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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을 잘 타는 기쁜 개우석' - 주역수업(02.20)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2-26 23:41
조회
840
모두 한 주 동안 안녕하셨나요! 지난주도 우샘께서 열성적으로 진도를 나가시는 바람에 괘 두 개를 한꺼번에 배웠지 뭡니까. 두 괘 중에서 인상적인 걸 골라서 하나만 올릴까요, 하는 저의 건의가 가차 없이 1초 만에 묵살되는 바람에, 오늘은 간단하게나마 두 괘 모두를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할게요.

 

자 첫 번째 괘는 예괘(豫卦)입니다. 예(豫)는 주역에서는 기쁠 예’로 보아서요. ‘편안히 어울리고 아주 기쁘다(安和悅樂)’는 뜻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어요. 이쯤 되면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주역에선 부유한 게 단순히 부유한 게 아니고, 즐거운 게 그냥 즐거운 게 아니지요. 기쁠 때도 생각 없이 마구 날뛰며 기뻐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기쁘고 즐거운 예괘의 시대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순이동(順以動 : 아래의 곤괘困卦는 順, 위의 진괘震卦는 動), 즉 기뻐하는 것도 이치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는 거예요. 이치에 맞게 움직이는 모습의 예를 천지자연에서 찾아보면, 해와 달이 움직여야 할 일정한 각도만을 움직이는 것(日月不過), 사계절이 어긋남이 없이 때에 맞게 흘러가는 것(四時不忒)이 있겠지요.

예괘에서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두 효를 같이 보겠습니다.

하나는 마치 저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초육(初六)입니다. 얘는요. 인생이 너무 즐거워 노래를 부르는(鳴豫) 예요. 멋있는 구사(九四) 오빠가 자기를 예쁘게 봐주고 있죠. 원래 다른 괘였다면 이런 정응(正應)은 길하고 좋은 것으로 봤겠지만, 이건 즐거움에 앞서 조심해야 하는 예괘에서의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예의 시대에서는요. 멋진 오빠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그걸 좋다고 떠벌리며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이 아이는 무섭게도 흉()하다고 딱 잘라서 말합니다. 처음부터 벌써 손잡고 놀러가는 분위기인 초육은 신중하지 못하게 경거망동(주역에서 가장 흉하다는 그 경거망동!)하는 모습으로 해석이 돼요. 여기서 우샘께서 말씀해 주셨죠. 주변에 이런 사람들 있지 않냐고요. 내 인생 왜 이렇게 즐겁고 잘 풀리냐며 신나서 매일매일 자랑질(!)하는 사람들이요! 그러면 모두 ‘재수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 아닙니까. 그럼 그게 바로 흉한 겁니다! 인생이 뭔가 잘 되는 것 같고 좋게 흘러 갈수록요. 그 흐름을 누릴 수 있을 만한 겸허함과 신중함을 갖추고 공부를 해야 해요. 이것이 감당하지도 못할(중하지도 정하지도 않은) 소인배에게 주어진 상황이라면, 당연히 흉할 수밖에요. 소인배는 이 기쁨의 시대를 감당하지 못해서 꼭 사고를 치고 맙니다.

이 초육과 대비가 되는 친구는 육이(六二)인데요. 이 친구는 자기를 지키는 힘이 돌과 같은(介于石) 우직한 아이예요. 예괘 자체가 기본적으로 위로 붕붕 떠오르는 분위기(갑자기 왜 제 예전의 뽀글머리가 생각이 날까요. 누군가가 그게 저의 방방 뜨는 정신 나간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고 평했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차분하게 펴 놓은 지 일주일째입니다^^v)이기 때문에요. 이럴수록 자꾸 뜨는 분위기를 바닥에 가라앉히고(생각할수록 펴길 잘한 것 같군요) 의지력을 강하게 발휘해야 한다고 했어요. 분위기가 분위기이다 보니 육이도 노는 기분에 같이 휩쓸릴 수는 있대요. 중요한 건요. 그렇다 해도 하루도 채 안 되어서(不終日)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와 자기를 반듯하게 유지()한대요. 그러니 물론 길(吉)하게 되죠. 이럴 때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절개,,)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아주 오랫동안(쉬지 않고 연애+@를 즐겼던 나의 20대여!) 초육처럼 살았기 때문에요. 지금 그 반대의 생활을 억지로 하고 있거든요. 아직 기꺼운 마음으로 육이처럼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요. 아무튼 육이의 모습은 지금의 저에게는 이정표와 같네요. ‘개우석(介于石)’을 명심, 또 명심해야겠습니다.

 

자. 예괘의 뒤를 잇는 오늘의 두 번째 괘는 바로 수괘(隨卦)입니다. 이 순서를 정샘은 ‘기뻐하는 에너지가 생기면 만물이 따르게 된다(夫悅豫之道, 物所隨也)’고 설명하셔요. 단전을 보면요. 수괘의 때를 따르는 뜻이 위대하고 크다(隨時之義 大矣哉)고 했어요. 사실 이것은 주역 전체의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이기도 해요. 주역을 공부하는 이유도 우리 삶의 모든 상황 속에서 그 조짐을 읽어내어, 그에 알맞게 대비를 하는 것이잖아요. 그 ()를 읽는 것, 시대적인 마땅함을 따르고 변화에 맞춰나가는 것(從宜適變)이 주역의 핵심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불변하는 어떤 절대적 기준점만을 고집하는 것(典要)에서 벗어나서 보다 유연하고 지혜로운 사고를 하는 것이에요. 이런 저런 글자 그대로의 배움들도 모두 삶의 맥락 속으로 가져와서 적용해야 하죠. 모든 경전 속 진리들이 특정 상황(時)에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흐름에 맞게 변형이 되어야 합니다. 그 시대의 상황을 저울질해서 원칙을 적합하게 적용시키는 것, 즉 이게 바로 권도(權道)인 거예요.

수괘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요. 어쩌면 너무 단순하지만 우리가 너무 쉽게 여기고 무시하는 것, 즉 인간은 자연의 흐름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우주인 자연의 변화처럼, 소우주인 인간도 그 리듬에 맞춰서 살아야 건강할 수 있다는 너무도 단순하고도 명확한 진리 말이죠. 가까이로는 해가 뜨면 일어나서 활발히 움직이다가 해가 지면 활동을 마무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꼽을 수 있겠네요. (이 후기를 쓰는 시간도 거의 자정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이 부끄럽네요. 진작 쓰고 잠자리에 들어야할 시간에 딴짓을 하고는 전 지금 요러고 있으니 건강은 포기한 거죠; 해가 떠 있을 때 미리미리 올리도록 합시다, 몽양.) 야식, 늦잠, 새벽의 활발한 뻘짓(?)들은 모두 자연스러운 몸의 리듬을 방해하는 행동들이죠. 이것과 같은 맥락에서 수괘의 상전은요. 군자는 수괘를 보고 어두워지면 집에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고 쉰다(君子 以 嚮晦入宴息)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생각을 좀 더 확장해서 우리의 인생 전체를 볼 수도 있겠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인간의 육체가 자연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고 때에 맞게 제대로 늙어가는 것도 사실은 아주 기특한 일일 수 있죠. 그걸 거스르려고 발버둥치며 ‘동안’을 그렇게 고집하는 요즘 사람들의 발악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수(隨)의 원리를 모르는, 그래서 참으로 딱하고 어리석은 소인들의 행동이겠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게요. 이런 변화의 시대는요. 앞서 말했던 기쁨의 시대에서와 똑같이, 자기를 반듯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언제든 정신을 차리고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탈 수가 없다는 군요. 결국 예의 시대든, 수의 시대든 다를 게 없겠네요. 우리는 기쁘고 슬픈 우리의 감정과는 별개로, 언제나 욕심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잘 지키며, 시대의 흐름과 그 조짐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한 눈을 길러야 합니다. 즉 공부하잔 말이죠. 우샘께서 말버릇처럼 얘기하시죠. 언제까지? 죽을 때까지요!

 

오늘은 이렇게 두 개의 괘를 살펴봤네요! 자, 이제 이걸로 복습을 마치고, 내일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괘를 만나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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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7 10:46
    후기 다렸어요~ 안올라오면 복습도 안함ㅋㅋ
    주역 공부하다보면 전에 그저 잔소리같은 것으로 여겼던 가르침들이 진짜 지혜였다는 사실에 놀라게 돼요. 개우석(介于石)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