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소생팀이 밟은 열 번째 도시 : 야즈드 2부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19-01-15 03:22
조회
254

2부 이어서~


셋 째 날 오전엔 전날의 빡빡한 일정 덕분에 못한 <무함마드를 따라서>세미나를 하고, 남녀조로 나뉘어 구시가지 산책에 나섰습니다. 야즈드는 이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 도시이기도 해서, 광장과 저메 모스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구 시가지와 바자르가 빽빽히 늘어서 있습니다. 오밀조밀한 주택가 골목을 지나면 온갖 공방들이 있는데요, 제작과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가게이자 작업장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야즈드의 가죽, 직물, 도자기 공방 등에 감동한 저희는 이 곳에서 아지미와 가족들, 후원해 주신 샘들에게 드릴 선물을 한아름 골랐습니다.

광장의 '버드기르(고대의 에어컨. 더운 바람을 실내로 끌어들인 후 지하 수로를 거치면서 시원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폭풍 쇼핑을 마친 후, 오후 3시에 다시 모인 저희는 전날 예약해 둔 사막 투어를 나섰습니다. 두 대의 지프차에 7명이 나눠 타고 현란한 이란 음악을 들으며 30분 정도 달리니 모래 공터에 이어 모래 언덕들이 나타났습니다. 모두들 서슴없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모래를 밟아 보았지요. 이곳에서도 따뜻한 '차이'와 각설탕은 빠질 수 없었죠! 놀이기구 타듯 지프차를 타고 짧게나마 언덕을 오르내려 본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는 모래 비탈길에서 엎어지다 넘어지고 누워버리고 또 그걸 찍기도 하고 끌어주기도 하는 것 등이 더 재미있었어요.



날이 흐려 해가 지는 모습은 못 봤지만, 물과 초목이 곳곳에 있는 독특한 야즈드의 사막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소생팀 덕분에 적막하고 고요하기만 할거라 생각했던 사막의 이미지가 시끌벅적하고 풍요롭게 기억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소생팀은 외곽에 있는 이슬람 이전 고대 유적들을 보러 갔습니다. 먼저 간 곳은 '착착( Chak Chak:페르시어로 물 떨어지는 소리)'인데요, 야즈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쯤가면 있는 바위 산들 중 하나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조로아스터교도의 주요 순례지 중 하나로 사산조의 마지막 왕의 둘 째 공주가 이슬람 군대를 피해 이곳에 도망쳐 왔던 곳입니다. 군대가 바로 앞 까지 쫓아오자 두려워하던 공주가 아후라마즈다에게 기도한 후 이슬(?)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온통 모래와 바위만 있는 공간을 보니, 그 척박한 곳까지 도망쳐 온 것이 단지 살기 위해서였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오후에 아지미가 추천해 준 곳에서 점심을 먹고, 빵집 아저씨에게 선물을 받고 '메이보드(Meybod)'에 있는 비둘기 탑과 4000년 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레인 성'으로 갔습니다.



야즈드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막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까, 잘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풀뿌리나 물 조차 없을 사막에서는 사람이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고,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그곳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야즈드의 관개수로나 버드기르 등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풍족한 곳에서만 사는 게 아닌 것입니다.



소생팀의 '주모~' 민호! 어느 사이엔가 고추장과 일체가 되어 케밥에 지친 팀원들의 켑사이신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사막의 보석 야즈드편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전체 4

  • 2019-01-15 11:23
    사막에서의 삶, 그리고 웃음. 마지막 미노와 사막 사진은 저도 따로 간직해두어야 겠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사나. . 라고 생각이 되는 건, 내 삶의 반경이 어디까지였는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파아란 하늘과 흙,흙,흙! 감동이었을 것 같아요.

  • 2019-01-15 23:25
    황량하고 광활한 사막이 여행자를 압도할 것 같은 풍경이네요. 물도 풀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사람들은 다 살기 마련이군요. 후기와 사진을 보니 여행이 그려지는것 같아요. 긴 여정, 조금 더 힘내서 남은 일정 건강하게 마무리 하길 바래요.

  • 2019-01-16 08:02
    여행과 세미나,
    그중에 만난 고대의 에어컨(버드기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시원함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거긴 미세먼지 같은 것 없지요. 대한민국 전체가 미세먼지로 가득차 있습니다.)

  • 2019-01-19 09:55
    흙으로 만든 건축물을 볼 기회가 없다보니, 마치 바닷가 모래밭에 만들어놓은 조각품같습니다.
    파도 앞에 금방 사라져버릴 것같은데, '4000년' 이상을 견뎌왔다니.

    예전에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보고 바람이 빚어놓은 사막의 물결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폭이 넓은 치마 주름같기도 하고. 그 적막과 고요에 대해서 듣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