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

[절탁] 0805 수업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5-08-01 13:46
조회
687

 각자의 사정으로 대거 결석자들 발생한 우리는 엄청 중요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ㅎㅎ 다음 시간에는 미영쌤 쾌차하셔서 나오시고, 지은쌤도 일 마치고 복귀해주세요 ^^ 현옥쌤은 한 주 더 몸조리 잘 하시고, 원일쌤도 일정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셔서 그 다음 시간에는 꼭 등장해주시길.

 이번 주 분량에서는 '데카당'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출몰했지요. 덕분에 <반시대적 고찰>이 떠올랐습니다. 전쟁 후 승승장구하는 독일 안에서 니체는 데카당의 짙은 냄새를 감지했었지요. 승리감에 도취된 독일시민들과 달리 그는 기독교, 도덕, 학문, 예술 등에서 퇴화의 징후를 목격했더랬습니다. 이번 시간에 채운쌤은 데카당을 곧 '하고자 함'이 강하지 않은 상태, 라 정리했는데요. 네, 습관적 사유와 관습적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 이상을 설정하고 이에 목맨다는 것, 나머지 모두를 가치 없는 것이라 간주하는 것 등등이 모두 이를 잘 보여주죠. 자신이 해석하고 의욕하는 대신, 익숙한 것(=붙들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 어찌되었든 익숙한 것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 이 모든 것이 데카당의 징후랍니다. 이것이 왜소한 인간들의 표징이 된다는!

 다른 분들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 이때 '리듬'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지요. 습관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리듬을 선호합니다. 자고로 사회란 이런 것이고 이런 패턴으로 나아가야 하며, 인간이란 이런 존재이고 이런 회로 속에 있다 등등. 이렇게 사고하는 이들에게는, 그러므로 나머지는 모두 노이즈가 되어버리겠죠. 패턴 없는 사운드를 우리 귀는 보통 노이즈로 치부하잖아요. 하여 사회는, 모험가는 황급히 범죄자에 포함시키고, 도주를 서둘러 비행으로 바꿔놓고 맙니다.  

 이런 습관을 정지시키는 것은 그럼 무엇? 들뢰즈는 폭력의 출현이라 했대요. 대개 폭력적 경험, 만남에 의해서만 기존에 작동되던 앎이 정지된다는 거죠. 그때야 비로소 사유를 시작하게 되는 게 우리라는. 왜 도시괴담 같은 거 보면 알 수 있죠. 익숙한 것- 예컨대 엄마인줄 알고 조금 전에 본 귀신 얘기를 한참 늘어놓았는데 갑자기 엄마가 노려보면서 "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라고 했을 때 서늘해지는 간담-_- 내게 익숙한 것들로는 해결되지 않고 알 수도 없는 낯선 것 앞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충격, 이 충격과 더불어 새로운 사유의 기회가 찾아온답니다.

 니체가 이야기한 예술의 의의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삶의 끔찍함을 대면하는 일,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삶을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하게 하는 게 아니라(오히려 삶을 대면하지 못하는 자들이 이상을 설정한 뒤 삶을 평가절하하지요) 삶을 긍정하게 한다는.      

 

 자, 다음 주에는 <우상의 황혼> 마저 읽고 이어서 <안티크리스트> 36절까지 읽습니다. 공통과제 잘 써오시고, 낭송할 부분도 잘 챙겨옵시다.

후기는 수영수영

간식은 홍명자쌤+미영쌤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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