나요? ㅋㅋㅋ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마쿠라의 해변을 걷는 ‘나’와 ‘선생님’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하려고 연출해봤습니다.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ㅋㅋㅋ 어쨌든 해변을 걷는데, 뒤에서 감독님께서 “야, 너무 떨어져서 걷잖아! 좀 더 붙어서 가야지.”라고 세밀한 연출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해가 비치는 날씨가 아니라 흐렸기 때문에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해변을 걷는 '나'의 마음은 뭐고 그때 '선생님'의 마음은 어땠을지 살짝 짐작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ㅠㅠ 그건 재원누나가 글로 잘 풀어주겠죠?

이렇게 바다를 향해 돌아섰다가,


이렇게 쨘!


 잠깐 『마음』에 이입한 다음에 해변을 배경으로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니쌤은 사진 찍으시느라 정작 본인의 사진이 없으셨죠. ㅠㅠ 근데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 날씨인 것 같은데, 보통 이런 날씨에 서핑을 하나요? 사진을 보시면 바다 위에 누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서핑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심심찮게 쫄쫄이(?)를 입고 서핑보드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마쿠라의 고토쿠인, 대불

가마쿠라 해변을 보고 나서 고토쿠인 신사에 있는 대불을 보러 갔습니다. 길이 참 좁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고토쿠인의 대불을 보러 가더군요.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손 닦고 갈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참배하기 전에 자신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참배를 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왼쪽 손 씻고, 오른쪽 손 씻은 다음에 왼쪽 손에 물을 부어서 그걸로 입을 헹구는 등등의 순서가 있다는데, 뭐 굳이 그런 것까지 지키나 싶어서 손이나 열심히 닦았습니다.



정작 대불을 보긴 했는데, 사실 저는 불상에 대한 지식도 없고, 대불과 관련된 이야기도 몰랐던 탓에 그다지 감흥은 없었습니다. 하하 그냥 “있구나.” “안은 비어있구나.” 정도만 생각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기행을 그렇게 보낸 것 같은데,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습니다. 다음 기행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분발해야 겠습니다.

버스타고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신사로

버스를 타고 고토쿠인에서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신사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따뜻하고 엉덩이가 편안하니 잠이 솔솔왔지만, 금방 도착했습니다. 신사로 가는 도중에 길가에 상가들이 쫙 늘어서있었습니다. 아마 축제기간이 되면 여기에 만화에서 봤던 것처럼 등이 길게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미 유카타를 입고 신사로 가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신사로 들어서는 토리이 앞의 횡단보도입니다. 약간 도둑 촬영 느낌이 나지만, 이정도면 괜찮겠죠? ㅎㅎ;; 이분들이랑은 고토쿠인에서도 마주치고, 여기서도 마주치네요. 그렇지만 절대 서로 말을 걸지는 않았죠. ㅋㅋ

이렇게 유카타를 입고 우산(?)을 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이미 저녁에 가까웠기 때문에 상점들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가마쿠라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역시 이야기를 모르니 가서 대충 슥 돌아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근데 나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석양이 참 예쁘더군요. 뭐랄까, 구름이 수면에 비친 듯한 느낌이랄까나? 말로 표현이 잘 안 되는 군요. 이번 여행에서 풍경에 감동받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더 좋았습니다. (물론 저만)

저녁밥을 먹기 위해 내려오는 길에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하나같이 전부 비싸더군요. 어디서 뭘 먹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묵 하나로 모두가 한 입씩 먹고 난 다음에 맥도날드로 가서 햄버거로 대충 해결했습니다. 여행 와서 맥도날드 가는 건 정말 별로였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ㅠㅜ 어쨌든 나름 보람 있었던 가마쿠라였습니다.

일일 회계를 담당했던 수경쌤과 락쿤쌤, 여행 내내 안내를 담당하셨지만 혼자서 가마쿠라까지 가이드해주신 란다쌤, 이런저런 사진을 많이 찍어주신 지니쌤 그리고........ 재원누나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덕분에 가마쿠라 즐거웠습니다. ^_^

보너스) 이번 기행의 뒤풀이 장소인 꼬치집입니다. 근데 꼬치는 다 어디로...?

작성 : 규창

전체 2

  • 2017-02-24 11:59
    이미 본 사진들도 설명과 함께 다시 보니 새롭네요. 정작 규창이는 떨떠름하게 적어 놓았지만 가마쿠라 대불 대박...! 그나저나 첫 번째 사진은 이날 찍힌 것도 아닌데 굳이 찾아올려주다니 고맙네^^

  • 2017-02-24 22:16
    오잉, 해변 도착이후부터의 사진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건 내 컴퓨터 문제요?! 궁금궁금.. / '대길'이 나왔는데 무언가 잃어버리게 될 것이란 소리를 들었던 것 바로 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