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절탁] 0729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07-24 15:19
조회
926

4학기 개강을 맞아 처음 읽은 <우상의 황혼> 다들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에 읽은 부분에서는 지난 학기 공부가 환기되는 점도 있고 해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그랬을 수도...;)

다음 시간에는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p.194)까지 읽어오시면 돼요. 분량이 적지는 않습니다만 나누기가 거시기해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좋은 구절, 인상적인 구절 뽑아오셔서 수업 시간에 낭독하고 이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는 시간 갖기로 해요.

세미나 참가자는 물론 공통과제와 함께 2시에 만나는 걸로. 이번에 이경화 선생님은 처음 참여하시게 되었는데... 모쪼록 너무 큰 부담 갖지 마시고 궁금한 부분 혹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써오시는 걸로 ^^   

간식은 미영쌤+제리언니.

첫 시간인지라 새 얼굴들이 보였는데요, 일단 청소년소설과 동화를 쓰시는 이경화 선생님 / 2학기에 우리와 함께 공부하신 강영애 선생님 / 동사서독에서 낚시질을 당해 그만 여기까지 오시게 된 홍명자 선생님. 우리 끝까지 즐겁게 가보아요~

그리고 아쉽게도 결석하신 몇 분. 원일쌤이 공연차 런던에, 혜경쌤이 출장차 상하이에, 지은쌤은 복원사업 땜에 포항에... 그리고 태욱쌤은... 따님 호출로 집에; 이분들 위해 간략히 첫 시간 내용 정리합니다.

 

채운쌤 말씀, 니체가 여기서 말하는 황혼 맞은 '우상'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랍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힌트가 수업 시간에 다 나왔던 것 같습니다.

우상=이상. 우리가 ideal한 것으로 상정하는 어떤 것들. 예컨대 '참다운 민주주의를 위하여' 운운하는 정치인의 수사 속에서, '보다 나은 나'를 추구하길 권하는 자기계발 담론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삶을 조형하고 고유한 가치를 창조할 수 없는 무력한 자들이 반길 법한 의지처를 발견합니다. 쿨렁대는 발밑을 견딜 수 없는 자들은 여기와 달리 저 너머에 참된 어떤 것이 있다는 말에 겨우 안도할 수 있지요. 흔들리는 삶/생명과 달리 굳건하게 나를 지탱해줄 만한 어떤 것이 있다, 고 말하는 모든 것이 이들에게는 이상적인 곳, 도달해야 할 목표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니체는 그 '있음'에 대해 부정합니다. 그것이 변치 않는 것, 초월적이고 외재적인 것, 모든 것의 기원이라면 말이죠. 힘들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우주 안에 그와 같은 절대적 존재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매번 대상에 대해 판단하는 것조차 매순간 우리 신체 위에서 격돌하는 힘들의 결과물이지, 중립적이고 의지를 지닌 주체의 일관된 판단이 결코 아니니까요. 니체는 오히려 매번의 힘들의 싸움의 끝에 어떤 행위와 행위자가 일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여깁니다. 그렇게 볼 때 세계는 존재들로 채워진 곳이 아니라 거꾸로 생성들로 충만한 장소가 되지요. 차이들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매번 새롭게 현상되는 장소, 니체는 이 세계를 그렇게 봅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긍정할 수 있는 자를 강자라고, 그렇지 못한 자를 약자, 무력한 자, 저 멀리 이상/우상을 그리면서 삶을 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자라 여기지요. 

플라톤 철학에 대한 니체의 비판은 이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저 멀리 이데아를 설정하고 지상의 모든 것을 그것의 카피(copy)로 여기는 플라톤이야말로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지 못하는 자들의 산물이 됩니다. 삶의 가치를 그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들이 삶에 대한 원한 끝에 창조한 철학. 내세를 말하는 기독교가 형이상학과 만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 하지만 기독교도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나은 삶이 어딘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외부의 규준에 자신을 꿰맞추느라 전전긍긍하는 모두가, 지금 자신의 삶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고 허둥댄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플라톤주의자인지도 모른다는.

수업 시간에 나온, '자유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이 같은 맥락에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운 쌤에 따르면, 자유인이란 선택지를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선택지들에 얽매여 그 안에서 동분서주하는 와중에 분열증을 일으키는 자(이 술을 마실까 저 술을 마실까 고민하는 주정뱅이 / 3포세대, 달관세대가 되버릴까 두려워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자기계발 주체)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기존의 가치들을 폐기하고(망치 들기!) 그 대신 자신이 새롭게 가치들을 창조할 수 있는 자! 여기서 드디어 실재(=동일자의 세계)와 가상(=현상세계) 사이의 저 오래된 구분이 폐기되기에 이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삶 바깥에 그 어떤 다른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우상의 황혼> 마지막 페이지를 슬쩍 보니 다시 영원회귀 / 디오니소스 / 비극.... 이런 단어들이 눈에 띄네요. 모든 우상화를 둘러싼 철학자의 망치질이 어떻게 '영원한 기쁨'으로 이어질런지, 꽤 두근두근합니다그려 ^^=

 

 

 

전체 2

  • 2015-07-27 07:59
    쌈박하고 성실한 후기, 늘 감사하게 잘 받아먹고 있습니다. 모레 뵈어요.

  • 2015-07-27 08:09
    뭐 일차적으로는 제가 정리하려고 하는 일이니까요ㅋㅋㅋ 수요일에 뵙겠습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