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소생팀이 밟은 도시들 나머지 : 그리고 여행은 계속된다~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1-19 23:38
조회
312
저희가 이란 여행에서 힘주어(?) 계획한 도시는 야즈드까지였습니다. 사실 13일로 이란 여행을 끝마치고 그 다음에는 터키로 넘어가 지중해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광란(!)의 여행계획을 세웠더랬죠. 하지만 여행은 늘 변수 투성이고, 이란은 쪼매난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넓었습니다. 도시 하나를 이동하는 데도 하루 온종일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할 정도로 큰 나라이고, 그 이동하는 동안 풀뿌리 하나 없는 황무지를 지나는가 하면 눈이 발목까지 쌓인 설산을 넘는 일도 있었죠. 그야말로 다이내믹 이란!

어쨌든 도시간 이동시간이 한국에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들 뿐만아니라 이란과 우리의 드라이버 아지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저희는 과감하게 터키행을 취소하고 17일까지 이란에 더 있기로 결의합니다. 수사의 작고 수건도 비누도 없는데다 물도 잘 안 내려가는(ㅠㅠ) 호텔방에서 결심했더랬죠.


야즈드 일정이 끝나고, 테헤란으로 돌아가는 경유지로 저희는 아르데스탄이라는 작은 도시에 들렀습니다. 거기서 마치 이스파한의 저메모스크처럼 화려한 타일이 아닌 벽돌색 그대로를 간직한 모스크에 들렀습니다. 이란의 여느 건축물들이 다 그렇듯 사산조에 세워졌다는 이 모스크 역시 왕조를 거듭하며 중축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언듯 보면 모래색으로만 보이지만, 정교하게 조각된 아라베스크 부조와 다른 모래색으로 어우러진 꾸란 구절의 어우러짐이 인상적입니다. 이 모스크를 보면서 땅이나 흙을 단지 한 가지 색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흙으로 구운 같은 크기의 벽돌이라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른 색깔로 되어 있는 것이, 화려한 타일 장식보다 더 멋있기도 합니다.







돌아온 테헤란에서 저희는 아지미 아저씨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바로 '키아로스타미~~ 코케르~~~~~!!'였는데요, 아저씨는 키아로스타미를 들어보기는 했어도 그의 영화를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키아로스타미의 묘지를 찾아낸 저희는 아저씨에게 테헤란 북부의 작은 공동묘지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떄의 길은 그야말로 험난하고 아찔한 산길. 괜히 '지그재그 3부작'이 나온 게 아니겠다 싶을 정도로 테헤란 북부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저희는 키아로스타미 묘지를 방문합니다. 그의 묘비에는 어떤 화려한 문양도 비문도 없습니다. 길, 그리고 길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전부입니다.






키 오빠(?)에게 키스를 날리는 정옥샘.




키아로스타미 성묘를 마치고 내친김에 서더버그 궁전탐방까지 한 다음 저희가 간 곳은, 바로 아지미의 집! 그런데 어째 이상합니다. 저희는 가기 전에 온갖 걱정을 다 했거든요. 이 인원이 다 들어갈 수는 있을까, 아지미 아저씨가 가족들에게 우리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온갖 걱정을 하며 집에 들어갔는데 집안이 참 썰렁~했거든요. 알고보니 아지미 아저씨는 테헤란에 집이 두 개였습니다0ㅁ0 정확히 말하자면 아지미 아저씨 부모님의 집이 빈 채로 남아있는데 그곳을 저희에게 하루밤 내준 것이지요. 아저씨는 저희를 그 집에 내려주시고 본인은 테헤란까지 왔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혼쭐이 난다며 돌아가셨습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시고...



 


네, 저희는 안전하게 갇힌 채 환대를 받았던 것입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가뒀다?!




감금에서 풀려난 다음날 저희가 간 곳은 이란의 길란 주입니다. 카스피해와 면해있는 이란의 북부 지방인 이곳은 지금까지 봤던 이란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마치 서울 근교 농촌에 휴양간 느낌이었달까요. 산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드디어 논농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길가에 닭이나 소가 나다니는 것은 동남아를 연상시키기도 했고요. 이란에 와서 매번 놀라지만, 길란 주까지 방문하니, 막연한 '사막지형 중동'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 사막, 바위산, 초원, 황야뿐만 아니라 녹음이 우거진 제대로 된(?) 산과 바다까지 온갖 지형을 아우르고 있는 곳이 바로 이란이었습니다.


 



그중 마술레는 특이한 도시입니다. 산 위에 콕 박혀 있는 것 같은 이 도시는 집 위에 집을 지어 아래 집 지붕이 윗집의 마당이 되는 방식으로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거기다 산지의 시원한 기후 덕분에 인기 있는 여름 휴양지라고도 합니다. 길이자 지붕 위를 걷는 경험도 특별하고요.


마술레 근처에 갈레 루트앙이라는 산성을 보기 위해 저희는 빗속을 뚫고 아주 미끄러운 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비와 구름을 지나 오른 정상에는 이끼가 잔뜩 낀 성이 한 채 우뚝 있었습니다. 무슨 동화속 성을 만난 기분이 들었지요. 만약 맑은날 올랐더라면 그런 신비한 느낌은 덜했을 것 같습니다. 이 성은 사산조 시대에 아랍의 침입을 방비하기 위해 세워졌고 셀주크 시대에 재건축 되었습니다.






이란의 사막과 산을 넘나들던 우리는 드디어 카스피해로 경로를 정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카스피해는 온갖 나라들이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해역 주도권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문제의 바다라고도 합니다. 사실 내륙 지방의 거대한 호수라고도 할 수 있는 카스피해는, 전혀 호수라는 생각을 못할 정도로 거대한 바다의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철썩대는 파도와 머나먼 지평선은 정말 저 너머로 세상의 끝이 있을 것처럼 아득해 보였습니다.






마지막날, 저희는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를 갔습니다. 테헤란 한복판에 있는 구불구불 미로같은 그랜드 바자르는 길을 꺽을 때마다 새로운 품목이 나타나 저희를 반겼습니다. 저희는 모두의 선물을 사기 위한 공무로(^^) 갔지만 역시 사심이 불끈 솟아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만 중론은 '그랜드 바자르는 크고 사람만 많다/작지만 실속있는 타즈리쉬 바자르로 가자!!' 였습니다.






테헤란의 전경을 한눈에 보기 위해 마지막 일정으로 저희는 보르제 밀라드를 방문했습니다.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높다는 이 타워는 레자 샤 때 건축되었다가 혁명으로 중단되었고, 그러다가 다시 건축되기 시작해 2008년에 완공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타워는 타워더군요. 테헤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테헤란 시내는 서울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역시 가까이 보아야 더 예쁜 곳 같습니다~~




 


아지미 아저씨와 눈물의 이별을 하고 저희는 지금 터키에 와 있습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사람도 물가도 다른 이 곳은 너무나 추워요......ㅠㅠ 하지만 카파도키아의 기암들에 놀라며 또 관광객 기분을 내면서 다니고 있지요. 얼마 안 남은 여행,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마무리는 바자르의 탐욕스러운 마이노~






전체 3

  • 2019-01-22 06:50
    귀환을 환영합니다. ~~~

  • 2019-01-22 11:42
    혜원이의 눈길이 머문 장소들을 떠올려봅니다. 이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겠군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 를 실감하고 돌아오는 중이시리라.
    돌아와서 어떤 표정으로 수다를 떠실지! ^^ 너무 보고 싶었노라~ 바람아 잘 데리고 와 줘서 고마워!

  • 2019-01-23 15:47
    묘지가 특이하네요. 큰 사진이 떡하니 있어서 경쾌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