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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프로젝트 여행 다섯번째 여섯번째 도시: 커션과 어비어네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9-01-02 04:39
조회
250
아쉬운 케르만샤를 떠나 우리는 커션으로 갔습니다. 커션은 일명 '대상인들의 도시'입니다.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는 이 도시에는 온갖 전통가옥들이 있고, 그 가옥은 일명 '페르시아 상인'이 일군 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말도 못하게 화려합니다. 궁전같이 넓은 집은 층층히 쌓아올려졌고 정원이 서너개씩 있으며 벽은 정말 가만두지 않고 갖가지 화려한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죠. 창문 역시 화려한 색깔로 물들여 빛이 들어오는 색상은 황홀할 정도입니다. 매우 작아 그냥 지나칠 것 같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펼쳐지는 그 마법같은 화려함!

하지만 꽃노래도 삼개월이라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트래디셔널 하우스'를 두 개 정도 보고 나니 금방 질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미로같은 가옥구조는 흥미로웠고 집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만, 시각적 화려함은 사람을 금방 질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채운샘은 두번째 저택부터 "부(富)의 무상함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하셨고요. 실제로 <천일야화>에서 막대한 부를 일군 대상인 신드바드는 우리가 본 것처럼 화려한 집에 오래 붙어있지 못하고 모험을 찾아 떠났다 돌아오고를 반복했지요. 편안하고 화려하며 아름다운 것을, 사실 인간은 오랫동안 누리지 못하게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션은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엘람 왕조의 지구라트 발굴터가 남아있을만큼 오래된 이 도시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중축에 중축을 거듭하며 미로같은 골목골목마다 밖에서는 그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은 그 오래된 집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켜켜히 쌓인 세월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라고 할까요. 계획을 세울 때 우리는 이 도시를 이스파한을 가기 전 쉬어가는 도시 정도로 보았는데, 가보니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란 여행은 정말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다 담지 못한 '순간들'은 돌아가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상인의 저택에서.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운 색채에 시선을 빼앗길까 염려되어^^ 흑백으로 꼼수를^^ 저희의 살아있는 표정 하나하나를 맛보세요~



저희 여행의 '마법사' 아지미가 데려가준 지구라트 발굴현장입니다. 지구라트는 고대 도시의 중앙에 쌓아올려진 탑입니다. 이 위에 올라가면 낮고 평평하며 산이라곤 없는 커션 시내가 한눈에 보입니다.



사파비 왕조부터 팔레비 왕조까지 '샤'들에게 사랑받은 핀 정원입니다. 천연 용천수가 나오는 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정원은 사파비, 카자르 왕조의 건축 양식과 정원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꽃이 피지 않아서 정원의 아름다움은 덜했지만, 끝없이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을 중심으로 수로를 파고 궁전을 짓고 정원을 꾸민 기술은 눈여겨볼만 했습니다.

커션을 뒤로하고 우리가 간 곳은 어비어네입니다. 어비어네는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아주 깊숙한 산골에 형성된 이란식 '동막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란을 피해 산속으로 숨은 사람들이 형성한 이 마을은 일명 '붉은 마을'이라고도 하는데요, 그 지방의 붉은 흙으로 만든 집으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사파비 시대의 마을이라 이슬람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마을에는 물론 모스크도 있습니다만, 조로아스터교의 불의 신전과 미트라 신전 역시도 남아 있었거든요. 해발 2300m에 달하는, 한라산보다 높은 곳에 형성된 이 도시를 둘러싼 산은 정말이지 풀이나 나무가 보이지 않는 돌산/흙산입니다. 이런 높고 황폐한 곳까지 숨어들어가 마을을 이루는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



다음 도시는 이스파한입니다. 서울로 돌아가시는 채운샘이 스페셜하게도^^ 올려 주실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전체 4

  • 2019-01-02 08:05
    새날이 밝았습니다. 아직까지 쾌! 한 모습 여전히 보기 좋습니다. 멋진 여행기를 기대합니다. "열하일기"처럼

  • 2019-01-02 09:38
    상인들의 대저택이라니! 천일야화가 그대로 였겠구만요.
    마지막 사진은 소생의 새맴버에게 반해버린 민호의 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ㅋ ㅋ. 흙색깔이 붉고, 황폐하다고 해도 다 다른 식으로 황폐한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 문 위에 낙서가 있네요. @.@

  • 2019-01-02 21:57
    저기 흙집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에서 본 마을 같네요!!
    방가 방가 저도 본 적이 있는 곳이 드디어 나왔어요.

    사진은 채운 선생님이 찍으시나보셔요.
    돌아와서 리뷰 기대됩니다.
    규문 특강으로 해 주세요 ^^

  • 2019-01-03 04:34
    대상인의 저택보다 '어비어네' 마을이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황폐한 곳이라고 하지만 건축물들이 반듯한 창과 문을 가지고 있어서 뭔가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다잡아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규문에 이즈미씨와 함께 돌아오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아요.
    그분과 함께 지내면서 일상에서 만난 이슬람 이야기,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