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다사다난! 희비가 반복되는 그랜드 서클 - 3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8-05-08 06:02
조회
234
이제 엔텔로프 캐년과 모뉴멘트 벨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둘 다 나바호(Navajo)족이라는 인디언의 구역 안에 있는 장소들입니다.
확실히 근처 주유소나 편의점(?)에 들렀을 때 얼굴이 붉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그들에게 관광업은 빠질 수 없는 하나의 주력 상품인 듯합니다. 엔텔로프 캐년의 경우에는 사진 찍고 이동하고, 또 사진 찍기만을 반복 하다보니 시간을 들여서 즐기기보단 정말 '관광' 느낌이 나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멋진 사진들이 있으니 한 번 보시죠!


여기가 엔텔로프 캐년을 위에서 바라봤을 때입니다.
참고로 엔텔로프 캐년은 비와 강물의 침식으로 형성되었고,  연중 스콜기간(?)이 15일 정도 있어서 지금도 침식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왼쪽 사진을 보시면 두 개의 다른 결을 보실 수 있는데, 위에는 바람으로 침식된 흔적이고, 밑에는 강물에 의해 침식된 흔적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후둘투둘한 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데 저건 비가 많이 올 때 일어난 침식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결이 나 있는 것은 그만큼 침식이 여러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증거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침식이 될 수 있는지 참 신기합니다!



굴곡이 심하다보니 햇빛이 반사되는 것도 엄청 심합니다. 같은 장소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빛이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파랗게 보이기도 했다가 황금색이기도 하고, 붉은색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그랜드 캐년과는 또 다르게 자연의 신비함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그랜드 캐년은 스케일의 웅장함이라면 여긴 유연하고 섬세한 조형미인 것 같아요.




제 사진이 그 조형미를 다 못 살리고 있군요! 하지만 그 감동이 충분히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ㅎ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1시간에 한 번씩 해가 지기 전까지 온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지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큐에서는 어떤 교수가 혼자 걸을 수 있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적막하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ㅠㅜ
앞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어서 막히고, 뒤에서는 빨리 가라고 재촉했습니다. 그 사이에 저와 건화형은 멀뚱멀뚱.



가이드가 찍어준 해마와 고래입니다. 이런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엔텔로프 캐년의 가이드의 일이었습니다.



수줍은 건화형 사진도 한 컷!



이렇게 나와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틈으로밖에 포이지 않습니다.
엔텔로프 캐년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나중에 가이드가 한 번 보여줬는데 그 동영상이 올라가지 않네요. 하하;;
대략 설명을 하자면, 사구에 비가 내리고 그 중 일부가 단단한 암석으로 굳어집니다. 그 위를 모래가 다시 덮고, 다시 비가 내리기를 몇 번 반복하면 한 덩이의 단단한 지층이 형성되는데, 거기를 바람과 강이 지나가면서 이렇게 섬세한 조형을 만든 것입니다.


다음은 모뉴멘트 벨리입니다. 그랜드 캐년과 엔텔로프 캐년이 한창 형성 중이라면, 모뉴멘트 벨리는 거의 사라지고 평평해지는 중입니다. 여기서 존 포드가 처음 <역마차>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영화 세미나에서 상영했다는 것 말고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그나마 아는 건 <윈드 토커>라는 영화의 배경도 여기였다는 정도네요. 어쨌든 사진을 보시죠!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하지만 벌써 멀리서 그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입니다.
저렇게 말뚝으로 경계를 표시한 곳은 사유지라서 함부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까딱 경찰한테 잘못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합니다.
(여기 경찰은 얄짤 없이 딱지를 팍팍 끊더군요.;;)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었으나 저희는 직접 이 길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한동안 미국에서 포장도로만 달리다가 오랜만에 비포장도로를 달리니 적응이 안 되더군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널찍합니다. 원래는 캐년을 형성했다가 지금은 그 모든 게 모래먼지로 부숴지고 그 흔적만 남은 상태죠.
대략 설명해드리면, 큰 바위산으로 남아있는 것은 메사, 한 덩이로 남아있는 큰 바위는 뷰트, 그리고 뷰트가 조금씩 침식이 되다 하나의 기둥이 남은 걸 스파이어라 합니다.
메사에서 뷰트, 스파이어 순으로 침식이 되는데, 실제로 벽을 보면 바람이 조금씩 갉아먹는 게 아니라 바위를 떨어뜨리며 침식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시면 뷰트에서 스파이어가 생성되는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렇게 큰 바위가 마구 떨어져서 그런지 대부분 가까이 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바위가 떨어질 뿐인데 마치 조각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바위산마다 그 생김새에 맞게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낙타, 코끼리, 세 자매 등등이 있지만 전 열심히 들여다봐야 알겠더군요.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마치 개구리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ㅋㅋ



이건 마치 손 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ㅋㅋㅋ



모래가 그 위를 덮어서 잘 안 보이긴 하지만 그 밑에도 위에와 똑같은 지층이 숨어 있습니다.



여기는 존 포드 포인트입니다. 전통 인디언 복장을 한 사람이 말 위에 앉아있는데, 같이 사진 찍으려면 무려 $5를 지불해야 합니다. ㅇ_ㅇ
존 포드라는 인물의 이름 만큼이나 사람이 많기도 하고, 가판대에 진열된 물건들의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가판대 너머로 보이는 스파이어 세 개가 세 자매 스파이어 입니다.



모뉴멘트 벨리는 나바호 인디언들에게 성지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바위산이 무너지거나 할 때를 일종의 예언으로 받아들이며 위험을 피했다고 하더군요.
약 14세기쯤 처음 정착을 했는데 이후에 유럽인들에 의해 여기저기 강제이주를 당하며 엄청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 얘기는 '눈물의 길'이란 영화가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한 번 봐주세요~


너무 진지해진 것 같군요. ㅋㅋㅋ 다음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떠납니다. 거기서는 그랜드 서클처럼 지질학이라든지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좀 더 가볍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또 뵙겠습니다!
전체 3

  • 2018-05-09 21:02
    와 저 끝없는 대지와 끝없는 도로......역마차를 본 건화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네요!ㅎㅎ 한껏 보고 듣고 걷고 하면서 여기에서는 못느꼈던걸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ㅎ

  • 2018-05-09 11:03
    형성중인 계곡과 평평해지고 있는 계곡. 모뉴멘트 벨리를 천천히 유영하는 구름과 그 그림자가 고래를 연상시키기도 하는군요. 지구가 살아온 어마무시한 시간이 사진으로도 전해지므니다. 그리고, 저 메사와 뷰트, 스파이어 각각에 이름을 붙였던 사람들은 누굴까나? 규창이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 음 '세 자매'는 '세 수녀님(three sisters)들'이 아닐까요?

  • 2018-05-09 11:14
    차를 타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모래지층들을 보면 절로 마음이 홀리해질 듯! 우주는 넓고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로구나. 세포 하나하나에 이 우주의 광대함을 깨알같이 만끽하길~ 와서 건강한 기운 전해줘. 와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