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다사다난! 희비가 반복되는 그랜드 서클 - 2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5-08 04:28
조회
170
그랜드 캐년에서는 Waldron trailhead과 South Kaibab trailhead 두 곳을 갔습니다. 지난 글에서 보여드린 게 Waldron trailhead고, 여기서 보여드릴 건 South Kaibab trailhead입니다.



왼쪽에 표시한 곳이 Hermits rest에서 시작하는 Waldron trailhead고, 오른쪽에 표시한 곳이 South Kaibab trailhead입니다.


양 끝이긴 하지만 같은 그랜드 캐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왜 다른지는... 사진으로 보시죠. ㅋㅋ



South Kaibab trailhea는 특히 저런 검은 색의 암벽이 많이 보이는데, 다큐에서 본 걸 토대로 찍어보자면 아마도 용암의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까 콜로라도 강이 흐르다가 용암이 분출하면서 그 경로를 막고, 콜로라도 강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죠. 횡설수설




길이 포장된 덕에 Waldron trailhead 보다 코스는 길어도 걷기가 수월했습니다.
저렇게 노새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볼 수 있고, 쟤들이 지나가면서 싼 똥냄새도 맡으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여기는 오면 우아~(ooh aah) 소리가 난다고 해서 우아 포인트입니다.
사실 정말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그랜드 캐년이란 이름도 그렇고, 대부분 영국인이나 미국인들이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나 신화 같은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솔직히 시시한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ㅋㅋ



왼쪽 사진에는 사실 뱀이 숨어있습니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도 나름의 생태계가 갖춰져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움직이는 게 보일 때마다 이렇게 사진을 마구 찍었습니다. ㅋㅋㅋ
오른쪽에 있는 녀석은 애버트 다람쥐(Abert squirrel)입니다. 그랜드 캐년 어딜 가도 쉽게 보이기도 하고, 애교도 많아서 저희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건화형이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했지만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절대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도도한 녀석.



역시나 신기한 그랜드 캐년의 지질들입니다.
가장 왼쪽에 있는 절리는 어떤 압력 혹은 침식의 영향인데 암석이 내부의 응집력을 잃을 때 저렇게 된다고 합니다.
가운데 있는 사진은 붉은 석회암과 사암층의 경계를 찍은 것입니다.
저렇게 선명하게 구별된 지층을 볼 때마다 엄청난 시간의 흐름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뭉클해집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내려가는 도중 쉬면서 찍었던 석회암입니다. 다른 암석들에 비해 경도가 약하기 때문에 풍화침식이 더욱 잘 일어나죠.
이놈들 덕분에 미세먼지 하나도 없는 그랜드 캐년이 모래먼지로 가득합니다. 트레킹을 끝내면 코에 먼지가 킁킁.
물론 멋있는 장관을 이루는 주역이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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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가는 도중에 찍은 그랜드 캐년의 전체적인 암벽입니다. 밑에는 붉은색 석회암층이, 위에는 흰색 사암층이 돋보이네요.
하지만 이런 지질학적 얘기들과는 별개로 하나의 거대한 사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시아권이었다면 벽에다가 조각을 하든 뭘 세웠을 텐데 여기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서 신기했었습니다.
아마 불상이 조각되었다면 뭉클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걸으면서 신령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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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마음이 벽과 경치에 팔려있는 동안 어느 새 저~~ 밑에서 이만큼 올라왔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생각을 하려고 해도 천천히 한 발씩 올라오는 도중에 단순해집니다. 신기하더군요!



여기도 가장 밑으로 내려가면 콜로라도 강에 닿을 수 있으나 그러면 올라오는 길이 지옥 같아지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올라오는 어떤 친구는 "내려가는 길이야? 여긴 지옥이야!" 이러기도 했고, "911을 불러줘. 헬기를 가져다줘!" 이런 말도 들렸습니다. ㅋㅋ
그 날 저녁 샤워를 하면서 들은 건데, 여기는 헬기가 뜨면 기름값이나 기타 등등 구조 비용을 구조 당한 사람이 다 부담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 비용이 2천 달러 가량이 되어서 오히려 사람들이 구조되기를 거부한다고 하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어쨌건 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준비를 해서 밑에 내려가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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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아주 강합니다. 그 바람을 온 몸으로 표현해봤는데, 사실 저렇게 쌔지는 않습니다. 시원해요.
말이 필요 없는 사진 몇 장으로 South Kaibab trailhead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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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희의 밥상. 차돌박이가 아주 맛있더군요! 그리고 다음 날 점심에 먹을 김밥을 미리 싸는 건화형.

전체 2

  • 2018-05-09 10:55
    어마무시한 단층들, 사막의 생물들, 광대한 시간의 파노라마로다! 거나의 깜장 얼굴이 그랜드캐년과 잘어울리는듯!

  • 2018-05-09 11:12
    세상에- 지질 탐사라도 해야 할 엄청난 풍광이로다. 모든 곳이 다 우아 포인트! 두분 태양빛 잔뜩 맞으며 아주 건강해보인다. 좋아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