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소생팀이 밟은 아홉 번째 도시 : 쉬라즈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1-09 05:14
조회
266
쉬라즈로 가는 길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쭉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바위산 사이로 난 꼬불꼬불한 길을 아지미 아저씨가 거의 곡예를 부리듯 운전하며 가셨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창 밖의 장관을 구경하랴 위험천만하게 다니는 차 걱정하랴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쉬라즈로 향했답니다.

밤 늦게 도착한 도시 쉬라즈는 그 전에 있던 깡촌(?) 수사보다는 단연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들른 아름다운 허페즈 영묘, 그리고 늦은 시간임에도 그 장소를 가득 채운 우아한 사람들을 보니 더욱 도시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죠. 그리고 다음날 낮에 돌아다니며 이 도시가 생각보다 훨씬 화려한 도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유럽을 연상시키는 카페테리아, 미로같은 길을 따라 난 커다란 바자르, 도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옛 왕조의 요새, 그리고 말도 못하게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모스크들. 거기다 윗동네(?)와는 질적으로 다른 따사로운 햇볕까지. 질척질척 비를 맞으며 미끄러지고 넘어지던 진흙투성이 수사여, 안녕~ 우리는 페르시아의 정수(!) 쉬라즈와 페르세폴리스로 왔다!!


하지만 다음날 낮시간 내내 사헤체라그 모스크, 나시르알몰크 모스크(일명 핑크 모스크), 바킬 모스크를 연달아 보고 나니 이 도시의 화려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화려하다고 능사가 아니구나... 뭐라고 할까, 화려하기는 한데...컨셉이 없다고 할까요. 이제까지 봤던 모스크의 기하학적 무늬가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중국풍의 화려한 색채가 가미되고, 거기에 유럽풍의 전원화가 들어가니 이게 대체 뭔가 싶어서 한참 그 화려한 무늬를 이리저리 뜯어봤던 것 같습니다.


사진은 소비혼을 불태운(?) 바킬 바자르 옆에 있는 바킬 모스크에서~





쉬라즈는 사산왕조와 카자르 왕조 사이, 약 30년간 잠깐 유지된 잔드 왕조(1750~1781)의 수도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저희는 사산왕조와 카자르 왕조만 알았고 또 쉬라즈는 페르세폴리스를 가기 위한 거점으로만 여겼지, 이 왕조가 어떤 것인지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쉬라즈를 보니, 그리고 유럽에서 뛰어나다는 장인을 모두 불러모아 1년만에(!) 만들었다는 카림 칸 성 요새를 보면 대~충 쉬라즈가 어떤 도시인지 넘겨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림 칸 성은 기울어진 담벼락 축과 다 떨어진 타일장식으로 도시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요새로 남아 있거든요. 부실공사로 드러난 요새처럼, 이 왕조는 유럽이며 중국이며, 이미 만나버린 외부를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자기만의 컨셉이 부재한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컨셉의 부재(?)가 핑크 모스크를 비롯한 다른 모스크의 무늬에도 잘 나타난 것 같았고요.


 사진은 부실공사의 대명사 카림 칸 요새

 



쉬라즈의 다음 일정은 뭐니뭐니해도 페르세폴리스입니다. 저희는 키루스 대제의 무덤이 있는 파사르가다에, 나크쉐로스탐, 그리고 페르세폴리스로 향했습니다.

키루스 대제의 무덤은 정말 말 그대로 널따란 평야에 무덤 하나만 덜렁 있더군요. 그리고 저어~ 멀리 하나 둘 씩 보이는 도시 터(라고 하지만 기둥 몇개가 남아 있는 것이 전부)가 전부라, 처음에는 무척 황당했습니다. 하지만 그 넓은 평야를 꽉 채우고 있었을 도시를 생각하고, 또 그것이 전부 파괴되어 아무것도 없는 땅으로만 남은 오랜 시간을 생각하니, 이 땅이 품고 있는 역사가 새삼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크쉐로스탐은 다리우스 2세, 아르타르크세스, 다리우스 1세, 크세르크세스의 무덤입니다. 돌산 하나를 전부 쓴 이 거대한 무덤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그 자체로 압도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왕의 위엄이 정말 물리적으로 드러났다고나 할까요. 그 앞에서 인간은 정말 손톱만하게 보입니다. 이런 거대하고 위압적인 죽음 앞에서는 많은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허무함도 들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제국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남아도는 노동력 없이 모두 굴려야(?) 하기 때문에 만들었겠다는 실용적인(?) 생각도 듭니다.








페르시아 문명의 정수라는 페르세폴리스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아니 작다기보단 생각보다는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산 하나를 깎아 만든 평지에 만든 성은 그 자체로 대단한데다, 만국의 문 앞의 그리폰 상은 그것만으로 제국에 입성한다는 압도적인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잘 꾸며진 모형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페르세폴리스의 이미지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이 도시 자체가 제국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레자 샤 대까지) 구획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무리는 민호의 쉬라즈 콜렉션~~






그리고 수사에서 꽈당한 혜원은 건강하게 파사르가다에의 초원을 달려 남들 못본 것까지 죄다 보고 다녔습니다~


전체 3

  • 2019-01-09 07:45
    민호샘 뒤 아들과 아버지는
    민호샘 옆 양탄자더미와 지갑은
    민호샘 신발 옆의 하얀 흔적은
    ....
    (아프지 마시고 화이팅)!
    아마도 ....

  • 2019-01-09 11:00
    페르세폴리스! 사진이 아주 제 마음을 압도하는데요? '문명', '왕', '시' 이런 단어들이 새로운 질감을 가지고 쿵쿵 마음 속에 떨어지셨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도시 도시를 찾아가는 길과 풍경에서 또한 많은 것을 느끼셨으리라!
    마지막 사진의 혜워니는 대상인의 후예의 후예의 후예의 후예 쯤? ^^;;

  • 2019-01-11 21:25
    쉬라즈가 어디길래 이렇게 대단한 유적인지, 유물인지, 건축물들이 있는건가요?
    페르세폴리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긴 한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