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세미나

3.24 세미나 후기

작성자
신현숙
작성일
2016-03-26 16:39
조회
3820
5개국어에 능통했다고 한 보르헤스.

평소 같았으면면 오! 대단하군~ 이러고 말았을텐데..  다른 나라의 책을 그 나라의 말로 읽고 느낀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정도가 아니다. 완전 근사하다.

잠시 보르헤스의 낙원이라는 도서관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했지만, 금방 도서관 창밖의 풍경으로 넘어가는 걸 보니 나의 낙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우리말로 된 글도 제대로 읽기 힘든 나로서는 다른 때처럼 어렵겠지 하고 읽기 시작한 '픽션들'. 모든 글들이 시작하자마자 긴장감 있고 어렵긴 한데 재미도 있어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물론 과제에서 막혀 버리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피에르 메나르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라는 제목부터 함정인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글을 베껴쓰고는 전혀 다르고, 심지어 원작보다 더 풍성하고 놀랍다고 한다.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의 사기꾼 재단사 같다. 여러샘들의 얘기들을 통해 제목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피에르 메나르가 읽는 돈키호테' 혹은 보르헤스... 이런 식으로 읽었을때 피에르 메나르나 보르헤스가 읽은 또다른 변환된 텍스트의 풍성함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뒤샹의 샘'처럼 텍스트가 접속하는 배경, 요소들이 바뀌었을때, 그리고 그 요소의 하나로 독자의 읽기까지 포함이 되면 또 다른  텍스트가 새롭게 생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나도 돈키호테는 읽어 봤는데..  내가 읽은 돈키호테.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수경샘은 정군의 '핵심'에 대해 대부분 생각하는 핵심이라는 것이 특정한 역사적 사회적 공간을 저자와 작품에 귀속시키려 하는 행위를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주석달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각자의 핵심(포인트)을 잡아서 그것에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표현해 내려는 노력이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될거라는 것이다.

현옥샘의 '사건'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사건은 물체와 물체가 부딪힌 일인데, 칼이라는 물체와 살이라는 물체가 서로 닿았을때 그것 자체로는 단순한 접촉일 뿐이지만 사람이 그것을 인륜에 반하는 살인이 되게 할 수도, 나라를 지키는 애국의 행동으로도, 별거아닌 단순한 싸움으로도 사건으로 의미화 한다는 것이다. 즉, 누가 어떻게 사건을 포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의미화된 사건을 강요하거나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데 전혀 같지도 같을 수도 없다. 역사나 책을 읽고 해석하는 것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적당히 나이가 들어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별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한참동안 창피한 하루였다.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는 것-더 쓸 힘이 없음을 확인할때까지-은 참 어려운 것 같다.

 

후기가 늦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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