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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인생을 잘 사는 법' - 주역수업(2.13)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2-20 17:42
조회
1106


자, 겸괘(謙卦)’입니다. 차고 넘치는 데에 이르러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겸손하게 덜어내야 하는 원리! 그래서 지난번 ‘부유한 대유괘(大有卦)’를 잇는 괘가 겸괘라고 살짝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시나요. 많기 때문에 오히려 길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전반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대유괘에 비해, 겸괘(謙卦)는 덜어내서 조금 부족하고 모자라게 되는 겸손함 덕분에 줄곧 길합니다. 이 반대되는 묘한 원리가 재미있지 않나요! 실제로 효사에 보면요. ‘길(吉)하다’는 말이 1, 2, 3효에 연달아 나오고요.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는 말도 몇 번이나 나옵니다. 겸겸군자(謙謙君子:初六)에서 시작해서 명겸(鳴謙:六二), 노겸(勞謙:九三), 휘겸(撝謙:六四) 등의 다양한 겸이 나오는데요. 대천을 건너든, 신임을 얻어서 일을 많이 하든, 군주와 능력 있는 자의 사이에 껴서 쉽지 않은 입장에 서든, 모든 상황에서 ‘겸’하게 되니 대부분 이롭고 길하게 잘 지나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거의 모든 어려운 상황들을 푸는 마법의 단어가 바로 겸손함’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주역에서도 이 세상을 원만히 돌아가게 하는 것이 ()’, 즉 덜어내는 에너지라고 봤던 것 같아요. 겸괘의 단사에서 지금까지의 전체 주역의 내용을 총정리하고 있는 걸 보면요. 겸이 형통한 것(謙亨)은 하늘의 도가 아래로 흐르며 밝게 빛나고(天道下濟而光明), 땅의 도가 낮은 데 있으면서도 위로 오르기 때문이에요(地道卑而上行). 그러니까 위와 아래가 서로 교차하며 막힘없이 원활한 소통을 하는 거죠. 하늘의 도(天道)는 꽉 차 있는 것을 이지러지게(달처럼!) 해서 부족한 것에 더해주고요(虧盈而益謙). 땅의 도(地道)는 가득한 것을 변화시켜서 낮고 부족한 곳으로 흐르게 하고요(變盈而流謙). 신묘한 기운(鬼神)은 가득 찬 것을 방해해서 겸손하고 부족한 것에 복을 줘요(害盈而福謙). 사람의 도(人道)도 꽉 찬 것을 미워하고 부족한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고요(惡盈而好謙).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곳에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같은 맥락으로, 인간 세상에서 ‘겸’을 실행한다면 그건 존귀하고 빛나는(尊而光)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낮추기 때문에 낮은 것(卑)이기도 해요. 하지만 낮다고 해서 누군가가 그를 만만히 보고 넘어갈 수는 없죠(卑而不可踰). 이렇게 겸을 실천하는 사람을 주역은 군자라고 부르고요. 이것이 바로 君子之終也, 그러니까 군자가 거두는 유종의 미, 군자가 삶을 마칠 때까지 걷는 길, 즉 군자가 인생을 잘 사는 법이에요.

 

‘君子有終’에 대한 정샘의 주를 참고하면요. 군자는 뜻이 겸손(謙巽)에 있고 사물의 이치에 통달(達理)했기 때문에 천도를 즐기며 살면서 불안감에 흔들리지 않는대요(樂天而不兢). (이 ‘불안감’이라는 것은 저의 경우 아, 내 나이 서른다섯에 대체 뭐하고 있나.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대로 살아도 괜찮나. 뭘 더 준비해야 되지 않나. 얘는 저런데 난 이래도 되나. 등등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런 군자는 내면이 충만(內充)하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나고 낮추거나 양보하지(退讓) 굳이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자격지심이 있다거나 해서) 자랑하거나 떠벌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아도 되고요(不矜). 편안한 마음으로 겸손을 행하며(安履乎謙) 살아가고요, 죽을 때까지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아요(終身不易). 그렇게 자기 스스로를 낮추면(自卑) 오히려 사람들이 그를 더욱 존귀해 여기고 존중해주고요(人益尊之). 자신의 덕을 감춘다 해도(自晦) 그 덕이 자연스럽게 빛나고 드러나요(德益光顯). 이것을 바로 ‘인생 잘 살았다(君子有終)’고 한다는 거예요. 소인의 경우는요. 욕심이 있어서 항상 다투고 경쟁(有欲必競)하고요. 별 볼일 없는 장점도 다 자랑하고 떠벌리고요(有德必伐). 설령 겸손함을 노력하거나 사모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더라도(雖使勉慕於謙) 편안히 지킨다거나 굳게 지켜나가지 못해서(不能安行而固守) 금방 중간에 멈추게 되니 평생 지속할 수 없게 된다(不能有終也)는 거예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겸손한 2) 군자로 3) 끝까지(죽을 때까지) 가는 거죠. 1) 겸손함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것 같고요. 2) 군자도 아니고 뭐도 아니면서 텅 빈 채로여서 아예 겸손할 게 없으면(우샘께서 허를 찌르셨던 표현대로) 안 되겠죠. 3) 그리고 끝까지, 의식이 있을 때까지, 마무리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것. 사실은 이것이 제일 어려운 게 아닐까요. 보통 저는 소인이어서 그렇겠지만 뭔가 잘 해보려는 의욕이 생겼더라도 잠깐 하다 말게 되어 버리곤 하거든요.

아무튼 결국 ‘겸손한 군자로 끝까지 가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법’에 다름 아닌 것 같네요!

 

아유. 간신히 이번 주의 두 번째 후기를 마치고요. 이제 서둘러 수업을 가야 할 시간이에요! 그럼, 잠시 후에 수업 시간에 만나요!!
전체 1

  • 2016-02-21 17:51
    후기를 쓰니 허물이 없고(无咎) 길(吉)하리라! 윤몽 언니의 후기괘되것슴미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