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강좌

'이따만한 나의 그릇' - 주역수업(03.05)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3-10 21:12
조회
590
오늘의 괘는 관괘(觀卦)예요.

여기서의 관(觀) 자는 모두 아시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본다는 의미와,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피동의 의미도 같이 갖고 있다고 해요. 관괘는 큰 것(大)을 의미하는 임괘(臨卦) 다음에 오는데요. 서괘(序卦)는 이 순서를, 사물이 커진 이후에 볼만해 진다(物大然後可觀)고 풀이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가관(可觀)’이라는 말은 요즘엔 비웃음의 뉘앙스가 포함된 다소 부정적인 뜻을 지닌 단어로 많이 쓰이지만요. 원래는 대상이 멋있거나 보기에 좋아서 볼만하다는 긍정적인 뜻을 가진 표현이었다고 해요.

관괘는 상괘의 손괘에서 겸손함(), 하괘의 곤괘에서 순종함()의 뜻을 가지고 오거든요. 그래서 이 덕을 두루 갖춘 군주(九五)는 천하에 널리 보이는 바(以觀天下)가 되고요. 관괘를 바른 임금의 모습으로 풀어보면요. 첫째, 보는 행위의 행위자로서는, 위로는 천도를 보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풍속을 살펴보는() 것으로 관한다()고 할 수 있어요(上觀天道下觀民俗則爲觀). 물론 천도라는 건 사계절이 어긋나지 않고 흐르는 것(四時不忒) 등에서 드러나는 하늘의 신묘한 도(天之神道)를 말하는 거고요. 여기서 겸손하고(巽) 순종하는(順) 마음으로 천도를 보고 배우는 임금과, 그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백성의 사는 모습을 빠짐없이 두루두루 살피는(省方觀民) 바람(風=巽)의 이미지도 떠올릴 수 있겠어요. 둘째, 보는 행위의 대상, 그러니까 보이는 입장에서는, 덕을 닦고 정치를 행함으로써 백성들이 우러러(, ) 보는(백성들에게서 우러러 봄을 당하는) 이니 이것도 역시 관한다고 할 수 있네요(修德行政爲民瞻仰則爲觀). 백성들이 훌륭한 임금을 우러러 보고는 그를 따라서 변화(下觀而化, 從化)하게 돼요. 여기서는 임금과 백성의 관계를,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는 풀(民草)의 이미지로도 연관지어 떠올려볼 수 있겠네요.

제가 관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특히 초육과 육이에서 보였던 내용인데요. 초육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식견이 부족한 것을 나타내는 동관(童觀)의 경우, 소인에게는 무구하지만 군자에게는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하고요. 육이에선 엿보는 것(闚觀)은 여자의 정함으로 하는 것이 이롭다. 즉, ‘여자의 도’로는 괜찮지만 ‘군자의 도’로는 부끄럽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이롭거나 이롭지 않은 것, 허물이 있고 없음이 소인(여자)인지 군자인지에 따라, 즉 그 사람의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었어요. 어떤 행위 자체에 옳고 그른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말이요. 내가 하고 있는 지금 이 행동이 내가 소인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군자의 그릇으로 보면 좀 부끄러운 수준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헉, 싶을 때가 많을 것 같지 않으세요?! 우린 하던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환경 탓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를 붙여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남에게 그럴듯한 변명들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이 자신의 진짜 최선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자신만이 제대로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가까이는 공부에 임하는 태도, 과제를 하는 데에 들이는 노력에서부터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윤리도덕적인 선택 등등에 이르기까지, 소인의 그릇과 군자의 그릇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일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훌륭한 사람일수록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여러모로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 수도 있는 이 말이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온 건, 최근에 추위와 아픈 몸을 핑계로 느슨해진 저 자신의 요것 조것(!) 때문인지도요. 흠흠.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봄기운이 도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 웅크린 몸을 펴고 다시 군자의 그릇을 가지고(가지기를 희망하며) 조금씩 움직여 보기로 마음을 먹는 윤몽입니다!  다음엔 서합괘(噬嗑卦)의 후기로 만나요!
전체 2

  • 2016-03-11 09:41
    앞으로 닉네임을 하동이 아니라, 동관(童觀)이라고 해야할 듯합니다. 나의 소인됨을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야 할 듯요. 그나저나, 후기 올리시느라 고생 많으신데, 쉬이 지치지 마시길~~^^

    • 2016-03-11 09:48
      이러다 주역으로 다들 이름 하나씩 지어가겠군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