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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게 없어서 길해요' - 주역수업(02.13)을 듣고

작성자
윤몽
작성일
2016-02-18 22:58
조회
736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기 시작하면 반드시 재물이 모이게 마련(物必歸焉)이죠. 그래서 동인괘(同人卦)를 잇는 오늘의 괘는 어딘지 ‘좀 있어 보이는’ 괘, 대유괘(大有卦)입니다.

대유괘는 불(火)이 하늘(天) 위에 있는 형상으로, 높은 곳의 불이 밝게 빛나서 멀리까지 만물을 두루 비춘다고 했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다섯 개(1,2,3,4,6)의 효가 모두 양이고, 다섯 번째 효만 음이죠. 하나의 음의 효가 가장 존귀하다는 오(五)의 자리에서, 다수의 양의 무리와 응(應)하고 있는 거예요. 대유는 괘사에서 크게 형통하다(大有元亨)고 하는데, 그냥 조금 있는 게 아니고요. 성대하게 넉넉히 있는 것(盛大豐有)으로 보아요. “아, 드디어 좋은 괘가 나오는구나. 넉넉하고 부유하다니 완전 좋은 괘인가 보다!” 하고 신나 하는 저 같은 분들도 여기 많이 계셨겠지요. 하지만 끝까지 이 괘를 배우고 나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주역의 이치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아이러니해서, 한참 잘 나가는 자에게는 조심하라고 끊임없이 경고를 하고, 앞뒤가 꽉꽉 막혀서 설 자리도 없을 것 같은 자에게는 곧 나아질 테니 희망을 가지라고 얘기해 줘요. 요즘 사람들이 폼을 잡으며 많이 쓰는 말, ‘현재를 즐기라’는 것과는 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이야기를 하죠. 이것이 주역 책의 곳곳에 나타나는 인생관이에요. 우리의 삶을 포함한 우주자연의 모든 것은 항상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 쉬지 않고 변하게 되어 있으며, 그 어느 것(상황)도 영원하지 않고, 따라서 ‘지금 나의 현실’이라는 것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하면 그것들이 곧 변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라는 것이죠. 그래서 대유괘에서처럼 내가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그것에 집착하는 일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지금 아무리 힘든 길을 가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 살길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도요. 실제로 대유괘의 괘사, 효사들을 살펴보면요. 다른 괘에서는 흔하게 보이던 형통()하다거나 길()하다는 등의 좋은 말들이 거의 안 나와요. ‘무구(无咎: 재앙이 없다. 허물이 없다.)’ 정도가 그나마 좀 보이고요. 보통 제일 좋은 자리라는 왕의 자리인 육오에서도 ‘어떤 조건을 지킨다면’ 길하게 된다며 좀 까다롭고(흔쾌히가 아니고요) 치사(?)하게, 마지못해 길해요. 그리고 이 괘가 끝나가는 마지막 자리, 상구(上九)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어’져요. 왜일까요. 괘에서 원래 처음(初)과 끝(上), 그러니까 일(一)과 육(六)의 자리는 이제 시작하는 어린 아이이거나, 막 권력에서 물러나 힘이 없는 은퇴자의 자리거든요. 가진 게 없는 자리예요. 그래서 대유괘의 상구는 가지지 못하고요. 가진 게 없으니 누리지 않아서 길해요. 돈이 있어도 못(안) 누려야 길하다니! 여기서 상괘가 ‘밝음과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리괘(離卦)기 때문에, 상구에 있는 자는 현명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우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재물이 어차피 죽으면 다 놓고 갈 것들인데, 뭐.”라는 식의 판단을 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에요. 재물에 있어서는 집착을 버린 채 쿨해야 마땅하고, 그 재물들이(능력들이) 자기가 잘나서 가진 양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하죠.

구사(九四)효의 소상전에 대한 정샘의 주석이 대유괘에 대해서 가장 명확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인용해보려고 해요.

當其方盛則知咎之將至, , 能損抑, 不敢至於滿極也.

바야흐로 그 성대해질 때를 당한즉, 재앙이 장차 이를 것을 아는 고로, 덜어내고 억눌러서 감히(!) 꽉차고 극에 달하는 것에 이르지 않게 해야 (할 수 있는 자가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라는 맥락입니다) 한다.

그러니! 대유의 다음은 덜어내고 겸손해야 한다겸괘(謙卦)가 이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이번 주는 우샘의 열정적인 강의로 두 괘를 나가버린(!) 관계로 곧(?!), 조만간(?!) 겸괘의 후기도 이어집니다!! Coming soon~
전체 3

  • 2016-02-18 23:04
    대상포진이라 아파 죽겠다고 협박(?)을 하더니, 오호~ 대유괘에 이어 겸괘도 올린다고? 므흣~

  • 2016-02-19 08:20
    늘 재미나고 알찬 후기로 제대로 복습을 하게 되는듯~~ 늘, 감사하오~~^^ 빨리 쾌차하시길 바라고, 겸괘도 기다리겠소~~

  • 2016-02-20 00:14
    후기 제목 좋음- 암튼 언니 덕에 복습하고있습니다. 우리의 복습은 언니 몫~~~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