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소생팀이 밟은 일곱 번째 도시 : 이스파한(1) - 이맘광장

작성자
규문
작성일
2019-01-05 21:13
조회
220
이란에서는 다음과 네이버가 전혀 접속이 안 됩니다. 메일은 물론이고, 기사검색도요.
그러나, 그 정도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몹시 안전하고, 몹시 풍요롭고, 몹시 고요합니다.
한마디로, 좋다는 얘깁니다.
무엇보다, 여행객들이 별로 없습니다. 동양인들은 더더욱 드물지요.
그래서인지, 저희를 만난 이란인들은 모두 사진을 같이 찍자며 달려들고, 악수를 청합니다.
(참고로, 건화와 민호, 규창이는 하루에 악수만 50번 정도 한 적도 있답니다. 지들이 무슨 정치인도 아니고... 쩝.)
우리의 아지미는 구글번역기를 통해 이런 말을 남겼지요. "이란 사람들 모두가 너희를 좋아한다."ㅋㅋㅋ
저의 페르시아 기행에 대해서는 차차 올리도록 하고요, 오늘은 (사진팀을 대신하여) 이스파한의 사진을 올려드립니다.

이스파한은 아케메니스 왕조 시대 무렵부터 존재한 도시로, 이슬람 이후 교통의 요지였다고 합니다. 이후 몽고제국에게 지배를 당했다가(페르시아도 대단하지만, 몽고도 참 대단합니다) 압바스 1세 때 사파비 왕조의 수도가 된(1597년) 이후 크게 번성합니다. 이스파한을 '세계의 절반'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온갖 건축가와 공예가들을 불러모았다는데, 과연 '페르시아' 하면 떠오르는 모든 물건들은 이곳에 있는 듯합니다.
이스파한에서 가야 할 곳이 있다면, 단연 '이맘 광장'입니다. 1612년 건설할 당시 최대 규모의 광장이었다고 하는데,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성과 속, 제작과 판매, 노동과 휴식이 모두 공존하는 곳입니다. 17-18세기 당시 서양인들이 '오리엔트'에 대해 지닌 막연한 동경과 낯섦이 이런 데서 기인했을까 싶은, <천일야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공간입니다. 어느 구석진 가게의 카페트를 타면 하늘을 날 듯하고, 늙은 장인이 만들고 있는 주전자를 보면 정말 거인이 나올 것도 같고 말이죠. 게다가 (이란 어느 곳을 가나 그렇지만) 지나가는 여인들 모두가 미녀 아니면 마녀처럼 보입니다.
건화와 민호는 "삼인행 필유미인언(三人行 必有美人焉)"이라는 문자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ㅋㅋ

각설하고, 이맘광장의 모습입니다. 카메라로는 다 담기지 않지만, 구석구석 저희의 흔적이 묻어 있답니다.^^



위 사진은 이맘광장의 낮과 밤입니다. 1층은 상점이고(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관광객보다도 주로 현지인들입니다.), 2층은 물건을 만드는 공방입니다.(아래 사진을 보시면 상점 안에서 직접 물건을 만드는 장인이 보입니다.) 어딜 가나 깔려 있는 흔한 카페트, '페르시아 블루'의 그 독특한 그릇은 물론이고 각종 향신료와 과자와 기타 생활필수품들을 파는, 말 그대로 '시장'입니다. 물건들에 넋을 잃고 마는 몇몇 여성 동지들을 향해 아즈미는 이런 말을 연발하게 됩니다. "갑시다아" ㅋㅋㅋ



이맘 광장에는 세 개의 큰 건물 - 알리 카푸 궁전(압바스왕의 별궁), 샤 모스크, 세이크로트 폴라 모스크가 있는데요, 여러 가지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브레히트는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물었지요.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문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것들을 건설했던가?".... 이곳의 압도적 모스크와 궁전을 보노라면 그런 질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을 명한 권력자 덕분이든, 그것을 건설한 노동자들 덕분이든, 어쨌든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잔재들에 기생해 살아가는 기식자들에 불과한 건 아닌가 하는...ㅋㅋ 암튼, 거대한 건축물들 앞에 서노라면 즉각적으로 '놀람의 정서'에 압도되지만, 이내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무상함을 동시에 체험하게 됩니다. 엘리아데를 읽으신 분이라면, 성과 속이 공존하는 근대 이전의 공간에 대해 많은 영감이 떠오를 법도 하구요. 여러 모로 흥미롭습니다.
(*이 여행이 끝나면 소생팀은 각자의 여행기와 주제 에세이를 가지고 강좌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우리 각자가 만난 이슬람과 페르시아의 종교, 문화, 생활양식, 역사, 예술 등등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시지요? 기다려주세요!^^ 그보다 먼저, 2월에는 사진과 영상으로 '여행발표회'를 열 생각이니, 요것도 많이 관심가져 주시구요~)
보여드릴 사진이 많고도 많지만, 건물 모습은 생략하고요 건물 이곳저곳을 거니는 소생팀의 사진만 몇 장 공개합니다.(일종의 '민호 특집')

1. 어디서나 못남 뿜뿜 우리 미노! (한국의 또래 여성들 앞에선 입도 못 열던 '투 머치 토커' 미노는 이란의 미인들에겐 수줍음을 타지 않았답니다!)



2. 사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민호. 오늘도 민호 덕분에 모두들 웃습니다~



3. 민호의 연애 환상 1호는 '밤산책'입니다. 채운은 민호와의 (단 둘만의) 밤산책을 통해 '밤산책'의 환상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했죠. 그래서 어딜 가든 채운을 피해다니던 민호. 그러던 민호가 앞으로 뛰어가 사진을 찍으려는 저를 말리며 처음 이런 말을 건네게 됩니다. "샘, 허리 아프시잖아요. 걱정 돼요." 물론, 영혼은 1도 깃들어 있지 않습니다.ㅋㅋ 그래도, 민호가 채운을 걱정해준 기념적(!) 순간이라, 아주 사적인 차원에서 올려 봅니다. 그 순간에도 역시 민호의 못남은 열일 중이지요?ㅋㅋㅋ
* 민호야! 넌 이제 모두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어!! (제가 돌아오기 전날 밤, 하루 정리 세미나 때 민호가 남긴 말은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였습니다.)



* 용량의 한계로 이스파한1편은 여기까지 올립니다. 이맘광장의 시장을 따라 가면 마법처럼 모스크 하나가 뜨억 나타나는데, 바로 '마스제데 자메 모스크(금요일의 모스크)'입니다. 이 모스크의 사진은 도저히 생략할 수 없어서 따로 2탄에서 올리겠습니다!
전체 4

  • 2019-01-05 21:24
    선민은 기절합니다요! 저 철물점에 가서 싹 쓸어와야 하는데! 아아아~
    제가 저 가게에 간다면 사고 싶은 것은 : 말편자, 문고리 장식, 쇠주걱, 저 후라이펜처럼 크고 넙데데하고 좋아보이는 놈도 돈이 된다면! 아. . . 아. . . 물욕을 부르고, 현금 촬촬 쓰게 만드는 가게군요. 아지미 님은 절보고 이렇게 말씀하시겠죠. "갑시다~" ㅋㅋ
    그리고, 미노야. 너의 못남이 너무 예뻐!

  • 2019-01-07 07:17
    말로만 듣던 '양탄자'가 사무실에 있습니다. 비록 어떤 샘이 페르시아산이 아닌 남미산이라고 하였지만.
    근심이라고는 한 푼도 없어 보이는 모습들이 너무 좋습니다.

  • 2019-01-07 10:14
    이맘 광장 아주 크고 멋있네요. 밤은 더 멋지구요. 그냥 옛날 궁전으로 관광용일 듯한데 생활공간이라니 더 멋지네요 ^^
    미인들의 도시에서 같이 인물나고 있네요 모두들 !! 그동안의 카메라 마사지 덕인가요 ^^

  • 2019-01-07 14:45
    아~ 이맘광장에 안가길 잘했어요..저 쇄땡이 주물 주방도구좀 보라지. 저 주전자까지 가방앞에 붙여서 달그락 거리고 다녔을거예요.. 미노는 왜 머리에 흰띠를 두르고 확 일꾼 티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