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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 수업 정리 및 에세이 공지

작성자
하동
작성일
2016-07-17 01:37
조회
540

이번 학기 마지막 작품인 <갱부>를 읽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들 대다수가 부부관계나 연애를 중심으로 돈이나 배신의 문제를 주로 다뤘던 터라,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탄광이라는 공간과 갱부들의 이야기는 소세키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게 해 줘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신의 체험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듣고 이를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내용 구성이나 전달 방식 등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또한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현장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할 정도로, 공간에 대한 묘사가 놀랍도록 디테일하고 실감났던 것도 이 작품의 특별한 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또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정치한 탐구라는 점에서, 이전 작품들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소세키의 인장이 확실하다는 것이지요. 이전 작품들이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나 내면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인간의 마음이 외적인 조건이나 상황의 변화 속에서 얼마나 다이나믹하게 그 파노라마를 형성해 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어쨋든, 자살을 결심한 한 젊은이가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고 또 갱부로 전락하는 극단적인 경험을 거치고 나서 다시 삶의 자리로 복귀하게 되는, 어찌 보면 빤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변화무쌍하게 피고지기를 반복하는지, 필연적인 인과가 아닌 우연하고 사소한 계기들의 지배를 받는 것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잡히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관념적으로 그리는 대신에,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사건들을 통해 그 마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니 인간이란 존재는 또 얼마나 입체적이면서도 유동적인 것인지, 아니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몇 마디의 말로 정리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인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괜찮게 다가왔던 이유 중 하나는, 서술자가 이같은 자신의 깨달음을 친절하게도 세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둔한 탓에 그 동안의 작품들에서는 바로 와 닿지가 않는 면이 좀 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작정을 하고 인간의 마음이나 성격 등에 대해 얘길해 보고자 쓴 작품이라는 생각도 좀 들었고요.


이 작품이 안겨주는 또다른 놀라움은, 채운 샘 말씀대로 그같이 변화하는 마음의 문제 속에다 삶과 죽음에 관한 한 사유를 녹여내고 있는 데서도 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처럼 삶과 죽음이라는 것도 그 경계가 모호하고 정체 또한 불분명하다는 것. 더욱이 죽으려고 하면 삶이 발생하고 살려고 하면 죽음이 고개를 처드는 이 역설과 모순이라니요. 갱도의 밑바닥에서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의식의 곡예는 이를 얼마나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지요. 어쩌면 생사는 일각의 문제라는 것. 이같은 불교의 사유는 루쉰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생각 있는 분께서는 이 문제를 밀고나가 에세이를 써 보셔도 좋을 듯요.^^


이 작품에서 또 언급되어야 할 게, 소세키의 계급의식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껏 지식인이나 중간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천착해 온 소세키가 육체 노동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물론, 그들의 삶을 전경화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고진의 비평이 아니라도 주목을 요하는 문제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갱부들에 대해 연민이나 호의의 시선을 보내기는 커녕, 멸시나 거부의 시선을 걷어내지는 못하는 듯합니다(그의 구원자인 야스는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겠지요). 이들과의 만남의 경험이 그의 사회, 역사적 의식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 것 같고요. 이를 두고, 맑시즘적 입장에서 그의 계급의식의 부재를 비판하는 논의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고진은 그의 무계급성을, 메이지 지식인으로서 소세키가 놓인 시대적 지반과 연관지어 논의하면서, 그의 사상적 고전성을 해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계급의식이 문학적으로 표명되는 것은 다음 시대인 다이쇼 시대의 몫이었다는 것. 채운 샘께서는, 그가 다른 계급에 대한 무관심이나 거리감을 감추지 않고, 쉽사리 하층계급에 대한 환상이나 연대감 같은 걸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을 소세키의 ‘솔직함’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네요. 자신이 그들의 길을 가거나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해 그 어떤 포장도 할 수 없었고 또 하지 않았던 것 역시 그다운 방식이었다고요. 더불어 루쉰 또한 무리로서의 프롤레타리아에 대해 어떤 계급적 환상도 갖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시기도 했답니다. 이런 비교도 밀고 가보셔도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밖에도, 머리와 꼬리 없이 중간 부분만 있는 듯한 형국인 이 작품이 보여주는 소설적인 특이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 겉보기에 확연히 차이가 나는 ‘떠도는 지식인(고등 유민)’과 ‘갱부’가 공유하는 내밀한 친연성의 문제, 근대가 품고 있는 ‘전락’의 측면, 희망과 절망을 대하는 소세키와 루쉰의 시각의 유사성 등등 정리하자면 끝이 없이 무수한 내용들을 모두 맘속 깊이 새겨두셨거나 기록해 두셨을거라 생각하고 내용정리는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아차차, 이래저래 급한 마음에 규문의 마스콧 성민호 군이 준비해 준 만찬에 대한 얘길 빼먹었네요. 8월 2일에 군에 입대하는 민호군이 규문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자신의 장기 요리인 오징어 볶음과 감자국!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도 일찌감치 집에서 떨어져 나왔던지라 웬만한 요리는 해내는 편인데, 민호가 한 오징어 볶음 요리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보겠지만, 짬짬이 군복무하면서 근황을 알리겠다고 하니, 많이 서운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중일긴가 난중일기간 하는 글도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여튼, 잘 다녀오고, 건강한 얼굴로 다시 볼 날을 기다려 봅니다. 어찌 보면 이 나라 남자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 될 수 있을 터인데, 다들 응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수영샘께선 어제 만찬 사진 찍은 거 있으면 올려 주시고요~~ㅎ


이제 에세에를 써야 합니다. 아니, 쓰여져야 합니다. 그들의 문학작품을 읽는 과정에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강렬한 문제들을, 개별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연결시켜 드러내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통찰을 얻어내 보라고 하십니다. 근대라는 특정 시공간을 살아냈던 그들의 방식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만나게 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지난 학기의 문제를 답습하지 말라는 것과 제목다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이셨습니다. 하나더. 가급적이면 한두 작품을 중심으로 깊게 파고들어가 볼 것.



매수는 6매 이상. 그리고. 금요일(22일) 저녁 9시(?)까지 올리고, 당일(23일) 9시까지 규문에 모일 것. 간식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각자 조금씩 싸오는 걸로. 다들 파이팅 하시고, 밝은 얼굴로 뵈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1

  • 2016-07-19 09:06
    꼼꼼한 후기 감사합니다! 중간중간 에세이 주제 던져주신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정말 밝은 얼굴로 뵐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