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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STOP GO STOP' - 주역수업(10.01)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10-06 16:43
조회
524
지난주엔 정말 오랜만에 수업이 새로 시작되었죠. 우샘을 비롯하여 반가운 얼굴들 – 정예 멤버들 - 이 평소처럼 묵묵히 자리들을 채워주셨고요(처음 참여한 양언니 환영~). 오늘은 그날 배운 진괘(震卦)와 간괘(艮卦)를 모두 조금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진괘(震卦)는 중뢰진(重雷震), 그러니까 위 아래로 사진뢰(四震雷)가 두 개 겹쳐 있는(양음음양음음) 괘입니다. 우선 괘사부터 보면요. “진은 형통하니 우레가 칠 때 두려워하면 나중에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가 즐거우리니 우레가 백리까지 놀라게 할 때 큰 숟가락과 울창주를 잃지 않는다(震亨 震來 虩虩 笑言 啞啞 震驚百里 不喪匕鬯)”고 했어요. 이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풀어볼까요. 진(震)은 주변을 진동시키며 우레가 치는 건데요. 이렇게 천둥번개가 치는데도 쿨쿨 자고 있으면 안 돼요. 주역은 언제나 두려워할 것, 삼가고 조심할 것을 말하죠. 여기서도 마찬가지예요. 천둥이 칠 때엔 두려워하고(恐懼) 감히 스스로 편하게 있지 않으면서(不敢自寧) 사방을 두루 살펴야(旋顧周慮) 돼요.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는 거죠. 그렇게 때에 맞게 자기 관리를 잘 해야 후에 하하호호 웃으면서 즐거워할 때도 오는 것이에요. 여기서 갑자기 큰 숟가락(匕)과 울창주(鬯)는 왜 나오는 건가요. 이 큰 숟가락은 제사를 지낼 때 삶은 고기를 건져내는 큰 국자 같은 것인데, 장손(제주)이 고기를 집어서 올릴 때 사용했다고 해요. 울창주는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술이고요. 그러니까 둘 다 집안의 중심, 계승자를 나타내는 말인 거죠. 그리고 이것들을 ‘잃지 않는’ 건 정신을 놓지 않고 잘 붙잡고 있는 것이 돼요. 백리까지 놀라게 할 만큼 우레가 크게 칠 때에는 집안의 모두가 동요하기가 쉽고 가장 중심이 되는 사람만 쳐다보게 되잖아요. 이럴 때일수록 비(匕)와 창(鬯)을 잡고 있는 집안의 중심이 되는 자는 의연하게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야 돼요. 천둥번개가 무섭게 휘몰아칠 때 두려워하고 행동을 삼가고, 정신을 잃지 않고 잘 지켰으니 당연히 진괘가 형통하게 되는 것이죠. 주역에서 어느 괘에서나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조심스레 잘 지키는 것이잖아요. 이것이야말로 두려움이 형통함으로 변화하는 철학이죠. 이것이 진괘의 단전에 보면 ‘우레가 칠 때 두려워하는 것이 복을 가져온다(恐致福也)’는 표현으로 확실하게 드러나 있어요. 두려운 상황과 때를 만난 것 자체가 오히려 복을 가져오는 길한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군자는 진괘를 보고 두려워하며 자신을 수행하고 성찰합니다(恐懼修省). 자신의 몸을 닦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죠. 이것은 논어 학이편에서 ‘증자가 매일 세 번씩 자신을 돌아보았다(曾子曰 吾日 三省吾身)’고 한 것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튼 ‘자신을 깊이 성찰하여 잘못된 것들을 고쳐나가면 나중에 형통해지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런 조심스러움과 두려움, 수행과 성찰 같은 것들은 요즘의 다소 자신만만한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감각인 듯하여 이것 자체로 아쉽고 두려운 일이라고 우샘께서도 말씀하셨어요.

여기서 육이효를 잠깐 볼까요. 육이는 우레가 오는 것이 사나우니 재물을 잃을 것을 헤아리고 구릉으로 올라가서 재물을 다시 쫓지 않으면 칠일 만에 얻으리라.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우레가 아주 사납게 치고 있고, 모든 재물을 잃어버릴 것이 헤아려지는 상황이에요. 이럴 때는 제일 높은 곳, 구릉으로 올라가서 우선 몸을 피해야 돼요. 재물들이 걱정이 되어서 다시 좀 건져보겠다고 그것들을 쫓아 되돌아가면 큰일이 나겠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욕심들 때문에 몸을 보전하지 못합니다. 무리를 하면서(건강을 해친다거나) 돈을 버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일단 여기서는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빠른 판단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러고 보면 아까운 마음은 다 버리고 일단 자기 목숨을 구하는 것이 먼저고요. 욕심과 아쉬운 마음을 딱 끊어내고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야 해요. 이렇게 위기만 잘 넘기고 나면 재물 같은 것들은 금방 또 다시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습니다. 그나마 높은 곳을 찾아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육이의 복이에요. 육이는 중정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거든요. 자기 몸만 잘 지키면 다른 것들은 차차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육삼효도 볼까요. 육삼은 우레가 치니 정신줄을 서서히 놨어요(六三 震蘇蘇). 이 때 정신을 차리고 진으로 나아가면 잘못이 없을 것(震行 无眚)이라고 해요. 진괘는 우레가 치고 진동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효들이 흔들려요. 그 중에는 육삼처럼 부실해서 겁이 많은 애들도 있어요. 그래서 얘는 천둥소리에 서서히 정신을 잃어요. 그렇다고 기절한 채로 있으면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 허물, 재앙의 뜻을 생(眚)이라는 글자로 표현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판단이나 미숙으로 인해 스스로 초래하는 재앙을 말해요. 천둥이 치고 땅이 흔들리고 지진이 났다 하더라도, 거기에서 정신줄을 놓은 것은 자신이니까요. 이 결과에 대한 원인을 상황이 아닌 스스로의 미숙함으로 돌리는 것이에요. 물론 평소에도 부실하던 육이가 정신줄까지 아득한 상태로 앞으로 나아가기가 당연히 쉽지 않죠. 그럴 때 바로 선생님, 친구 등의 주변 도움이 절실해 집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잡아줘도 털썩 주저앉는 사람들도 있죠. 이럴 때 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여기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조금씩 노력해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이 되는군요!

 

자, 그럼 이제 간괘(艮卦)를 볼까요. 진괘가 우레가 두 개 겹쳐 있었다면 간괘는 산이 두 개 겹쳐집니다. 반대로 음음양음음양이 되고요. 여기서 간은 지(止)의 뜻을 가진다고 설명되는데, 소축괘나 대축괘에서의 저지한다는 뜻도 있지만, ‘편안히 머무르다’, ‘유지한다는 뜻도 가져요. 엄청 움직이며 진동하던 진괘의 시대가 지났으니 이제는 좀 멈춰야죠. 간괘의 모양을 봐도 두 개의 음이 위로 나아가려는 것을 양괘가 저지하고(止) 있네요. 계속 움직일 수는 없으니 이제 멈추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된 거예요. 그런데 편안히 머무르려면 일단 마음이 비워져야 돼요. 그래서 간괘는 욕망을 끊는 문제가 중요해 집니다. 그것을 괘사에서는 그 ‘등에서 멈춘다(艮其背)’는 말로 표현했는데요. 보통 욕망은 눈으로 보는 것, 보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그래서 그 등에서 멈춘다는 말은 앞쪽의 눈의 욕망까지 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또 괘사는 이 말에 이어서 ‘뜰에 돌아다녀도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行其庭 不見其人 无咎)’는 표현도 쓰는데요. 이것은 간괘에 14, 25, 36이 서로 다 어긋나서 정응이 하나도 없는 것과도 연결이 돼요. 정응이 없다고 하면 보통 좋은 게 아니지만 오히려 이 경우는 좋게 작동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서로 어긋나는 바람에 만나지 못한 것을 욕망을 작동시킬 만한 외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그러니까 욕망이 작동될 수 있는 타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괜찮다는 거예요. 보통 욕심은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해 자라는 경우가 많죠. 이렇게 비교 대상이 없으면 다른 존재와 나의 욕망이 섞이지 않으니까 무구하다는 거예요. 한 번 욕망이 생기고 나면 사람들은 그 욕망에 끌려 다니고 좀처럼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죠. 그럴 때야말로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욕망을 비우면 또 편안하게 머물() 수 있게 되죠.

간괘는 단전에서 무척 중요한 말을 합니다. 간괘는 멈추는 것이니 상황이 멈춰야 할 때면 멈추고, 상황이 움직여야 할 때면 움직이며, 나아가고 고요히 머무는 것이 그 때를 잃지 않으므로 그 도가 밝게 빛난다. 네! 바로 적절한 때를 읽어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죠. 지(止)의 도는 그냥 꼼짝없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움직일 상황에서 움직이고 멈춰야할 상황에서 멈추는 능력이죠. 그 때의 적절함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당시의 사고는 시공간을 구분하지 않았으니까, 이 때라는 것은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 때와 장소, 상황에 알맞는 움직임과 멈춤이라는 것이죠. 우리의 지금 상황에 맞게, 나의 나이에 맞게,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에 맞게, 상대와의 관계에 맞게, 나의 이름과 직함에 맞게, 지금의 처지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또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상전에서 군자가 간괘를 보고 생각이 그 위치, 처지를 벗어나지 않았다(思不出其位)고 했는데요. 딱 자신의 역할, 지위, 상황, 분수에 맞는 적절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있을 곳에 편안하게 머물러서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요. 이것이 바로 지나침과 모자람(과불급)이 없는 중용의 삶이기도 하고요. 공자께서도 행함과 물러남과 머무름과 떠남을 가장 적절하게 하셨다고 하죠. 우리의 주역공부도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너무 비현실적으로 거창하고 원대하겠지만, 아무튼 성인처럼 때를 잘 읽고 판단하기 위한 지혜를 갖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겠습니다.

 

오늘의 진괘와 간괘처럼, 나아감과 멈춤만 올바르게 잘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을 잘 지킬 수 있다면 우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죠. 그렇게 되고자 오늘도 우린 공부합니다. 그럼, 이번 주도 변함없이 돌아오는 토요일에 주역책을 들고 만나요.
전체 4

  • 2016-10-08 23:52
    주역 넘나 재밌어요...듣기 참 잘한것 같아요~~! ^o^

    • 2016-10-09 01:42
      양지, 기다려! 그럴 줄 알고 더 재밌는 걸 준비하고 있지!ㅋㅋ 글고, 오늘 드뎌 그대의 괘를 만난 거 같지 않애? 귀매괘! 이제 그대의 아이디를 귀매라 쓰도록 하자구. 국밥도 아니고 양지보다 귀매가 더 좋지 않아? 볼매... 머 그런 류 같잖아^^

      • 2016-10-09 08:48
        월매같은 그런 하녀이름이 연상되어요 >.< 오오 귀매양의 정응님은 어디에 어디에~~~

        • 2016-10-09 20:02
          양언닝~ 어렵다고 울상이시더니 역시 틀을 알고 나니 금방 알겠져? 언니가 들어오고 수업도 활기가 더해진듯ㅋㅋ 귀여운 매력의 귀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